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사 죽음 책임 안 지는데 교민 지키겠나”…호주 교민들도 이종섭 대사 반대 목소리
호주 공영방송도 “수사 중 입국” 보도
‘채 상병 사건’의 핵심 관련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주호주대사에 임명돼 지난 10일 호주로 향하자 호주 교민들 사이에서 반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호주 교민단체 ‘시드니촛불행동’ 모니카 김 대표(63)는 12일 경향신문과 통화하며 “이 대사 임명으로 교민 사회에서 내재했던 분노가 표출되고 있다”며 “13일 캔버라에 있는 호주 의회, 그리고 한국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드니촛불행동은 지난 9일 시드니 애시필드 교회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이종섭 신임 주호주대사 규탄대회’를 열었다. 현장에는 50여명의 교민들이 모였다고 한다.
김 대표는 “주호주대사 임명에 반대하는 단체행동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했다. 그는 “기존에는 단체행동 준비에 2주 정도 걸렸지만, 이번엔 5일 만에 진행할 수 있었다”며 “처음 보는 얼굴도 많았다. 교민들이 (대사 임명에 반대하는) 행동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은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돼 수사를 받는 피의자 신분이다. 공수처는 지난 1월부터 이 전 장관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이 전 장관을 주호주대사로 임명한 후 법무부는 출국금지 해제 결정을 내렸다.
이 전 장관은 지난 10일 출국해 호주에 도착했다.
시드니촛불행동은 이 전 장관에게 “수사부터 제대로 받으라”고 요구했다. 김 대표는 이 전 장관에 대해 “임명 후 공수처에서 4시간 조사만 받고 피의자 신분으로 호주로 도피했다”며 “국민인 채 상병의 죽음과 수사 축소 의혹에 대해 책임지지 않았는데 어떻게 해외에서 교민의 권익과 인권, 안전을 지킨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채 상병 사건’에 대해서는 “굉장히 안타까운 것을 넘어 한국에 있는 내 가족, 조카의 일일 수 있다”고 했다.
김 대표는 이 전 장관의 사례가 “호주의 공직사회에서는 발생할 수 없는 일”이라고 단언했다. 김 대표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호주에서는 존경받는 군인의 죽음을 짓밟고 축소하려는 시도는 받아들여질 수 없는 일”이라며 “어느 공직에도 나갈 수 없고 평생 멍에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호주 공영방송 ABC는 12일 “이종섭 주호주대사가 국내 부패 수사에도 불구하고 호주에 입국했다”고 보도했다.
김 대표는 “영국이 죄수를 보냈던 땅인 호주는 1868년부터 죄수를 받지 않고 있다”며 “한국을 대표하는 상징적 자리에 이 대사가 오면서 교민 얼굴에 먹칠을 하는 것 같고 너무 창피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태원 참사, 오송 지하차도 참사 등을 대하는 정부의 태도를 볼 때 책임져야 할 사람은 책임을 피하고 오히려 승승장구하고 있다”며 “반 한국인, 반 호주인 입장에서 보면 한국이 오히려 후퇴하고 있는 것 같다”고 한탄했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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