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더하기] “민원 폭탄 넣어야 정신차리지”…죽어야 끝나는 ‘악성민원’
[KBS 대전]뉴스에 깊이를 더하는 시간, '뉴스더하기' 박연선입니다.
무분별한 신상털이, 도를 넘은 악성민원 폭탄에 임용된 지 2년도 안 된 청년 공무원이 지난 5일, 안타깝게 생을 마감했습니다.
고인의 컴퓨터에는 '힘들다'라는 세 글자가 남아 있었다고 하는데요,
인터넷상에 신상정보, 전화번호가 여과 없이 공유됐고 인신공격성 댓글과 항의 전화가 빗발치면서 무방비 상태로 노출됐던 게 원인으로 추정됩니다.
고인을 애도하는 목소리와 함께 도 넘은 악성민원은 민원이 아닌 범죄라며,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 역시 커지고 있습니다.
정부도 논란이 일자, 부랴부랴 대책을 내놨습니다.
TF를 꾸리고 민원 접수 과정에서 발생하는 범죄의 유형별 대응 방안을 담은 매뉴얼을 만들어 이달 중에 배포하겠다는 건데요,
하지만 공무원들은 이런 대응이 과연 실효성 있는 법적 조치로 이어질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습니다.
[공주석/전국시군구공무원노동조합연맹 위원장 : "악성민원 사망 사고가 나서야 행안부가 TF를 내부적으로 운영한다고 해서 하는 척만 하는 게 아니냐…. 악성민원인의 위법 행위에 대한 기관장의 고소, 고발 의무를 법령에 명시해야 합니다. 또한 민원 담당 공무원의 개인정보가 쉽게 공개되고 있어 이에 따른 방지 대책이 절실하며…."]
사실 이 사건 이전에도 주민센터에서 공무원을 상대로 폭행과 폭언을 일삼는 등의 악성민원인은 종종 문제가 됐고, 우리 지역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공무원 노조가 지난해 공무원 7천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84%가 최근 5년 사이 악성민원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는데요.
제도적으로 불가능한 민원을 무리하게 요구하고, 적절한 응대에도 상습적으로, 또 반복적으로 민원을 제기하는 끈질긴 악성민원은 폭언이나 폭행만큼 공무원 노동자를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늘어나는 악성민원에 공무원들의 감정노동이 '위험' 수준에 이르렀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공무원들의 인권, 이대로 괜찮은 건지.
과연 대책은 없는 걸까요?
[이제경/충남대 행정학부 교수 : "민원인을 상대하고 있는 개인의 책임으로 돌릴 것이 아니라 기관 차원에서 대응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중요하다는 것이죠. 악성민원이 반복이 되었을 경우에 즉각적으로 심리 상담을 한다든지 업무를 교체해주는 것과 같은 인사 행정상의 배려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공직 사회를 떠나는 청년 공무원이 늘고 있는 건, 낮은 보수와 함께 악성민원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주요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실제 이른바 MZ세대의 공직 이탈은 수치로도 드러나는데요,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 2023년까지 지난 5년간 퇴직한 10년 차 이내 공무원 6만 4천여 명 가운데, 81.7%는 '재직 5년 이내' 신규 임용 공무원이었습니다.
[공주석/전국시군구공무원노동조합연맹 위원장 : "(악성민원으로 인한) 고소, 고발까지는 2%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죠. 공무원들이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공무원도 누군가의 부모이자 자녀입니다. 공무원의 인권이 제대로 지켜질 때 그 행정력이 시민에게 돌아갈 수 있다…."]
"쓰레기 같은 공무원", "민원 폭탄을 넣어야 정신 차린다", "멱살을 잡고 싶다".
공무원들은 이 같은 민원이 행정기관에 대한 정당한 요구인지, 그저 공무원 노동자를 괴롭히기 위한 마녀사냥인지 묻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뉴스더하기'였습니다.
박연선 기자 (zio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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