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불법파견 판결에 ‘자회사 세워 채용’ 꼼수 쓰는 철강업계

김지환 기자 2024. 3. 12.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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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 “제철소는 연속 공정이라 원청이 사내하청 고용해야”

철강업계는 사내하청 노동자 사용이 불법파견이라는 판결이 잇달아 나오는데도 자회사 채용이라는 ‘꼼수’로 대응해왔다. 노동계는 연속공정 흐름으로 구성된 제철소 특성상 특정 공정만 떼어내 도급을 주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에 원청이 사내하청 노동자를 직접고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대법원은 12일 현대제철이 냉연강판 등 생산에 필요한 지원공정, 차량경량화 제품 생산공정 등에서 사내하청 노동자를 사용한 것은 불법파견이라고 판단했다. 현대제철이 하청 노동자에 대해 실질적으로 지휘·명령을 한 만큼 하청 노동자를 직접고용해야 한다는 취지다.

완성차 업계에 이어 철강업계에서도 사내하청 사용이 불법파견이라는 판결이 이어지자 철강업계는 사내하청 노동자를 직접고용하는 대신 자회사 설립이라는 우회로를 선택했다. 현대제철은 근로자지위확인소송 하급심에서 승소한 하청 노동자에게 소를 취하하면 신설하는 자회사에서 일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실제로 현대제철은 2021년 7월 당진, 인천, 포항에 자회사를 세우고 하청 노동자 4000명가량을 채용했다.

현대제철은 최근 대법원 선고기일 연기를 요구하면서 순천공장 자회사 설립 추진을 근거로 들었다. 현대제철은 선고기일 연기신청서에서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과 협의를 통해 불법파견 분쟁을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그 방안 중 하나로 현대제철은 협력업체 직원들의 직접고용을 위한 계열사 설립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2022년 7월 대법원에서 불법파견 판결을 받은 포스코도 지난해 포항·광양제철소에 6곳의 정비 자회사를 만들었다. 기존 사내하청업체를 통폐합하는 방식이다. 노동계는 포스코의 자회사 설립은 불법파견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다만 동국제강그룹 철강사업법인 동국제강과 동국씨엠 노사는 지난해 11월 사내하청 노동자 1000명을 직접고용하는 데 합의했다. 철강업계에서 원청이 하청 노동자를 직접고용한 것은 처음이었다. 동국제강그룹에선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이 없었는데도 직접고용이 이뤄진 것은 사법부의 잇단 불법파견 판결뿐 아니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효과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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