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레알 눈깔사탕!”...어느 맹금류의 잔혹먹방 [수요동물원]
살아있는 먹잇감 사냥하면서 시체도 곧잘 먹는 ‘매파’
부모새들 비집고 다니면서 새끼 사냥해 잡아먹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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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상을 한 번 해봅시다. 갓 구워낸 따끈따끈한 붕어빵을 한 입 베어물었는데, 이 붕어빵이 정말 펄떡거리는 붕어 몸통에 반죽만 입힌 채 바로 구워낸 ‘진짜 붕어로 만든 빵’이었다면요? 뜨끈한 곰탕 한 사발을 먹었는데, 국물을 우린 고기가 알래스카에서 갓 잡아 벗겨낸 불곰의 살점과 비계라면요? 이런 섬뜩한 상상으로 비위를 최대한 무장한 다음에 아래 동영상(natureismetal instagram)을 보시기 바랍니다. 너무나도 먹음직하게 눈깔사탕을 흡입하는 새의 먹방입니다. 네. 눈깔사탕의 재료는 진짜 눈깔입니다. 이 ‘레알 눈깔사탕’을 먹어치우는 오늘 먹방의 주인공 카라카라입니다.
한두번 먹어본 솜씨가 아닙니다. 눈알의 주인공은 아마도 솟과의 초식동물로 보여요. 놈은 사체에서 어느 부분이 야들야들한 식감을 갖고 있는지 본능적으로 알고 있어요. 날카롭게 벼린 부리 끝으로 우선 꺼풀을 벗겨낸 뒤 포크처럼 꼭 집어내 잡아당깁니다. 이 노련한 테크닉에 오랫동안 주인의 앞잡이로 길을 밝혀줬던 눈알이 몸체와 분리될 참입니다. 송아지 시절부터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가졌던 시절부터 담아뒀던 추억까지 곧 포식자의 목구멍으로 삼켜질 참입니다. 그렇게 한 죽음이 다른 생명의 살아갈 동력이 됩니다. 놈에겐 눈깔사탕보다 더 한 별미이자 영양분일 거예요. 이 먹방쇼를 보여준 주인공 카라카라는 수리와 매가 주름잡고 있는 맹금류의 별종 중 별종이죠. 화려한 몸색깔만큼이나 총천연색깔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눈깔사탕 먹방을 보여주는 놈은 카라카라에 속한 10여 종 중 하나이면서 이 파벌의 대표격이라고 할 수 있는 크레스테드 카라카라입니다. 미국 남부에서 멕시코를 지나 남아메리카 북부까지 분포해있죠. 맹금류의 본산인 수리·매류는 먹잇감의 스타일과 습성 등에 따라 크게 세 파벌로 구분됩니다. 날카로운 부리와 엄청난 덩치, 발톱을 앞세워 큼지막한 동물을 사냥해 먹는 이글이글거리는 눈매의 이글파, 그리고 비슷한 큰 덩치이지만 사냥을 포기하고 죽은사체 먹는데만 주력하는 청소부인 퀭한 눈매의 벌처파가 있고요. 그리고 이들보다 덩치는 훨씬 작지만, 더욱 스피디하고 휘황찬란한 사냥을 즐기는 극강의 사냥꾼 매파가 있습니다. 카라카라는 분류학적으로 매파에 속합니다. 그래서 카라카라매라고도 해요. 하지만 단순히 매의 한 종류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다양한 맹금류의 특성을 골고루 구비하고 있습니다. 이 안에 모든 맹금류의 캐릭터가 숨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예요.
머리에서 차지하는 부리의 압도적 비중만 봐도 매보다는 수리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주목해야 할 것은 맹금류의 불멸의 무기인 발톱입니다. 카라카라의 발톱은 강력하게 갈고리져있는 여느 매류의 발톱보다는 다소 편편한 편입니다. 이글파 수리들에 비해 덩치가 작은 매류는 공중에서 급강하하는 폭격기식 습격으로 단박에 날카로운 발톱으로 자신보다 덩치가 큰 기러기 등의 뼈와 내장을 순식간에 파열시키는데요. 그런 치명적 공격을 가하기에 카라카라의 발톱은 무뎌보여요. 이런 이유가 있습니다. 카라카라는 공룡 밸로시랩터처럼 두 발에 기반한 육상사냥을 즐깁니다. 주된 사냥터가 무리지어 사는 바닷새들의 집단 주거지예요. 펭귄·신천옹·부비새 등의 둥지를 성큼성큼 다니면서 찰나의 빈틈을 이용해서 부모새가 품속에서 무럭무럭 자라나나던 보송보송한 깃털의 새끼새들을 순식간에 나꿔챕니다. 적당한 크기면 바로 꿀떡꿀떡 삼키고, 큼지막한 크기면 북북 뜯어먹습니다.
