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는 요만하냐?" "인간쓰레기" 막말 대표 신고했더니…대표가 '셀프 조사' (풀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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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대표에게 지속적으로 폭언을 들어왔던 한 직원이 회사를 그만두고 노동청에 진정을 냈습니다.
그런데 노동청에서는 이 직원을 괴롭힌 대표가 직접 이걸 조사해야 한다는 답변만 돌아왔습니다.
[근로감독관 : 대표이사 괴롭힘이라고 하더라도 사용자한테 조사하라고 저희들이 통지합니다.]
괴롭힌 당사자가 사업주나 대표이사, 또 그 친족인 경우 근로감독관이 직접 조사하고 판단한다고 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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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회사 대표에게 지속적으로 폭언을 들어왔던 한 직원이 회사를 그만두고 노동청에 진정을 냈습니다. 그런데 노동청에서는 이 직원을 괴롭힌 대표가 직접 이걸 조사해야 한다는 답변만 돌아왔습니다.
어떻게 된 건지 먼저 소환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해 말 한 광고회사의 회의 도중 대표가 직원에게 한 말입니다.
[그 큰 머리에 뇌는 요만하냐]
며칠 뒤 회의 때도,
[고졸 출신 사무직보다 더 못해 지금! 이 XX 너 진짜 한심하네]
또 이틀 뒤 회의에서도,
[뭔 쓰레기 같은 소릴 하고 있어, 지금. 무식에서 나온 소산이야 이게]
욕설은 이어졌습니다.
1년 전에는, 암 진단을 받았다가 최종적으로 암이 아니라는 판정을 받은 피해자가 탄산음료를 안 먹겠다고 하자, "네가 이러니까 암에 걸리는 거야"라고 말한 적도 있다고 했습니다.
견디다 못해 사표를 쓰겠다는 피해자에게는 이런 말이 돌아왔습니다.
[일을 XX 못하니까 XX 진척이 안 돼. 어? 네가 그렇게 써서 나가면 XX 영웅이 된 것 같아? 진짜 인간 쓰레기도 참나.]
피해자는 퇴사 후 노동청에 진정을 냈습니다.
그런데 근로감독관은 규정상 대표 측의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근로감독관 : 대표이사 괴롭힘이라고 하더라도 사용자한테 조사하라고 저희들이 통지합니다.]
[피해자 측 대리인 : 대표 본인의 괴롭힘인데요? (네.)]
근로감독관의 직접 조사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한다고도 했습니다.
[근로감독관 : 그 결과를 우리도 확인해보고 명백하게 불합리한 경우에는 우리가…]
가해자를 벗어나기 위해 회사를 그만두고 노동청에 진정을 낸 건데, 다시 가해자인 대표 측의 조사를 받게 된 겁니다.
[피해자 : 가해자한테 가해자를 직접 조사를 하라고 하는데 본인이 자기방어적으로 조사를 할 텐데 '그게 객관적일 수가 있을까?' 라는 생각을 좀 많이 했던 것 같아요.]
피해자는 조사 과정에서 자신이 진술한 내용이 재직 중인 목격자를 회유하거나 관련 증거를 없애는데 이용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김학모, 영상편집 : 정용화, 디자인 : 김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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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그럼 노동청은 왜 이렇게 불공정해 보이는 조사를 하라고 하는 걸까요? 저희가 취재해 봤더니 고용노동부의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의 조사 지침이 바뀌어 있었습니다.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 조을선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기자>
SBS가 입수한 노동부의 직장 내 괴롭힘 신고사건 옛 처리 지침입니다.
괴롭힌 당사자가 사업주나 대표이사, 또 그 친족인 경우 근로감독관이 직접 조사하고 판단한다고 돼 있습니다.
지난해 본격 적용된 새로운 지침은 좀 다릅니다.
괴롭힘 행위자가 사용자인 경우 사업장 자체 조사와 근로감독관 직접 조사를 병행한다고 바뀐 겁니다.
'병행'이라고 돼 있지만 일선 노동청에서는 명백히 불합리하지 않다면 사용자의 조사 결과를 따라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 노동부의 지침 변경 후 노동계에는 괴롭힌 당사자 측이 조사를 해서 공정성이 의심된다는 상담 접수가 많아졌습니다.
[김유경/노무사 (직장갑질119) : (그 과정에서) 2차 피해가 발생한다거나 그리고 결과적으로는 객관적인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결론이 굉장히 부당하게 나오는 경우들이 있다는 제보들이 이어지고 있어서….]
노동부는 "근로기준법상 사용자에게 조사 의무가 있어서 지침에 정확히 반영한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지만, 이게 근로자에게 불리하다는 건 일선 현장에서 잘 알고 있습니다.
[근로감독관 : 저도 엄청 걱정돼요. (근로자가) 패를 까는 상황이 되겠죠. 뭐를 가지고 있는지를 아니까 (사용자가) 어디까지 이제 방어를 하면 되는지를 알겠죠.]
SBS가 변호사와 노무사 등 10명에게 변경된 노동부 신고처리 지침의 타당성을 물었는데 10명 모두 '부적절하다'고 답했습니다.
[심준형/노무사 :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고용노동부의 문을 두들긴 피해자를 또다시 가해자에게 조사를 맡기는 이 사건(조사) 방식은 매우 무책임하다….]
사용자가 괴롭힘의 가해자인 경우 근로감독관의 직접 조사로 지침을 되돌리거나, 최소한 중립적인 기관에 조사를 맡기는 객관적인 처리 방침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영상취재 : 김학모, 영상편집 : 김윤성)
▷ "머리에 뇌는 요만하냐?"…직원 괴롭힌 대표가 셀프 조사
[ 원문 링크 :
https://news.sbs.co.kr/d/?id=N1007569510]
▷ 불공정 우려 큰데…'직장 내 괴롭힘' 조사 지침 변경안 보니
[ 원문 링크 :
https://news.sbs.co.kr/d/?id=N1007569511]
소환욱 기자 cowboy@sbs.co.kr
조을선 기자 sunshine5@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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