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부자 증세’ 예산안 공개…트럼프 ‘감세’에 맞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부자 증세’를 골자로 하는 7조3000억달러 규모의 2025 회계연도 예산안을 공개했다. 국정연설에서 밝힌 대로 기업·초고소득자에 대한 증세를 통해 중산층 지원을 늘리는 것이 핵심이다. 재선 캠페인의 일환으로 감세를 전면에 내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차별화하는 2기 구상 비전을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가 이날 공개한 내년도 예산안에는 부자 증세와 함께 영유아 보육 보조금 지급, 처방약 가격 인하 등 의료비 절감,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에 따른 세액공제 확대 등 중산층을 위한 지출안이 대거 포함됐다. 특히 법인세 최저세율을 15%에서 21%로 인상하고, 자산 1억달러 이상 초고소득층에게 25%의 최저세율을 부과하기로 했다. 여기서 조성된 재원을 중산층을 위한 지출에 사용하면 재정적자도 줄일 수 있다는 게 백악관의 설명이다. 현재 부유층에게 적용되는 소득세율은 평균 8%에 불과하다. 이번 예산안은 행정부가 편성할 수 있는 재량 지출 규모도 늘렸다.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한 상황에서 예산안이 원안대로 통과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하원의 공화당 지도부와 공동으로 낸 성명에서 “예산안은 바이든 행정부의 무분별한 지출에 대한 끝없는 욕심을 보여준다”며 “미국의 후퇴를 촉진할 구상”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바이든 대통령은 재선 구상의 핵심 공약을 뒷받침하는 지출 확대를 약속하며 지지층을 결집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예산안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재대결을 앞두고 ‘세금 공방’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고 분석했다. 실제 바이든 대통령은 뉴햄프셔 유세 연설에서 “부자들과 대기업들이 (트럼프가) 하려는 대로 2조원의 추가 감세가 정말 필요하다고 보는가. 나는 공정하게 만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CNBC 방송과 인터뷰하면서 중국 등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공약을 재확인하며, 이로 인한 혜택이 미국 기업과 노동자에게 되돌아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내년도 국방예산의 경우 공화당과의 지출 상한 합의에 따라 1%만 증액됐는데, 이로 인해 F-35 스텔스 전투기나 원자력추진잠수함 등 주요 무기체계 구매가 축소되거나 지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만에 대해서는 의회의 별도 허가 없이도 미군이 보유한 군 물자를 이전할 수 있도록 하는 예산 5억달러도 처음으로 포함했다. 중국 위협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태평양 억제력을 강화하는 구상에도 전년보다 8억달러 많은 99억달러를 배정했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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