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공백에 보탬 안 되는 공공병원"...11년차 의사의 '양심고백'
[앵커]
정부는 전공의들의 병원 이탈로 생긴 의료 공백을 메꾸기 위해 공공 의료기관 활용을 한 방안으로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공공병원 체계가 무너져 현 의료 공백 사태에도 전혀 보탬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응급실 의사의 양심 고백이 나와 주목됩니다.
양동훈 기자가 이 의사를 만나고 왔습니다.
[기자]
대전에 있는 한 공공병원에서 10년 넘게 일하고 있는 응급실 의사 A 씨.
본인이 근무하는 동안 병원 응급실 체계가 서서히 무너졌다고 폭로했습니다.
이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로 방문 환자 수를 제시했습니다.
10년 전과 비교해 방문 환자 수가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는 겁니다.
실제로 병원 측에 확인했더니, 지난 2019년 5천6백여 명이던 환자가 지난해에는 2천4백여 명으로 줄었습니다.
[A 씨 / 공공병원 응급실 의사 : 2013년도에 여기 처음 왔을 때는 평일 환자 수가 20∼30명, 주말에는 한 30∼40명 정도 됐고, 지금은 하루에 4∼5명….]
그런데 A 씨는, 이런 상황을 병원에서 의도적으로 만들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심정지 환자가 응급실에서 사망하자 환자 보호자까지 있는 앞에서 '문제 생기면 어쩌려고 이런 환자를 받았느냐'고 타박을 들었다고 토로했습니다.
또, 지속 관찰이 어렵다, 복강경 수술을 할 의사가 없다는 등 의사인 A 씨 입장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로 환자를 못 받은 것도 여러 번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의료 공백으로 공공병원 역할이 중요해진 지금도 응급실 환자가 전혀 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이 공공 병원은 전공의가 2명뿐이라, 이번 집단 사직 상황에서도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은 곳입니다.
지난달 대전에서 80대 여성이 받아줄 병원을 찾지 못해 구급차에서 심정지 판정을 받았을 때도 전화 한 통 받지 못했다며 답답해했습니다.
[A 씨 / 공공병원 응급실 의사 : 그날 당직이 저였고, 근데 왜 나한테 연락이 안 왔지? (소방 당국에) 아는 분이 있어서 물어보니까, 저희를 이제 병원이라고, 응급실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병원 측은 리모델링 공사로 응급실 규모가 축소돼 환자 수가 줄어들긴 했지만 경증 응급환자는 성실히 진료하고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A 씨는 축소된 지금 규모로도 하루 15명 정도는 충분히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A 씨는 결국, 병원 측을 이해할 수 없다며 최근 사직서를 제출했는데, 전공의 집단 이탈 사태로 필수의료 유지 명령이 내려지며 반려됐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매일 환자 없는 당직실만 지키다가 퇴근하고 있다며,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공공 의료 기관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하소연했습니다.
[A 씨 / 공공병원 응급실 의사 : 지금 이 상황에 제가 이렇게 있으면, 저 필요한 사람들한테 의사로서 자격 없죠. 제가 필요한 곳에 가야죠. 여기가 바뀌지 않으면요.]
YTN 양동훈입니다.
촬영기자:장영한
그래픽:이원희
YTN 양동훈 (yangdh01@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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