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데리고 출근, 당연한거 아닌가요?”…사무실에 장난감·기저귀 교환대
세계 최저 수준의 합계출산율을 기록하며 인구 위기에서 허덕이는 한국과 달리 독일은 저출생 문제를 상당부분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94년 1.2명까지 떨어졌던 합계출산율은 2007년 1.4명을 넘어선 뒤 지금까지 1.4~1.6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재건은행은 사내유치원 뿐만 아니라 다양한 보육 수요에 걸맞은 맞춤형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부모-자녀 사무실(Eltern-Kind-Buro)’이 대표적이다. 직원이 아이와 함께 상주할 수 있는 공간으로, 사무실에는 업무책상 위에도 장난감과 기저귀 교환대, 유아용 침대등 어린이 친화적인 시설이 마련돼 있다. 휴일에도 직원들이 보육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도 한다.
만 6세 이하의 어린이를 위한 긴급 돌봄기관 ‘백업 센터’도 운영한다. 유치원이 휴원 등 피치못할 사정으로 운영이 어려울때 서로 모르는 아이들을 단기적으로 돌볼 수 있는 기관이다.
원격근무와 탄력근무는 독일에선 당연한 제도다. 최대 3년의 육아휴직 기간동안 본인이 원하면 주 30시간 가량의 단축 근무를 선택할 수 있다. 단축 근무에 따른 공백을 메우는 것은 기업의 몫이다. 바우에른파인드 대변인은 “대체근무를 위한 시간제 직원이 풀타임으로 일하는 비율은 80% 수준이고, 여성 직원의 경우 출산후 짧은 휴직기간을 가지고 돌아오는 게 일반화돼 있다”고 말했다.
독일 니더작센주 인근 올덴부르크 뮌스터란트의 지역가족연합은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1992년 20개 기업의 연합체로 시작한 ‘뮌스터란트 연합’은 지난해 5월 기준 1만4000명 이상의 종사자를 둔 177개 기업 회원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방학중 아동돌봄 비용 지원’이란 제도로 지역사회의 돌봄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뮌스터란트 지자체는 그간 방학기간 돌봄서비스를 유료로 제공해 가계에 경제적 부담을 가중했다. 부모들은 방학중 자녀를 돌보기 위해 연차를 나눠 사용해야 했고, 결과적으로 가족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휴가기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이에 ‘지역가족연합’이 매년 75유로(약 10만원)의 연회비중 일부를 방학중 돌봄 비용지원기금에 건네 돌봄 절벽간 다리를 놓아준 것이다.
이같은 일-가정 공존을 위한 정부, 기업, 지역사회의 전폭적인 지원은 한국에선 아직 갈길이 멀다. 특히 중소기업 종사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300명 미만 중소기업 407개사에게 출산·양육 지원제도 사용에 따른 업무공백 해소 방식을 묻자 ‘대체인력 고용 없이 부서 내에서 해결한다’는 응답이 50.1%로 절반을 넘었다. 대체인력을 추가 고용했다는 기업은 24.6%에 불과했다.
독일 비스바덴 연방인구연구소 마틴 부자드 소장은 “현대 사회에서는 남녀 모두 일을 하고 싶어하고 충분한 수입을 얻어야 충분한 돌봄을 제공할수 있다”며 “근로자들에게 일터로 복귀해도 일-가정 양립이 가능하고 충분한 소득을 담보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전기차, 이젠 부셔버릴거야” 욕했는데…싸고 좋다, ‘쏘렌토값’ 독일차 [카슐랭] - 매일경제
- “옆집 이사 타이밍 기막히네”…집값 꿈틀대기 시작한 ‘이곳’ 어디? - 매일경제
- ‘백기투항’만 바라는 정부·의료계 치킨게임…“진짜 문제는 이거야” - 매일경제
- 1회 충전에 1만km 달린다…9조 투자해 K배터리 꿈의 기술 도전한다 - 매일경제
- “월급이 60만원이래”…제주도청에 입사한 신입 아나운서의 정체 - 매일경제
- 서울대 의대 교수 ‘집단사직’ 최후통첩에…복지장관 “심각한 우려, 전공의 처벌 원칙 변함없
- “15분 한번 충전에 서울~부산 왕복”…게임 판 바꾸는 꿈의 배터리는 ‘이것’ - 매일경제
- “평소 존경, 앞뒤 재지않고 뛰어들겠다”…‘호랑나비’ 주인공이 만드는 영화는 - 매일경제
- 멋진 셀카장소서 다 죽였다…‘신데렐라성 살인’ 가해자에 종신형 - 매일경제
- 드디어 만났다...‘우상’ 이치로 만난 이정후 “아우라가 달랐다” [현장인터뷰]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