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여 왜 그려어!" 7사사구 9실점 KIA 영건 대참사…류현진도 긴장했다

김민경 기자 2024. 3. 12.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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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IA 타이거즈 투수 장민기 ⓒ KIA 타이거즈
▲ 4사구가 쏟아지자 난감해 하는 KIA 타이거즈 장민기 ⓒ KIA 타이거즈

[스포티비뉴스=대전, 김민경 기자] "뭐여, 왜 그려어!"

한화 이글스 에이스 류현진(37)의 12년 만에 국내 마운드 복귀전으로 기대를 모은 12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 한화와 KIA 타이거즈의 시범경기가 열린 가운데 1회말 관중석에서 분노에 찬 목소리가 나왔다. KIA 투수 장민기가 2타자 연속 사구를 기록하자 한 팬은 "뭐여, 왜 그려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목소리는 중계방송을 타고 전국에 중계됐다. 그만큼 KIA 영건들이 답답한 제구력으로 관중들의 속을 태웠다.

이범호 KIA 감독은 12일 한화와 시범경기에 나설 선발투수로 좌완 장민기(23)를 낙점했다. 장민기는 2021년 2차 2라운드 14순위에 KIA에 지명받은 유망주다. 프로 첫해 1군에서 21경기, 2승1패, 2홀드, 23⅓이닝, 평균자책점 3.47을 기록한 뒤 상무에 입대해 군 문제부터 해결했고, 올해 본격적인 복귀 시즌을 맞이했다. 이 감독은 장민기와 황동하를 6선발 경쟁을 붙이면서 선발투수층을 두껍게 확보해 두려는 계획을 세워뒀다.

이 감독은 이날 경기에 앞서 "(황)동하랑 둘이 만약 선발투수들이 안 좋거나 부상일 때 6, 7번으로 생각하고 있는 투수다. 그래서 오늘(12일) 시범적으로 한번 던져보기로 했다. 동하는 그동안 캠프에서 많이 체크를 했고, (장)민기는 이제 제대하고 와서 이번에 등판했을 때 시즌에 6번이나 7번 선발로 쓸 수 있을지 평가하는 자리"라고 했다.

좌완 에이스 양현종이 배탈로 이탈하는 변수도 있었다. 이 감독은 "원래 오늘(12일) 던지는 타이밍인데, 배탈이 나서 속이 조금 안 좋다고 하더라. 어제 간단히 불펜 피칭을 시켰고, 한 턴을 건너뛰고 다음에 던지게 하려 한다. 그래서 아마 불펜 피칭을 한 20개 정도 한 것 같다. 원래 불펜 피칭은 창원에서 해야 했는데, 배탈이 나서 대전 와서 어제 한 것이다. 시범경기니까 굳이 무리하게 던지게 하지 않았다"고 했다. 양현종은 오는 18일 광주 삼성 라이온즈전 등판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장민기는 기대에 전혀 부응하지 못했다. ⅔이닝 42구 2피안타(1피홈런) 5사사구 7실점에 그쳤다. 4사구 수가 말해주듯 제구가 너무도 흔들렸다. 42구 가운데 볼에 23개로 스트라이크(19개)보다 더 많았다. 선발 가능성을 시험하는 무대라 중압감을 느꼈는지 기대 이하의 투구 내용을 보여줬다.

KIA는 1회초 이우성의 2루타와 김도영의 1타점 적시타로 1-0 선취점을 뽑으며 분위기가 한껏 달아올라 있었다. 한화 선발투수 류현진을 상대로 선취점을 뽑았기에 1회말만 잘 틀어막으면 분위기가 더 고조될 수도 있었다.

장민기는 1회말 최인호와 페라자를 연달아 볼넷으로 내보내면서 불안하게 출발했다. 볼만 연달아 나올 정도로 제구가 좀처럼 되지 않았다. 1사 1, 2루에서는 노시환에게 우월 3점 홈런을 얻어맞아 1-3으로 경기가 뒤집혔다.

▲ KIA 타이거즈 2번째 투수로 급히 나섰던 김민주 ⓒ KIA 타이거즈

홈런을 맞은 뒤 누상에 주자가 없어진 만큼 다시 투구를 이어 가면 됐다. 장민기는 채은성을 투수 땅볼로 돌려세우면서 2사까지 버텼다. 그러나 다음 타자 문현빈에게 우익수 오른쪽 2루타를 맞은 뒤로 급격히 무너졌다. 김강민과 이도윤을 볼넷과 사구로 내보내 2사 만루 위기에 놓였고, 다음 타자 최재훈마저 밀어내기 사구를 허용하면서 멘탈이 완전히 무너진 모습을 보여줬다. 1-4까지 벌어지고 연속 사구가 나오면서 분위기가 다소 험악해질 수 있는 상황이 되자 이 감독은 우완 김민주로 교체했다. 김민주는 2024년 7라운드 입단 신인이었다.

김민주는 스프링캠프까지 좋은 평가를 받았던 투수지만, 갑자기 등판해 2사 만루 상황을 이어 가기는 쉽지 않았던 모양이다. 첫 타자 최인호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했고, 페라자에게 중전 적시타, 안치홍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또 내줘 1-7이 됐다. 계속된 2사 만루에서는 노시환에게 우중간 2타점 적시타를 얻어맞아 1-9까지 벌어졌다. 김민주는 2사 1, 2루에서 채은성을 중견수 뜬공으로 잡으면서 겨우 1회말을 매듭지었다.

7사사구를 쏟아낸 영건 듀오의 제구 난조는 지켜보는 관중들을 답답하게 했지만, 류현진도 긴장하면서 지켜봤다. 류현진은 2아웃이 됐을 때부터 더그아웃 앞에 나와 캐치볼을 하며 몸을 풀고 있었는데, 2아웃 이후로 9타자가 더 나왔다. 타순이 한 바퀴 돈 셈이다.

류현진은 1회말 공격 때를 되돌아보며 "시범경기는 투구수를 생각한 것만큼 던져야 하는데 (공격이) 길어지다 보니까 '아웃돼라' 하고 있었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류현진이 타자들이 아웃되길 바랐던 이유는 비 예보가 있어서였다. 다행히 이날 예보와 달리 오전부터 비가 내리지 않아 경기를 개시할 수 있었는데, 계속 먹구름이 있어 예정된 투구 수를 채울 수 있을지 불안했기 때문. 실제로 경기는 8회초 2사 후 강한 비가 내리면서 강우콜드게임 선언이 됐다. 다행히 류현진은 4이닝 동안 62구를 던지고, 부족한 투구 수는 불펜에서 채우면서 본인이 원했던 계획대로 움직일 수 있었다.

류현진은 안도했지만, KIA 영건들은 이날 경기를 복기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투수는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면 마운드에 설 자리를 확보하기 어렵다.

▲ 한화 이글스 류현진이 1회말 타선이 9득점 하면서 공격이 길어지자 더그아웃 앞에서 캐치볼을 하며 몸을 풀고 있다. ⓒ 한화 이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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