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거란전쟁’귀주대첩신, 제작진의 말을 인정하고도 남는 아쉬움[서병기 연예톡톡]

2024. 3. 12.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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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고려거란전쟁'이 지난 10일 끝났다.

마지막회에 방송된 귀주대첩을 두고도 정우성, 김한솔, 두 감독간 이견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제작진은 이를 부인했다.

31회 마지막 소배압이 타초곡기들을 돌려 먼지를 일으켜 고려군의 시야를 흐리는 장면도 전쟁신에 포함되기는 하지만, 30분여라고 했던 최종회(32회) 귀주대첩 분량도 17~18분밖에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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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종이 용상 향해 걸어가는 엔딩신에 양규는 왜 빠졌을까?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KBS ‘고려거란전쟁’이 지난 10일 끝났다. 마지막회에 방송된 귀주대첩을 두고도 전우성, 김한솔 두 감독간 이견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제작진은 이를 부인했다.

제작진은 11일 "‘귀주대첩’ 전투신을 의도적으로 편집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 ‘각국 사신들이 승리를 축하하며 각종 조공과 선물을 바쳤다는 장면 등 전개상 꼭 필요하지 않았던 장면은 오히려 길게 연출하면서 이미 찍어놓은 전투신은 의도적으로 뺐다는 얘기다’라는 보도는 사실과 무관하다"며 논란을 부인했다.

제작진의 말이 사실이라고 믿고싶다. 하지만 제작진의 갈등이 없었다고 인정한다고 해도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 몇가지 있다.

우선, 대대적으로 홍보한 귀주대첩 신이 스펙타클하기는 했지만 밀도가 부족하며 뚝뚝 끊어지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결과적으로 1,2 차 티저 영상이 과장홍보가 돼버렸다. 31회 마지막 소배압이 타초곡기들을 돌려 먼지를 일으켜 고려군의 시야를 흐리는 장면도 전쟁신에 포함되기는 하지만, 30분여라고 했던 최종회(32회) 귀주대첩 분량도 17~18분밖에 되지 않았다.

'고려거란전쟁'은 대사가 거의 없는 전쟁신도 스토리가 존재했다. 영상을 보면 스토리 보드를 띄울만 했다. 양규(지승현) 서북면 도 순검사가 '흥화진 전투'를 비롯해 ‘곽주성 탈환’과 ‘애전 게릴라 전투’에서 한치의 물러섬 없는 고려 장수의 투지를 보여줄때, 김숙흥과 함께 고려의 포로를 구하려다 거란군에게 화살을 고슴도치처럼 맞아 장렬하게 산화했던 장면은 모두 스토리로 다가왔다.

귀주대첩신은 1, 2차 검차진이 막혔을때, 단병접전(도끼나 칼처럼 짧은 무기를 들고 싸우는 싸움. 현대전의 백병전과 유사)을 펼쳤고, 전투가 불능해지자 고려 김종현이 이끄는 중기갑병의 돌격까지도 좋았다.

하지만 갑자기 하늘로 떠오른 별 모양의 표창 쇳덩어리가 클로즈업되고 비가 오면서 전투가 끝났다. 거란군은 이미 물러나 소배압 등 패잔병 몇 명이 산속으로 가고 있었다. 아무리 상징성이 강한 연출법이라 하지만, 전쟁을 이런 식으로 마무리하기에는 아쉬움이 따른다. 가령, 전투 후에 검차에 붙여놓은 숟가락을 들고 있는 병사의 모습은 스토리를 담고있을 듯한데, 연결이 잘 되지 않았다.

현종이 전투에서 승리한 후 "힘을 바탕으로 한 엄정한 중립, 그것이 우리가 두 대국 사이에서 평화를 지켜나가는 길이요. 이제 우리의 의도대로 주변국과의 관계를 이끌어나갈 것이요. 평화는 승리를 통해서만 쟁취할 수 있오. 그리고 그 평화는 전쟁에 임하는 자세로만 지킬 수 있다는 점을 부디 잊지 마시오"라며 현재에도 유용한 말을 할 때는 힘이 있었다.

실제로도 거란은 '정주와 유목'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충돌은 불가피해 국경에서 몇차례 마찰과 충돌은 있었지만 더 이상 고려를 침략할 수 없었고, 고려가 배후에 있어 송나라도 침략하지 못해, 한동안 고려, 송, 요(거란) 삼국의 세력이 정립하는 평화 상태에 머물렀다.

고려의 전쟁 상대국인 거란의 서사 비중이 꽤나 컸던 것도 좋았다. 하지만 이를 끝까지 밀고가는 뚝심은 부족했다. 거란 6대 황제 성종인 야율융서(김혁)의 강력한 카리스마와 급한 성미, 젊은 패기를 지닌 황제의 성미를 누그러뜨리며 오랜 경험으로 전장과 상대를 냉정하게 꿰뚫고 있는 소배압(김준배), 흥화진 전투의 대장으로 실적 쌓기에만 급급한 선봉도통 야율분노(이상홍) 등 다양한 적장 캐릭터가 활약하며 전쟁도 입체적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후반에 가면서 야율융서와 소배압의 대사는 너무 단조로왔다. 귀주대첩에서 패하고 돌아온 소배압에게 도끼로 내리칠듯하더니, "고생했오. 가서 쉬시오"라고 말했다. 포악함과 유연함의 결합도 아니지 않는가.

현종이 한사코 관직에서 물러나 쉬고 싶다는 강감찬의 손을 꼭 잡고 작별인사를 한 후 용상(龍牀)을 향해 한걸음씩 천천히 걸어가는 엔딩 장면은 여운을 남길만했다.

하지만 여기서도 양규(지승현) 장군이 보이지 않아, 아쉬움을 더했다. 강조(이원종)와 목종(백성현), 천추태후(이민영), 원정왕후(이시아), 김은부(조승연), 최질(주석태), 김훈(류성현) 등 지난 세월을 함께 하면서 고인이 된 이들을 지나쳤다.

차라리 회상신으로 만들었다면 양규를 등장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이 드라마에서 양규의 상징성은 매우 크다. '고려거란전쟁'으로 재발견된 양규는 '거란군 퇴로 차단후 격퇴'라는 한 줄로 처리된 국사 교과서에도 좀 더 자세하게 기술되어야 한다.

양규를 연기한 지승현은 오는 17일 밤 방영되는 스폐셜편에는 나온다고 한다. 제작비가 270억원이 넘게 투입된 대하사극이라면 이런 디테일에도 신경을 써야 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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