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팬이 더 많지 않았나요" 김연경이 찾았다, '꼴찌에 패배→1위팀 셧아웃 격파' 반전 이끈 원동력 [수원 현장인터뷰]

수원=김동윤 기자 2024. 3. 12.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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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수원=김동윤 기자]
2023-2024시즌 도드람 V리그 여자배구 현대건설 대 흥국생명 전이 12일 오후 경기도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렸다. 흥국생명 김연경이 1세트 결정적인 역전 득점에 성공한 후 포효하고 있다. /수원=김진경 기자
흥국생명 선수단이 12일 현대건설전 승리 직후 원정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한국배구연맹
"우리 팬이 더 많이 계시지 않았나요."

김연경(36·흥국생명)이 1위팀 현대건설을 셧아웃으로 격파한 원동력을 팬에게서 찾았다.

흥국생명은 12일 수원시 장안구에 위치한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6라운드 방문경기에서 현대건설에 세트 점수 3-0(25-22, 27-25, 25-20)으로 셧아웃 승리했다.

흥국생명으로서는 5세트만 가도 우승을 내줘야 하는 벼랑 끝 위기에서 나온 값진 승리였다. 이 승리로 2위 흥국생명은 27승 8패로 승점 76을 기록, 선두 현대건설(25승 10패·승점 77)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그러면서 V리그 여자부 우승의 향방은 시즌 최종전까지 가야 알 수 있게 됐다.

승리의 1등 공신은 단연 김연경이었다. 지난 경기 팀 내 최다 득점(19점)으로 고군분투했던 김연경은 이날도 공격성공률 45.45% 16득점으로 흥국생명의 공격을 주도했다. 초반 윌로우 존슨(등록명 윌로우)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흥국생명이 16-20으로 뒤진 1세트 막판 3점을 올리면서 25-22 대역전극을 이끌었다.

그러면서 윌로우의 경기력도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고 끝내 팀 내 최다인 21점을 올렸다. 이날 흥국생명은 승점 2점만 내줘도 정규리그 1위에 실패하는 상황이었으나, 김연경은 2세트에서도 20점 이후 3득점으로 승리를 이끌며 분위기를 내주지 않았다.

여전히 우승의 키는 현대건설이 쥐고 있지만, 최종전을 앞두고 완벽하게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특히 흥국생명은 바로 전 경기에서 꼴찌팀 페퍼저축은행에 패배해 선수단에 충격이 큰 상황이었다.

2023-2024시즌 도드람 V리그 여자배구 현대건설 대 흥국생명 전이 12일 오후 경기도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렸다. 흥국생명 김연경이 1세트 결정적인 역전 득점에 성공한 후 포효하고 있다. /수원=김진경 기자

경기 후 김연경은 "후회해 봐야 어쩔 수 없다. 지나간 경기다. 하지만 그날은 페퍼저축은행에 처음으로 진 경기라 충격이 컸다. 패배 후 선수단 분위기를 다시 추스르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용인 숙소에 오는 길부터 다음날 훈련까지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선수들도 충격을 받았지만, 패배에 반성하고 다음 경기에서 다른 모습을 보여주자고 했는데 보여드릴 수 있어 다행이었다. 감독님이 밀어붙인 부분도 있다"고 전 경기 패배 후 분위기를 설명했다.

이어 "지면 현대건설이 우승을 확정하는 경기이기도 했고, 포스트시즌에서 만날 상대니까 집중해서 했다. 승점 3점을 챙길 수 있어 다행이고 (우승은) 끝까지 해봐야 알 것 같다"고 힘줘 말했다.

흥국생명은 일단 15일 4위 GS칼텍스와 홈경기를 무조건 이겨놓고, 16일 광주에서 열릴 현대건설-페퍼저축은행전을 지켜봐야 한다. 그렇기에 김연경도 1위보단 다음 경기에 집중했다.

김연경은 "우리 경기가 먼저 있어서 우리가 잘하는 게 중요하다. 승점 3점을 가져와야 더 많은 가능성이 생긴다"면서도 "페퍼저축은행이 야스민도 그렇고 다들 컨디션이 좋더라. 기대하면 조금 그렇긴 한데 그래도 그런 상황이 됐다"며 조심스럽게 이변을 기대했다.

2023-2024시즌 도드람 V리그 여자배구 현대건설 대 흥국생명 전이 12일 오후 경기도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렸다. 흥국생명 김연경이 현대건설을 상대로 세트 스코어 3-0 완승을 거둔 후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수원=김진경 기자

구장 한쪽을 가득 채운 흥국생명 원정팬들은 선수단에 큰 힘이 됐다. 평일 경기임에도 이날 수원실내체육관에는 3836명의 만원 관중이 들어섰다. 이에 김연경은 "초반에 많이 안 차 있어서 오늘 이상하다 싶었다. 다들 평일이라 퇴근하고 늦게 오신 것 같다"고 웃으면서 "우리 팬분들이 더 많이 계시지 않았나요?"라고 반문하며 응원에서만큼은 일당백이었던 흥국생명 팬들을 추켜세웠다. 이어 "그렇게 응원해 주셔서 더 힘이 났다. 그 응원에 걸맞은 결과를 보여드릴 수 있어 더 좋았다"고 활짝 웃었다.

올 시즌은 어쩌면 김연경에게 있어 마지막이 될지 모를 시즌이다. 이미 수 차례 은퇴 의사를 밝혀왔던 김연경은 지난해 우승을 이유로 흥국생명과 1년 계약을 체결했다. 이제 정규리그 한 경기를 앞둔 상황에서 다시 향후 거취에 대한 질문이 나왔을 때 김연경은 "고민하고 있다. 아직은 노코멘트"라며 짧게 답했다.

그보단 경기 전보다 가능성이 커진 정규리그 1위를 향해 조금 더 목소리를 높였다. 김연경은 "마지막까지 오니까 지치고 힘든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와서 그런 말은 핑계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플레이오프든 챔피언 결정전이든 거기에 조금 더 포커스를 맞춰서 컨디션을 유지하려 한다. 그게 현재로선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원=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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