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교수들 이탈 땐 병원 ‘올스톱’ 위기…대치 장기화 조짐

천호성 기자 2024. 3. 12.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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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이탈 전공의 처벌’ 가시화에
의대 교수들 사직 집단행동 조짐
윤 대통령 “원칙대로” 강경 고수
지난 7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병동 입구에 병동폐쇄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오는 18일까지 전공의 이탈 등에 대한 정부의 해결 노력이 없으면 집단 사직하겠다고 밝히면서 의-정 대립이 전공의를 넘어 의대 교수들로 번지는 모양새다. 가톨릭대·단국대·중앙대 의대 등도 정부가 의대 정원 증원 규모 축소를 전제로 의사들과 대화에 나서라며 압박하고 있다. 반대로 정부는 증원 규모는 협상 대상이 아니라며 못박아 ‘강 대 강’ 대치가 길어질 조짐이다.

12일 서울대 의대와 가톨릭대 의대 등은 정부에 ‘2천명 증원’ 규모에 대한 유연한 태도를 보이면 대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방재승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원장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비대위가 제안하는 해결책은 정부가 의사 증원 규모를 무조건 2천명으로 확정하지 말고 ‘증원 가능’하다는 전제 아래 대화 협의체를 구성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가톨릭대 의대 교수협은 성명을 내어 “교수들은 중증환자·필수환자 치료를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으나 거의 한계상황”이라며 “(정부는) 특정 정원을 고집하지 않고 조건 없는 대화·토론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10개 국립대 의대 교수 모임인 거점국립대학교수회연합회도 “정부는 의료계와의 원만한 대화와 협의 분위기 조성을 위해 전공의들의 입장을 최대한 배려해달라”고 요구했다.

애초 정부와 의료계에선 교수들이 갈등의 중재자가 될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있었다. 교수는 제자인 의대생·전공의가 전문의로 성장하는 10여년 동안 개별 지도해 영향력이 크다. 또 의사 사회 안에서도 가장 고난도 업무를 담당하는 것은 물론 학문적 지식도 높아 교수들에 대한 존중이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의대 증원 추진에 반발한 의사의 집단 진료 거부 사태 당시 의정합의가 이뤄진 뒤에도 국시를 거부하던 학생들을 설득한 것이 교수들이었다. 이들은 국시를 볼 수 있도록 정부와 전공의·의대생 단체를 중재하기도 했다. 정부가 지난달 26일 개원의 중심인 대한의사협회(의협)의 대표성을 문제 삼으며 여러 직역 의사를 대표할 만한 협상단을 요청한 것도 교수들의 협상단 참여를 염두에 둔 행보였다.

그러나 의대 교수들이 오히려 집단행동에 동참하면서 의-정 갈등이 한층 더 격화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입원 환자 관리, 수술 보조 등을 맡는 전공의·전임의와 달리 중환자 수술을 집도하고 외래환자를 진료하는 교수마저 이탈하면 사실상 병원 운영이 멈추기 때문이다. 한 국립대 의대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한겨레에 “정부 당국자가 현장 이탈 전공의에게 ‘법정 최고형’을 적용하겠다고 하는 등 전공의 처벌이 가시화되면서 교수들의 반응도 격해졌다”고 전했다.

정부는 전공의·교수 등과 대화 의지를 강조하면서도 ‘2천명 증원’은 고수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의료개혁을 원칙대로, 신속하게 추진하라”고 말했다고 김수경 대통령실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전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정부는 의대 정원 2천명 증원에 대해서는 확고한 생각을 갖고 있다. 이는 더 이상 늦추기 어려운 과제라는 점을 다시 한번 밝힌다”고 강조했다. 대신 의료사고에 따른 의료인의 법적 부담을 줄이는 ‘의료사고처리 특례법’ 제정과 전공의 연속근무시간 상한(36시간) 단축 등 유화책을 속속 내놓고 있다. 전날엔 조규홍 복지부 장관이 전공의들을 만나기도 했다. 다만 참석자 신원이 노출될 수 있다며 구체적인 내용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시민사회에선 의-정이 대치를 풀고 병원 기능을 정상화할 해법과 공공의료 강화 대책을 모색하라는 목소리도 커진다. 참여연대·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등은 16일 서울 대학로에서 ‘의-정 대립 속에 실종된 공공의료 찾기 행진’을 한다. 이들은 “증원 자체에 반대하는 의사들의 파업이 명분이 없다”며 “윤석열표 ‘의료개혁’ 역시 가짜”라고 주장했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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