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일본 성노예 타령 자꾸 할 거냐” 김용원 인권위원 규탄
김용원·이충상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이 지난 11일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에 제출할 독립보고서를 심의하는 과정에서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를 다 알고 있는 데 자꾸 (얘기를) 꺼내서 우리가 얻고자 하는 게 무엇이냐”는 등 발언을 한 것이 알려지자 시민사회단체들이 12일 “반인권적 망언”이라고 강하게 규탄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80여개 단체는 이날 성명을 내고 “상임위원으로서의 역할을 망각하고 있는 두 상임위원을 규탄한다”며 “공식석상에서의 반인권적·반여성적 언행을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인권위는 전날 전원위 회의를 열어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 대한민국 제9차 정부보고서 심의를 위한 독립보고서(안) 채택’ 안건을 심의했지만 김·이 두 상임위원의 반대로 의결하지 못했다. 지난달 27일 전원위에서 안건이 논의되지도 못한 채 폐회된 것에 이어 두 번째 무산이다.
시민단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두 상임위원은 회의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관련 내용과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의 진상규명과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 진실과 정의 원칙에 기반한 배상 촉구’ 파트를 독립보고서에 절대 포함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 상임위원은 “반일 감정을 자극하고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를 다 알고 있는데 자꾸 꺼내서 우리가 얻고자 하는 게 무엇이냐”고 말했다. 그는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는 불과 100여년밖에 안 됐다” “왜 중국이 저지른 만행에 관해서는 우리 대한민국에서 입도 뻥끗하지 않느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상임위원은 ‘차별금지법에 찬성하는 여론이 많다’는 통계를 문제삼으며 질문의 방식을 바꾸면 차별금지법에 찬성하는 여론은 절반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고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전했다.
단체들은 성명에서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는 이미 다수 유엔 조약기구들이 공통적으로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와 진실·정의에 기반한 해결을 수차례 권고해왔던 보편적 인권문제”라며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인권위에서 반인권적 망언이 오고가는 것이 참담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두 위원의 의도적인 회의 지연과 막말로 인한 회의 파행으로 안건이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파행되고 있다”며 “차별과 배제, 혐오의 논리를 상임위원들이 재생산하고, 독립보고서 의결조차도 방치하고 있는 상황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고 했다.
해당 안건은 오는 25일 전원위에 재상정될 예정이다. 시민단체들은 인권위가 4월 중 독립보고서를 유엔에 제출할 계획이라면 영문 번역·감수 등을 고려해 조속히 안건을 통과시켜달라고 촉구했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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