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이 '우리치타 김태환' 외칠때, 울산은 '국대호랑이 설영우' 믿었다[현장메모]

[울산=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울산 HD를 떠나 '라이벌' 전북 현대에 둥지를 튼 김태환이 이날 경기의 스포트라이트를 가져가는 듯했다.

하지만 울산과 국가대표팀에서 그를 밀어내고 주전으로 성장한 설영우가 이날도 형을 제치고 경기의 주인공이 됐다. 울산 팬들은 믿고 있었다는 듯 경기장을 열광적인 함성으로 뒤덮었다.

울산은 12일 오후 7시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2023~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8강 2차전에서 전북을 합산 점수 2-1로 꺾고 4강으로 향했다.

김태환은 2015년부터 상무 시절을 제외하고 울산에서 8시즌을 뛴 팀의 베테랑이었다. 울산에서 국가대표 우측 풀백으로 발탁되기도 하며 영광의 나날을 보냈다.

하지만 올 시즌 시작 전 겨울이적시장에서 김태환이 내린 선택은 '울산의 라이벌' 전북으로의 이적이었다. 김태환이 다른 팀도 아닌, 울산과 최근 몇 년 동안 K리그1 우승을 다퉜던 전북으로 간다는 소식에 울산 팬들은 큰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지난 5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울산과 전북의 ACL 8강 1차전 1-1 무승부 후 김태환이 울산 서포터즈들에게 향했지만, 울산 팬들을 할 수 있는 최대한 냉담한 반응을 전했다. 환호도 야유도 아닌 무관심. 팀을 떠나 하필 라이벌로 간 김태환에게 전하는 분명한 메시지였다.

그러자 이날 울산 원정을 온 전북 팬들은 김태환의 별명을 차용해 '우리치타'라고 적힌 대형 깃발을 제작해 세차게 흔들었다. 이어 '김태환을 위해'라고 쓴 현수막을 내건 전북 팬들은 선수들의 이름을 외칠 때 '김태환'을 가장 크게 외치며 울산 팬들을 도발했다. 울산 측은 이에 김태환의 공 소유 때마다 야유로 답했다.

김태환이 이 경기의 주인공으로 흘러가나 하던 전반 막바지, 울산과 국가대표팀에서 김태환을 밀어내고 오른쪽 풀백 자리를 차지한 '아기호랑이' 설영우가 떠난 형에게 본때를 보여줬다.

전반 추가시간 2분 울산의 외국인 공격수 루빅손이 왼쪽에서 오른발로 올린 크로스를 반대편 박스 안에 자리잡고 있던 설영우가 오른발 인사이드 발리슈팅으로 연결해 전북 골문 왼쪽 상단에 꽂으며 득점을 터뜨렸다. 울산이 합산점수에서 2-1 리드를 가져가는 순간. 설영우는 득점 이후 울산 팬들의 환호를 유도하며 경기장을 뜨겁게 만들었다.

울산이 결국 이 한 골의 격차를 끝까지 지키며 ACL 4강으로 향했다.

경기의 초점이 '울산을 떠난' 김태환에게 맟춰지는 듯했던 순간, '울산이 사랑하는' 설영우가 스포트라이트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holywater@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