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에 숨은 특별한 가치: 루이비통은 샤넬을 싫어해?

김선곤 문화전문기자 2024. 3. 12.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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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아트총각의 신세계
송정섭 작가 첫 개인전 열어
Louis Vuitton HATES Chanel
질투를 향한 원초적 의문
Every War Leaves Our World Worse Than it Was Before.

SNS는 종종 질투를 유발한다. 친구 혹은 직장동료의 사진 한장에 좌절하고, 아무것도 아닌 SNS 속 일상에 절망한다. 질투는 SNS를 또다른 질투로 엮는다. 질투를 유발하기 위해 SNS 속 일상을 과대 포장하는 식이다.

송정섭(songsuv) 작가는 그런 질투의 본질에 주목한다. 질투란 부정적 감정이 어디서 기인했는지, 또 질투를 건설적으로 전환할 방법은 없는지 탐구한다.

송 작가는 되묻는다. "질투는 상실된 자존감의 단면이다. 자신의 능력이나 가치를 믿지 못하는 불확실성이 커질 때 질투는 강해진다. 사회가 비교를 강요하고, 사회의 가치가 '금전'에 맞춰질 때도 질투 심리가 작동한다.

그렇다면 질투를 긍정적 가치로 만들어낼 방법은 없을까." 이런 원초적 의문이 작품이 됐다. 송 작가는 지난 1일 서울 강남 지복득빌딩에서 시작한 자신의 첫 개인전 'Louis Vuitton HATES Chanel'에서 시기와 질투, 대립과 갈등, 그리고 그 사이를 관통하는 가치를 다양한 시각으로 조명했다.

송 작가는 지복득빌딩 4개 층을 모두 '전시관'으로 만들었다. 2층 'GUCCI(Made in China)'는 중국산 싸구려 도자기에 '명품 로고'를 넣은 작품으로 채웠다. 물질의 본래 가치와 이를 왜곡하는 인간의 탐욕을 꼬집는 탐구적 작품들이다. 질투의 근원을 '왜곡과 탐욕'에서 찾은 듯하다.

3층은 '고상한 낙서'를 타이틀로 내걸었다. 르네상스 시대의 명화를 현대적인 맥락으로 재해석해 '질투가 낳은' 아귀다툼을 풍자한다.

Chanel(Made in china).

전시장 중앙에 만들어 놓은 무대 모양의 '신神의 그림'은 압권이다. 그림 옆면은 정치ㆍ종교ㆍ이념 간 갈등을 의미하는 현수막을 둘렀다. 세상에 '신'이 있다면 이해와 연대가 가능했을 것이란 작가의 바람이 담긴 듯하다.

송 작가는 "보수ㆍ진보, 세대, 남성ㆍ여성 등이 강하게 충돌하는 시대다"면서 "이럴 때 필요한 건 사회적 대화와 상호 간의 이해인데, 이를 '신의 역할'에 빗댔다"고 말했다. 질투를 억제하고 통제하려면 누군가 '신과 같은 균형점 역할'을 해야 한다는 거다.

4층은 'LOVE&HATE 시리즈'라 명명했다. 송 작가는 이 공간을 통해 '미움'이란 질투가 '러브(사랑)'란 감정으로 승화하길 기대한다.

이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은 펩시와 코카콜라가 맞닿아 있는 '담뱃갑'이다. 서로를 극도로 싫어하는 두 경쟁 브랜드가 'Kill Sugar'란 공통 목표 앞에서 '화합'한다.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질투는 결국 상호 작용이 가능하단 얘기다.

시기와 질투, 자기 혐오란 '감정의 늪'이 갈수록 깊어지는 시대. 송 작가는 질투와 충돌의 '우아한 균형'을 시각화하는 데 성공했다. 흔히 질투와 충돌 앞에서 인간은 본능적으로 거부감과 부담감을 갖게 마련이다. 질투와 충돌이 초래한 사회적인 대가들이 너무나 컸기 때문이다.

Cigarette Package Series - Pepsi HATE Cocacola.

그런데도 송 작가는 이런 인간의 감정을 때론 긍정적인 시점에서 고찰해야 한다고 말한다. 삶이라는 무대에서 질투와 충돌이 생명체의 질적ㆍ양적 성장을 가져오는 데 기여한 측면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송 작가는 "모든 게 혼란스러울수록 자신만의 가치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질투란 감정 속에서 특별한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자신만의 여정을 떠나 보길 제안한다. 송 작가의 첫 전시회는 3월 31일까지 열린다.

김선곤 문화전문기자
sungon-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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