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회장 “CEO도 실적 부진하면 바로 교체”
‘신상필벌’ 인사제도 ‘칼’ 빼들어
신세계그룹 정용진 회장(사진)이 위기 극복을 위한 칼을 빼들었다. 최고경영자(CEO)라도 기대 실적에 미치지 못하면 바로 교체하는 등 경영 혁신을 위한 신상필벌 인사제도를 본격 가동키로 했다. 지난 8일 회장 승진 이후 처음 선보이는 내부 시스템 개혁이다.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내부적으로 마련한 핵심성과지표(KPI)를 토대로 이르면 다음달부터 ‘임원진 수시 인사’를 단행한다.
KPI는 성과 측정의 정성적인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고 정량적인 지표를 중심으로 조직 또는 개인의 성과를 계량화한 새로운 인사평가 방식이다.
현재 신세계 성과 보상제의 큰 틀은 등급제다. 개인 실적·성과와 상관없이 직급별로 모두가 똑같이 혜택을 받는 만큼 책임경영은 물론 우수인재를 확보하기가 어려워 자칫 미래 성장동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컸다.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져온 정 회장은 지난해 11월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경영전략실을 개편하면서 산하에 K태스크포스(KTF)와 P태스크포스(PTF)를 신설했다. KTF는 구성원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예측 가능한 ‘신세계식’ KPI를 수립하며, PTF는 이를 토대로 기존 인사제도를 전면적으로 혁신하는 임무를 맡았다.
정 회장은 지난해 경영전략실 개편 후 전략회의에서 “철저하게 성과에 기반한 인사·보상 체계를 갖춰야 한다”며 대대적인 개혁을 주문했다. 정 회장은 세부 개편안을 수시로 보고받으며 제도 개편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계열사가 직면한 실적 위기를 타개하려면 체계적인 성과 시스템부터 구축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신세계가 당면한 경영환경은 녹록지 않다. 핵심인 이마트는 물론 유동성 위기에 빠진 신세계건설과 SSG닷컴·G마켓 등 e커머스 계열사가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마트는 쿠팡·알리익스프레스 등 외국 국적 e커머스의 공세 속에 실적이 정체되고 있다. 지난해 이마트는 연간 매출 규모(약 29조4000억원)에서 쿠팡(약 31조8000억원)에 밀리기까지 했다. 무엇보다 지난해 신세계건설의 대규모 손실 여파로 1993년 창립 이래 처음으로 연간 기준 영업적자로 돌아선 점이 뼈아프다.
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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