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 없는 ‘극한 대치’…“집단사직 결의” VS “교수도 예외 없다”

허인회 기자 2024. 3. 12.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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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현장 이탈하면 법적 절차 거쳐 원칙대로”
의협 “명령 남발 예고…의료시스템 존립 자체 불가능”
정부, ‘강경 대응’ 고수…전공의 등은 행정소송 제기

(시사저널=허인회 기자)

전공의 사직으로 촉발한 의료 공백 사태가 새로운 변곡점을 맞았다. 울산대에 이어 서울대 의대 교수들은 '집단 사직'을 결의하는 등 교수들의 집단행동이 구체화하기 시작해서다. 정부는 대화 노력은 계속하지만 강경 대응이라는 원칙을 끝까지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표명했다. 특히 대통령실은 "현장을 이탈하는 집단행동에 교수들도 예외가 될 수 없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강원특별자치도 춘천 봄내체육관에서 열린 수열에너지 클러스터 착공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교수들도 의료인…의료법 근거한 각종 명령 가능"

정부가 의대 교수들의 집단행동 조짐에 경고의 메시지를 잇달아 내놓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12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의료개혁은 원칙대로 신속하게 추진하라"며 "응급환자 및 중증환자에 대해 빈틈없는 대응을 하라"고 주문했다고 김수경 대통령실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특히 의대 교수들의 집단 사직 결의에 대해선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의료법을 위반해 현장을 이탈하는 집단행동은 교수도 예외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료유지명령이라든지 업무개시명령 등을 내려 현장에 사직서를 내지 않는 게 가장 최선이지만 설령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법적 절차를 거쳐서 원칙대로 진행한다는 게 대통령실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전날 총회를 열고 "정부가 적극적으로 합리적인 방안 도출에 나서지 않을 경우 18일을 기점으로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힌 바 있다.

보건복지부도 강경 대응 원칙을 강조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차관은 서울의대 교수들의 집단 사직 결의에 대해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교수들도 기본적으로 의료인이기 때문에 의료 현장을 떠나는 부분에 대해서는 의료법에 근거한 각종 명령이 가능하다"며 "그 부분에 대해서도 정부가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교수들의 집단 사직이 현실화될 경우 전공의 사직 때처럼 진료유지명령 등의 조치를 내릴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정부의 강경 대응 방침에 의사 단체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주수호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정부가 의대 교수들에게도 진료유지·업무개시명령을 포함한 각종 명령을 남발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며 "이러한 과오를 저지른다면 의료시스템은 회귀뿐 아니라 존립 자체가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필수의료와 의학교육의 마지막 버팀목인 교수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라"고 촉구했다.

방재승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국회에서 의대증원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수 중재안도, 전공의 공개토론도 거부…소통 창구도 불분명

'강대강' 대치 전선이 전공의에 이어 교수로 확대되고 있지만 협상의 실마리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 형국이다. 복지부는 이날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제안한 '의대 증원 1년 늦추는 내용'의 중재안에 대해 거절 의사를 밝혔다. 복지부는 "의사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은 더 늦추기 어려운 사안"이라며 "특히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의료 수요를 감안할 때 증원 시기를 1년 늦추면 그 피해는 훨씬 커질 것"이라고 했다.

이날 방재승 서울의대 교수협 비대위원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해외 공신력 있는 제3자 기관에 분석을 의뢰해 이를 근거로 의사 증원 문제를 1년 후 결정해야 한다"며 '현 의료 사태 해결을 위한 제안서'를 발표했다.

전공의들과 정부의 소통도 원활하지 않은 모양새다. 이날 박 차관은 "조규홍 복지부 장관께서 전날 전공의와의 비공개 만남을 가졌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구체적으로 어디의 누구를 만났는지, 어떤 내용을 논의했는지 지금으로서는 밝히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만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정부는 아울러 전공의 등이 제안한 공개토론에 대해선 거부 의사를 밝혔다. 박 차관은 "법정에서 다퉈야 할 내용을 국민들 앞에서 토론하는 것은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답했다.

이날 박 위원장을 비롯해 각 수련병원 전공의 대표들, 의과대학 학생 대표들, 의과대학 교수 대표들, 수험생(고등교육법상 응시생) 대표들은 이주호 교육부장관, 조규홍 장관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공개 TV토론을 제안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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