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붙명단 찢고 실력파 찍었다
황민국 기자 2024. 3. 12. 21:02
‘임시직’ 황선홍 감독이 바꿔놓은 국가대표 선발기준
64년 만의 아시아 정상 탈환이 실패로 끝난 한국 축구는 재도약의 출발선에 섰다. 지난 11일 발표된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태국과 2연전(21일·25일)에 나설 소집명단(23명)이 그 첫걸음이다.
A매치가 다가올 때면 나오는 이 명단이 주목받은 것은 태극마크의 기준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경질된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 대신 임시 사령탑으로 지휘봉을 잡은 황선홍 감독(56)은 새로운 명단을 발표하면서 이름값이 아닌 실력과 활약상으로 선수들을 평가했다. 지난 1년간 대표팀에서 소외받았던 K리거들의 희망이 되살아난 순간이다.
■되살아난 땀의 의미
황 감독이 실력만 본다는 증거는 늦깎이 골잡이 주민규(34·울산)의 발탁이다. 주민규는 30대에 기량을 꽃피운 골잡이로 2021년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생애 첫 득점왕(22골)에 등극한 이래 K리그1 최다골(2022년 17골·2023년 17골)의 자리를 내준 적이 없다.
파울루 벤투와 클린스만 모두 그를 외면했다. 황 감독이 주민규를 소집한 데에 대한 질문을 받고 “지난 3년간 K리그1에서 50골 이상 넣은 선수는 주민규가 유일하다. 더는 설명이 필요 없다”고 답한 것과 비교된다.
덕분에 주민규는 한국 축구 역사상 가장 늦은 나이(33세 333일)에 대표팀에 발탁된 선수가 됐다. 주민규는 불과 1주일 전 대표팀 발탁 가능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0.01%도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대표팀의 또 다른 새 얼굴인 수비수 이명재(32·울산)와 미드필더 정호연(24·광주)도 K리그1에서 보여준 활약상에 걸맞은 대우를 받았다. 이명재는 왼쪽에 발생한 수비 공백을 메울 것으로 기대되고, 정호연은 풍부한 활동량으로 중원에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재목으로 평가받는다.
황 감독이 이번 소집에서 외면받은 K리거들에게 보낸 메시지도 눈여겨볼 만하다. 최근 개막한 K리그1에서 2경기 연속골을 넣고도 대표팀에서 빠진 이승우(26·수원FC)에 대해 “2선 조합이나 여러 측면을 고려해 선발하지 못했다. 아쉽게 생각하는 부분”이라며 “K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에게 대표팀의 문은 항상 열려있다. 포기하거나 실망하지 말고 정전했으면 한다”고 말한 것이다. K리거들 사이에서 ‘대표팀에 가려면 유럽에 가는 게 더 빠르다’고 나돌던 우스갯소리는 이제 사라질 때가 됐다.
■숨겨진 유럽파 발굴 병행 고민도 필요해
황 감독이 숨겨진 유럽파 발굴도 놓치면 안 된다는 시선도 있다.
클린스만 전 감독이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을 과도하게 대우해 문제였지만, 주목받지 못했던 선수들을 찾아낸 공로도 있기 때문이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당시 측면 수비수로 금메달에 기여했던 박규현(23·디나모 드레스덴)은 단점이 부각돼 대표팀에서 커리어를 이어가지 못했으나 장점도 뚜렷한 선수였다.
또 한국인 어머니와 독일인 아버지 사이에 태어난 혼혈 미드필더 옌스 카스트로프(20·뉘른베르크) 같은 케이스도 지속적으로 찾아낼 필요가 있다. 황 감독은 임시직 사령탑이라는 한계로 이 같은 노력이 쉽지 않겠지만 후임 사령탑 혹은 대한축구협회가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할 대목이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벤투·클린스만이 외면한
‘폼 좋은’ K리거 대거 발탁
“이승우, 포지션 문제일뿐
포기하거나 실망은 금물”
64년 만의 아시아 정상 탈환이 실패로 끝난 한국 축구는 재도약의 출발선에 섰다. 지난 11일 발표된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태국과 2연전(21일·25일)에 나설 소집명단(23명)이 그 첫걸음이다.
A매치가 다가올 때면 나오는 이 명단이 주목받은 것은 태극마크의 기준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경질된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 대신 임시 사령탑으로 지휘봉을 잡은 황선홍 감독(56)은 새로운 명단을 발표하면서 이름값이 아닌 실력과 활약상으로 선수들을 평가했다. 지난 1년간 대표팀에서 소외받았던 K리거들의 희망이 되살아난 순간이다.
■되살아난 땀의 의미
황 감독이 실력만 본다는 증거는 늦깎이 골잡이 주민규(34·울산)의 발탁이다. 주민규는 30대에 기량을 꽃피운 골잡이로 2021년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생애 첫 득점왕(22골)에 등극한 이래 K리그1 최다골(2022년 17골·2023년 17골)의 자리를 내준 적이 없다.
파울루 벤투와 클린스만 모두 그를 외면했다. 황 감독이 주민규를 소집한 데에 대한 질문을 받고 “지난 3년간 K리그1에서 50골 이상 넣은 선수는 주민규가 유일하다. 더는 설명이 필요 없다”고 답한 것과 비교된다.
덕분에 주민규는 한국 축구 역사상 가장 늦은 나이(33세 333일)에 대표팀에 발탁된 선수가 됐다. 주민규는 불과 1주일 전 대표팀 발탁 가능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0.01%도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대표팀의 또 다른 새 얼굴인 수비수 이명재(32·울산)와 미드필더 정호연(24·광주)도 K리그1에서 보여준 활약상에 걸맞은 대우를 받았다. 이명재는 왼쪽에 발생한 수비 공백을 메울 것으로 기대되고, 정호연은 풍부한 활동량으로 중원에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재목으로 평가받는다.
황 감독이 이번 소집에서 외면받은 K리거들에게 보낸 메시지도 눈여겨볼 만하다. 최근 개막한 K리그1에서 2경기 연속골을 넣고도 대표팀에서 빠진 이승우(26·수원FC)에 대해 “2선 조합이나 여러 측면을 고려해 선발하지 못했다. 아쉽게 생각하는 부분”이라며 “K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에게 대표팀의 문은 항상 열려있다. 포기하거나 실망하지 말고 정전했으면 한다”고 말한 것이다. K리거들 사이에서 ‘대표팀에 가려면 유럽에 가는 게 더 빠르다’고 나돌던 우스갯소리는 이제 사라질 때가 됐다.
■숨겨진 유럽파 발굴 병행 고민도 필요해
황 감독이 숨겨진 유럽파 발굴도 놓치면 안 된다는 시선도 있다.
클린스만 전 감독이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을 과도하게 대우해 문제였지만, 주목받지 못했던 선수들을 찾아낸 공로도 있기 때문이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당시 측면 수비수로 금메달에 기여했던 박규현(23·디나모 드레스덴)은 단점이 부각돼 대표팀에서 커리어를 이어가지 못했으나 장점도 뚜렷한 선수였다.
또 한국인 어머니와 독일인 아버지 사이에 태어난 혼혈 미드필더 옌스 카스트로프(20·뉘른베르크) 같은 케이스도 지속적으로 찾아낼 필요가 있다. 황 감독은 임시직 사령탑이라는 한계로 이 같은 노력이 쉽지 않겠지만 후임 사령탑 혹은 대한축구협회가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할 대목이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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