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개혁, 시민 500명 손에 달렸다…기초연금 지급 범위 축소도 논의
‘64세까지 의무 가입·65세부터 연금 수령’ 단일 대안 마련
‘보험료율 12~13%는 낮다’ 지적에 “단계적으로 올라가는 것”
‘기금 고갈 7~8년밖에 못 늦춘다’ 지적에 “盧정부 때도 8년 연장”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가 국민연금 개혁 방안을 논의하면서 기초연금 개혁 방안도 논의했다. 현행 제도를 유지하고 연금액을 늘리는 안과 수급 범위를 점차 줄이고 지급하는 연금액에 차등을 두는 안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향후 시민대표단 500명이 국민연금·기초연금 개혁안을 도출하면 여야는 21대 국회 임기 내에 관련 법 개정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국회에 따르면 공론화위는 근로자, 사용자, 지역가입자, 청년, 수급자 등 5개 이해관계자 그룹에서 단체별 추천을 받은 36명으로 의제숙의단을 구성하고 8~10일 서울 더케이호텔에서 합숙 워크숍을 진행했다. 워크숍에는 개인 사정으로 2명이 불참해 총 34명이 논의했다.
의제숙의단은 ▲소득대체율 및 연금보험료율 조정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관계 조정 ▲의무가입연령 및 수급개시연령 ▲퇴직연금제도 개선 방안 ▲국민연금과 직역연금의 형평성 제고 방안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 방안 ▲공적연금 세대간 형평성 제고 방안 등 연금개혁 7개 의제에 대해 토의했다.
◇기초연금 ‘현행 유지·급여 강화’·'수급범위 축소·급여 차등화’ 2개안 마련
의제숙의단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과 보험료율에 대해서는 1안 ‘보험료율 현행 9%에서 13%로 점진적 인상, 소득대체율 40%에서 50%로 인상’과 2안 ‘보험료율 10년 이내에 점진적으로 12%까지 인상, 소득대체율은 40% 유지’를 마련했다. 1안과 2안은 단순히 의제숙의단 참여자가 대안을 발표한 순서라는 게 공론화위 설명이다.
보험료율은 임금에서 국민연금 보험료로 납부하는 금액 비율이다. 월급이 300만원인 직장 가입자라면 보험료 절반을 기업이 부담하고 절반만 월급에서 납부한다. 현재(보험료율 9%)는 매달 13만5000원을 보험료로 납부하지만, 13%로 오르면 19만5000원, 12%로 오르면 18만원을 내야 한다. 소득대체율은 생애 평균 소득 대비 은퇴 후 받는 연금액의 비율이다. 당초 50%였으나 2009년부터 매년 0.5%포인트씩 낮아져 올해는 42%이고, 2028년에 40%에 도달한다.
국민연금 의무가입 및 수급개시 연령은 ‘의무가입 상한 연령을 만 64세로 상향하고, 수급개시 연령은 만 65세를 유지’하는 내용의 단일 대안을 선정했다. 현재 의무가입 연령은 59세까지이고, 연금액 수급이 시작되는 연령은 63세다.
노후에 국민연금을 받는 연령은 당초 60세였으나 2013년부터 5년마다 1세씩 높아지고 있다. 2033년부터는 65세부터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올해는 63세가 되면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다. 현재 제도는 보험료 납부 의무가 종료되는 시점과 수급 개시 연령 사이에 3년이라는 시차가 있지만, 65세로 높이면 보험료 납부가 끝나면 곧바로 연금액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국민연금 기금은 현행 제도를 고치지 않으면 2055년 고갈된다.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 안을 채택하면 기금은 2062년, ‘보험료율 12%, 소득대체율 40%’ 안은 2063년 기금이 고갈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금 고갈 시점을 7~8년 늦추는 효과가 있다.
기초연금은 현재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에게 월 30만원 정도를 지급한다. 기초연금액도 물가상승률이 반영되어 매년 오른다. 올해는 단독가구 기준으로 최대 33만4810원을 지급하고, 국민연금 수급자는 일부 감액된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관계 의제는 총 2개의 대안이 선정됐다. 1안은 ‘국민연금의 재분배 기능과 기초연금의 수급 범위를 현행대로 유지하고, 급여 수준을 강화한다’이고, 2안은 ‘국민연금 급여 구조는 현행 유지하며, 기초연금은 수급 범위를 점진적으로 축소하고 차등 급여로 하위 소득자에 대한 보호를 강화한다’는 안이다. 2안은 소득과 자산이 적을수록 더 많은 기초연금액을 지급하는 방안이다.
7가지 의제 중 국민연금과 직역연금 형평성 제고 방안,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 방안 등은 공론화위의 추가 논의를 거쳐 대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퇴직연금제도 개선 방안은 공론화 의제에서 제외한다. 김 위원장은 “제한된 기간 내 충분히 성숙된 대안을 제시하기 어렵고 별도의 이해관계자 중심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시민대표단 500명 4월 나흘간 토론…국회, 의견 고려해 입법 추진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12~13% 수준으로 올리자는 대안은 인상 폭이 적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보건복지부 산하 전문가위원회는 보험료율을 15~18%로 높이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일본의 연금 보험료율은 18.3%로 한국의 두 배 수준이다. 기존 13.58%였던 것을 2004년 18.3%로 높였다.
연금개혁특위 민간자문위원회 공동위원장인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는 “보험료율 12~13%가 너무 낮다는 지적도 있지만, 자영업자나 기업인, 근로자들에서는 너무 높다는 의견도 있다”고 했다. 그는 “연금개혁은 이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이후 5년마다 이뤄지는 재정 계산에 의해 제도 개선이 계속된다”며 “보험료율이 향후 얼마나 올라갈지 추론할 수는 없지만, 올라가더라도 12~13%로 올라간 다음 단계적으로 더 올라가는 것이지 갑자기 15%나 18%로 올리는 안은 없다”고 말했다.
이번에 국민연금 개혁을 하더라도 기금 고갈 시점을 7~8년 늦추는 것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민간자문위 공동위원장인 김연명 중앙대 교수는 “노무현 정부에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60%에서 40%로 삭감하는 엄청난 개혁으로 기금 고갈 시점이 2047년에서 2060년으로 13년 연장됐지만 이후에 저출산·고령화로 고갈 시점이 2055년으로 앞당겨졌다. 결국 기금 고갈 시점이 8년 연장된 것”이라며 “맹탕이라는 판단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개혁은 이제 시민 500명의 손으로 넘어간다. 공론화위는 인구비례 등을 고려해 시민대표단 500명을 이달 중 선정한다. 이들은 4월 13일, 14일, 20일, 21일 나흘간 숙의토론회에 참여한다. 공론화위는 시민대표단이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한 주요 의제를 학습할 수 있도록 자료집과 동영상 강의 등을 제공한다.
공론화위는 시민대표단 500명을 대상으로 선발 직후, 숙의토론회 직전과 직후 등 총 3차례 설문조사가 실시해 의견 변화를 조사한다. 공론화위가 최종 결과를 정리해 연금특위에 보고하면 여야는 시민대표단의 의견을 고려해 연금개혁 입법을 추진한다. 정부와 국회는 20대 국회 임기가 종료되는 5월 29일까지 연금개혁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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