바이든 발언에도 아랑곳 않는 네타냐후…美 정보기관 “정치생명 위태”

윤준호 2024. 3. 12.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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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 비판에도 의지 굽히지 않는 네타냐후
“바이든 말 틀렸다…하마스 1인자까지 죽은 목숨”
미 국가정보국 “지도자로서 위태로운 처지”

전쟁을 밀어붙이는 이스라엘과 미국 사이 갈등 국면이 심화하고 있다. 극우 정당과 연정하는 등 극단적 행보를 보이는 이스라엘 총리를 두고 미국 정보당국은 ‘정치생명이 위태롭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11일부터 이슬람 금식성월 라마단이 시작하며 이를 계기로 유혈 충돌이 격화할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이스라엘은 미국의 경고에도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에 대한 지상전을 고수하고 있다. 앞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라파 침공은 ‘레드라인’이라고 경고했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곧바로 라파 진격 의지를 재확인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10일(현지시간) 폴리티코와 인터뷰에서 자신을 비판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발언을 두고 “정확히 무슨 의미로 한 말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바이든 대통령이 내가 이스라엘의 소망과 이익에 해가 된다는 의미로 말한 것이라면 두 가지 측면 모두 틀렸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을 우회적으로 응수한 것이다.

같은날 바이든 대통령은 MSNBC와 인터뷰에서 “(네타냐후 총리가)이스라엘을 구하기보다는 손해를 끼치고 있다”고 날 선 목소리를 냈다. 그는 “네타냐후 총리가 이스라엘을 수호할 권리를 갖지만, 그의 행동 결과로 목숨을 잃은 무고한 생명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라마단 기간에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지상 작전은 계속될 전망이다. 11일(현지시간) dpa 통신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영상 메시지에서 ‘완전한 승리’를 하겠다며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에 대한 공격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그는 “우리는 완전한 승리의 길에 있다”며 “이 길에서 이미 하마스 (서열) 4인자를 제거했다”고 말했다. 심지어 “(하마스의) 3인자, 2인자, 1인자도 그 길에 있다”며 “이들은 모두 죽은 목숨이다. 우리가 그들에게 닿을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 상공으로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인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라마단이 시작됐지만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투는 계속됐다. 라파=AFP연합뉴스
 
네타냐후 총리가 말한 하마스 4인자란 지난 1월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공습으로 살해된 살레흐 알아루리 하마스 정치국 부국장으로 풀이된다. 당시 베이루트 남쪽 외곽에 있는 하마스 사무실이 무인기(드론) 공격을 받아 알아루리 부국장을 포함한 6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이 공격에 대해 이스라엘이 배후로 지목됐으나 이스라엘은 이를 인정하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번 네타냐후 총리의 발언은 당시 공습과 관련해 처음으로 이스라엘 개입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 정보기관을 통솔하는 국가정보국(DNI)은 극단적 행보로 치닫고 있는 네타냐후 총리의 정치생명이 위태롭다는 내용을 담은 2024년 연례위협평가 보고서를 11일(현지시각) 의회에 제출했다. 보고서는 “팔레스타인과 안보 문제에 강경한 정책을 추구하는 극우, 초정통파 정당들과의 연립정부뿐만 아니라 네타냐후의 지도자로서 생존능력도 위태로운 처지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퇴진한다면 현재와 다르고 더 온건한 정부가 출범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보기도 했다. 보고서는 “전쟁 전부터 이미 높은 수준이던 네타냐후의 통치 능력에 대한 불신이 대중 전반에 심화하고 확산했다”며 “네타냐후의 사임과 새로운 선거를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점쳤다.

지난 9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정부에 반대하고 하마스에 억류된 인질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대가 경찰이 쏘는 물대포를 맞고 있다. 텔아비브=AP뉴시스
 
네타냐후 총리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지난해 10월7일 기습을 미리 알고 대처하지 못한 안보 참패 때문에 거센 후폭풍을 맞고 있다. 당시 하마스는 이스라엘에 침투해 1200명을 살해하고 240명을 근거지인 가자지구에 인질로 끌고 갔다. 인질 100명 정도가 아직 구출되지 않은 까닭에 이스라엘 내에서는 5개월째 이어지는 강경한 보복 전쟁이 최선인지 회의론이 제기되기도 한다.

네타냐후 총리의 불안정한 위상을 다룬 이번 보고서는 가자지구 전쟁을 두고 이스라엘과 미국의 입장 차이가 벌어지고 있는 분위기를 반영한다. 당초 바이든 대통령은 자기 방어권 차원의 안보 위협 해소를 들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에 전폭적 지지를 보냈다. 그러나 네타냐후 정권의 무차별적 공세 때문에 개전 이후 가자지구에서 숨진 사람이 3만명을 넘어서면서 그런 입장이 흔들리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민간인 보호와 인도주의 위기 완화를 계속 촉구했으나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지구 봉쇄와 공격 수위를 낮추지 않고 있다.

윤준호 기자 sherp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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