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출국 논란·한동훈 효과 한계…여당 내 고개 드는 악재
이념문제만 앞세운 한 위원장, ‘중도 확장 임계치’ 지적
박성민 “대통령이 순방 가자 해” 출마자 언행 문제 돌출
지역구 공천 과정의 갈등을 상대적으로 잘 관리했다는 평가를 받은 국민의힘에 4·10 총선을 한 달도 남겨두지 않고 각종 악재가 고개를 들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해병대 채모 상병 사건으로 수사를 받던 이종섭 주호주대사가 법무부의 출국금지 해제로 호주로 출국하는 등 정권발 악재에다 조국혁신당의 부상으로 윤석열 정권 심판론이 재점화되고 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보수층 결집에 성공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을 상대로 이념 문제만 강조해 중도층 확장에는 한계에 직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이미 공천을 받은 지역구 후보들의 문제적 언행이 거듭 불거져 당 이미지를 추락시키고 있다.
야당들은 12일에도 이 대사의 호주 출국을 ‘도피성 출국’으로 몰아세우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이날 ‘이종섭 특검법안’을 제출했다.
여당 입장에서는 이 대사 이슈가 커질수록 ‘윤석열 대 반윤석열’ 전선이 선명해지고, ‘윤·한 갈등’ 이후 억제해온 정권심판 프레임이 되살아나 총선에 불리할 수 있다.
의대 정원 확대는 국민들의 압도적인 지지 속에 윤석열 대통령 국정지지율 상승을 견인했고, 여당 총선에도 긍정적이란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정부 2000명 대 의사들 0명’의 평행선 대치가 장기화하고, 이날 서울대 의대 교수 전원이 사직하기로 하는 등 갈등이 격화일로로 치닫자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는 양상이다. 여당 내에서도 “(의사 등) 특정 집단을 악마화해서 좋을 일은 없다”(김웅 의원)고 경계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위원장 취임 효과가 임계치에 도달했다는 분석도 있다. 한 위원장은 여권 미래 주자로서 ‘한동훈 대 이재명’ 구도를 만들고, 민주당을 ‘운동권 특권세력’으로 규정하면서 윤 대통령에 실망한 보수층을 여당으로 결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공천에서 사천 논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관리해 지지율도 끌어올렸다. 하지만 총선 본선을 앞두고도 ‘이재명 때리기’와 ‘종북 청산’ 등 이념 구호에 머물면서 중도층 확대에 제약이 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이날 통화에서 “판세가 여당에 상당히 좋은 상태였는데 윤 대통령이 이 대사 건을 무리하게 처리하면서 최대 위험 요소가 됐다”며 “검찰에 핍박받은 서사를 가진 조국의 시간이 도래하면서 ‘한동훈 대 이재명’ 구도가 약해지고 ‘조국 대 윤 대통령’ 구도가 부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총선 출마자들의 언행 문제가 불거지는 것도 리스크다. 박덕흠 의원(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은 지난달 27일 지역구 소방공무원 등과 함께 ‘축 당선’이라고 적힌 케이크를 놓고 사실상 당선 축하파티를 벌인 데 이어 이날 출판기념회에서 무료 마술쇼를 제공한 혐의로 충북선관위에 고발당했다.
박성민 의원(울산 중)이 지난 1월 의정보고회 당시 “(지난해 대통령 미국 국빈방문에) 내가 사양했는데 (대통령이) 몇번 가자고 해서 어쩔 수 없이 갔다” 등 윤 대통령과의 친분을 강조한 발언이 담긴 녹취록도 이날 공개됐다. 성일종 의원(충남 서산·태안)은 지난 3일 이토 히로부미를 “인재”라고 언급했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사과했다.
수도권에서 연고가 별로 없던 지역에 유력 인사나 영입 인사를 단수·전략 공천한 경우가 많아 해당 지역 후보의 경쟁력을 높여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박진 의원(서울 서대문을), 함운경 후보(서울 마포을) 등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당 지지율보다 낮게 나오는 것을 두고 지역에 밀착할 시간이 짧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미덥·문광호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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