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열풍 벌써 끝난건가”···‘이 종목’ 주주환원 늘렸는데 왜 꺾이나 봤더니

김정석 기자(jsk@mk.co.kr) 2024. 3. 12.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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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정부 발표후
증권지수 4% 가까이 ‘뚝’
PF 등 실적 리스크에 발목
보험지수 역시 2%대 하락
삼성생명 주가 약세가 한몫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코스피, 코스닥 지수 및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없음. [사진 제공=연합뉴스]
저PBR(주가순자산비율)주 장세에서 부상했던 금융주 가운데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지원방안 발표 이후 증권주와 보험주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반면 지원방안 세미나가 시행되기 전 주주환원책을 구체화한 은행주는 오히려 상승세를 이어갔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1차 세미나’가 개최된 지난달 26일부터 이날까지 주요 증권사들로 구성된 KRX 증권 지수는 3.97% 하락했다. 이 기간 시가총액 상위 10개 보험사로 꾸려진 KRX 보험 지수 역시 2.19% 떨어졌다.

올해 정부의 발표 직전까지만 해도 KRX 증권 지수와 KRX 보험 지수는 각각 14.94%와 20.53%의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으나 ‘밸류업 재료 소멸’ 이후 바로 하락세에 접어든 것이다.

증권주 가운데서도 눈에 띄게 주가가 떨어진 종목은 미래에셋증권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달 말 주가가 9020원까지 고공행진 한 뒤 우하향 곡선을 그리면서 12일 7820원까지 떨어졌다. 한국금융지주와 삼성증권도 각각 5.21%와 5.74% 하락했다.

KRX 은행 지수는 여타 금융주 관련 지수와는 반대로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세부내용이 공개된 뒤에도 2.48% 상승했다. KRX 은행 지수는 12일 기준으로 올해 들어 19.94% 오르면서 한국거래소가 산출하는 KRX 지수 가운데 가장 큰 상승률을 나타냈다.

이날 NH투자증권이 13년만의 자사주 소각을 결정하는 등 증권주들이 적극적으로 주주환원책을 확대하고 있음에도 ‘실적 리스크’가 발목을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해외 상업용 부동산 부실 우려가 증권주의 실적 기대감을 끌어내리는 상황이다.

최근 글로벌 신용평가사 S&P는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또한 보험주들은 미래에셋증권을 제외하면 배당기준일이 바뀌지 않아 배당에 대한 기대감이 축소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가에서는 밸류업 프로그램을 먼저 시행한 일본 역시 금융주 중 증권주의 PBR 개선세가 뒤처지면서 주가 상승 폭이 낮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일본에서도 금융주 가운데 자기자본이익률(ROE)가 낮은 증권주가 주주환원성향이 가장 크지만 PBR은 가장 낮다”며 “증권사들이 주주환원 정책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지만 낮은 ROE와 각종 리스크로 시장에 실적 염려가 잔존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은행, 보험, 증권 순으로 관련 지수가 오른 것과 마찬가지로 주주환원 테마를 중심으로 선호 업종의 순위를 정해도 같은 순서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험주의 경우 지수를 견인했던 대장주 삼성생명이 12일 전날보다 5.43% 떨어지는 등 하락세에 접어든 여파가 주요했다. 삼성생명은 지난 2월 콘퍼런스콜에서 자사주 소각을 검토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주주환원 확대를 시사하자 주가가 급등했으나 지난 8일부터 하락 전환해 3거래일 연속으로 떨어졌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보험주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삼성생명의 주가가 조정받으면서 보험 지수가 주춤한 것”이라며 “삼성생명이 자사주 소각 검토를 알린 뒤 최근까지 구체적인 움직임을 드러내지 않자 상승세가 꺾였다”고 설명했다.

은행주에서는 4대 금융 지주 대부분이 ‘밸류업 재료 소멸’ 이후로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12일까지 KB금융은 11.25%, 신한지주 5.08%, 하나금융지주는 1.02% 올랐다.

밸류업 기대감이 선반영되며 지난달 주가가 급등했던 증권과 보험 관련주의 조정과는 반대로 은행주들은 굳건한 모양새다. 최근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분쟁조정기준안이 발표됐고, 이 기간 배당락일도 있었으나 은행주를 향한 ‘밸류업 기대감’이 유효하기 때문이다.

나민욱 DS투자증권 연구원은 “ELS 손실 배상은 일회성 요인인 만큼 은행주 주주환원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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