고통에 절규하는 새끼새의 비명까지도 목구멍으로 털털 삼켜버리는 왕성한 먹성입니다. 이렇게 남의 새끼를 유괴해서 그 자리에서 탐식하는 모습은 이 분야의 탑이라고 할 수 있는 도둑갈매기의 모습과 빼닮았습니다. 도둑갈매기처럼 이렇게 성큼성큼 다니면서 먹잇감을 사냥하기에 갈고리진 발톱보다 평평한 발톱이 제격입니다. 수리·매 중에서 날개가 아닌 두 발을 핵심 사냥수단으로 활용하는 종류는 단 두 종류예요. 강력한 스텝으로 뱀을 짓밟아 도륙해 삼키는 아프리카의 뱀잡이수리와 요놈들, 카라카라입니다. 여느 매보다 발톱이 무디다보니 먹잇감을 숨통을 끊는 수단은 발톱이 아닌 부리입니다. 먹잇감에 올라탄 뒤 부리로 급소를 공략해 숨통을 끊어놓죠. 수리·매는 대개 파벌에 따라 산 것을 사냥하는 무리와, 죽은 사체를 먹는 무리로 양분됩니다. 하지만 카라카라는 그 어디에도 쏠려있지 않습니다. 살아있는 먹잇감 만큼이나 썩은내나는 사체덩이도 탐닉하거든요. 자신보다 덩치가 작은 젖먹이짐승·양서류·새·파충류·물고기 모두가 메뉴에 포함돼있습니다. 먹잇감에 대한 놈들의 집착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알에서 막 부화해 늪의 제왕으로 성장할 뻔했던 카이만 악어가 부화와 함께 카라카라에게 잡아먹히는 동영상( عجائب الحياة البرية Wildlife Wonders Facebook)한 번 보실까요?
새끼 악어 입장에서는 황망하고 억울할 일입니다. 이제 막 알껍데기를 뚫고 나와 본격적으로 성장하려던 참이었는데, 놈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물가로 안전하게 데려다줄 어미 악어의 입이 아닌, 포식자 카라카라의 부리였으니까요. 이게 뭔 일이지 싶어 주위를 두리번거릴새도 없이 완전체 새끼악어가 통째로 뱃속으로 넘어갑니다. 이 새끼 악어가 세상으로 나왔을땐 온몸이 소화액에 분해돼 새똥으로 녹아든뒤 카라카라의 밑구멍으로 찍 배출된 다음일 뒤일 거예요. 안타깝지만 그게 자연입니다. 카라카라는 산자와 죽은자를 가리지 않고 먹이로 삼습니다. 병들어죽은 짐승, 사냥당해 반쯤 뜯어먹힌 사체, 방금 로드킬당해 피범벅인 된 사체도 얼씨구나 하고 달려들죠. 가리는 것 없는 왕성한 식성은 야생 생존력을 높여줍니다. 다른 새의 알을 훔쳐 노른자를 파먹는 모습에선 이집트대머리수리의 모습이, 피와 살이 엉겨붙은 사체를 끄집어내는데선 안데스콘도르의 모습이 어른거립니다. 이렇게 먹을 수 없는 것 빼고는 다 먹어치우는 카라카라에게선 올빼미·부엉이의 습성까지 아우르고 있어요. ‘펠릿’이죠. 뜯어먹는 것보다 삼키는 걸 즐기는 올빼미·부엉이는 먹잇감을 허겁지겁 꿀떡꿀떡 뱃속으로 넘긴 뒤 그래도 소화가 안되는 뼈와 발톱, 힘줄 껍데기 등은 타원형태로 그러모아 토해냅니다. 말하자면 입으로 똥을 싸는 셈인데, 이 타원형의 캡슐을 펠릿이라고 해요. 식탐의 상징이기도 한 펠릿을 카라카라 역시 게워냅니다.
가리지 않고 사냥하고 먹어치우는 드센 이미지 때문에 카라카라에겐 ‘날아다니는 악마’라는 섬뜩한 별명도 붙어있습니다. 하지만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의 습성은 결국 생존과 번성이라는 단순명쾌한 목표를 이뤄나가기위해서 저마다의 모습으로 처절하게 살아나고 있는 이상 단지 보여주는 모습만으로 이름붙이는 건 편견일 수도 있어요. 오히려 주목되는 것은 카라카라의 매혹적인 생김새입니다. 이토록 그악스럽게 살아가는 맹금류가 저토록 아름다운 색채의 얼굴을 하고 있다는 게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지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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