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총선 기획] '尹 심기 경호' 선방심의위 법정제재, 이명박·박근혜보다 심하다
임기 절반 남은 선방심의위, 이미 총선 기준 역대 2번째 많은 법정제재
줄어들던 공정성·객관성 위반 심의 '최다', 제재 수위도 고강도
"용산 불편할 어떠한 일도 하지 말라는 것" 방송사 구성원들은 반발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임기를 약 2개월 남겨둔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심의위)가 총선 기준 역대 최다 법정제재 추세를 보이고 있다.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과 함께 축소됐던 공정성 및 객관성 조항에 근거한 심의는 모든 선방심의위를 포함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미디어오늘이 주요 방송 대상 선방심의위 심의 내역(지상파·종편·보도PP)을 종합한 결과 현재 선방심의위는 총선 기준 역대 두번째 많은 법정제재 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총선(14건) △22대 총선(9건·절반진행) △18대·21대 총선(2건) △19대 총선(0건) 순이다. 현 22대 총선 선방심위위는 지난 1월 첫 회의를 시작해 오는 5월10일 임기를 마무리하는데, 이 흐름대로 간다면 역대 가장 많은 법정제재를 의결한 선방심의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제재 수위는 현 선방심의위가 가장 강하다. 14건의 법정제재를 기록한 20대 총선 선방심의위에서 '관계자 징계'는 1건 밖에 없었다. 하지만 22대 총선 선방심의위는 이미 9건의 법정제재 중 '관계자 징계'가 6건에 달한다.
'관계자 징계'는 2008년 선방심의위 출범 이후 역대 두 번밖에 없었다. 2014년 제6회 지방선거 1건과 20대 총선 1건이 유일했다. 법정제재는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사 재허가·재승인 시 감점 사유로 적용되며 낮은 순부터 '주의', '경고', '관계자 징계' 또는 '프로그램 정정·수정·중지', '과징금' 등의 단계로 구분된다. 관계자 징계는 방송사 재허가 재승인 심사에 반영되는 방송평가에 벌점을 부과하는 데다 방송 담당자를 징계해야 하는 이중 제재 성격이 있다.
22대 총선 선방심의위의 제재 근거는 모두 공정성 및 객관성 위반이다. MBC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7건),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1건),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1건) 모두 선거방송 심의규정 객관성 및 공정성 위반으로 제재를 받았다.
이는 다른 선방심의위 때와 확연히 차이 나는 지점이다. 여론조사 보도 기준, 후보자 출연이 제한된 방송의 출연, 사실보도 등을 위반한 내용 없이 공정성 및 객관성 위반으로만 법정제재를 내린 건 18대 총선(2건)과 20대 총선(5건)밖에 없다.
해당 조항들은 기준이 모호하다는 논란이 있어 심의가 줄어드는 추세였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기준 4기 지상파3사·TBS·종편4사·보도채널을 대상으로 공정성, 객관성 적용 제재를 조사했을 당시 박근혜 정부 때인 3기(57건)와 비교해 43건으로 줄었다. 마지막 한 달인 2021년 1월 내역은 제외된 수치지만 줄어든 추세인 점은 분명했다.
법정제재가 정부·여당 비판 보도에 쏠려 있다는 점도 문제다. 현 선방심의위가 내린 9건의 법정제재 방송들은 윤석열 대통령, 김건희 여사,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심의위원들도 정부·여당에 불리한 내용만을 방송하고 정부·여당을 대변하지 못하는 패널들로만 구성했다는 취지로 비판했다. 반면 야당에 불리하다는 민원이 제기된 종편 방송들은 법정제재를 받지 않았다.
이는 다른 보수 정부 집권기와 비교해봐도 대조적이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20대 총선 선방심의위가 의결한 법정제재를 보면 14건의 법정제재 중 보수 성향으로 꼽히는 종편이 10건의 법정제재를 받았다.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 MBN '뉴스8' 등이 공정성 및 객관성 위반으로 법정제재를 받았다.
대통령선거 선방심의위를 포함해도 마찬가지다. 대선 선방심의위가 의결한 법정제재 수를 보면 △18대 대선(17건) △19대 대선(3건) △20대 대선(2건) 등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17건의 법정제재를 기록한 2012년 18대 대선 역시 종편/보도PP가 14건을 차지한다. 18대 대선 선방심의위는 총 6건의 공정성 및 객관성 위반 법정제재를 의결했는데 MBN '뉴스와이드', 채널A '박종진의 쾌도난마', TV조선 '신율의 대선열차' 등 보수 편향으로 지적받은 방송들이 포함됐다.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선방심의위는 출범서부터 논란이었다. 본래 선방심의위는 여야 방심위 상임위원 협의를 통해 구성되지만 야권 추천 방심위 상임위원이 임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꾸려졌기 때문이다. 야권 추천 위원들은 방송계 추천 몫을 처음으로 방송 관련 협회가 아닌 TV조선에 준 것을 놓고 TV조선에 위원 추천을 철회해달라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관련 기사 : TV조선이 추천한 전 TV조선 에디터가 TV조선 선거방송 심의하는 것이 정상인가]
[관련 기사 : 신장식 라디오 하차 내몬 선방심의위, 제재 남발 '역대급']
'입틀막' 비판이 나오는 현 선방심의위는 앞으로도 방송사 중징계를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TV조선 추천 위원인 손형기 위원은 지난 7일 회의에서 “'이전 선방심의위에서 관계자 징계가 드물었다' 이런 여론이 나오는 것 같은데 그때하고 지금은 시대가 다르다. 방송 환경도, 방송 내용도 다르기에 우리가 가진 지식과 경험, 노하우로 관계자 징계 의견이 나오면 그대로 의결하면 된다”며 “규율을 잡지 않으면 민주주의가 흔들린다”고 말했다.
전 TV조선 보도본부 시사제작에디터인 손형기 위원은 과거 TV조선이 방심위로부터 공정성 및 객관성 위반으로 심의를 받자 TV조선 의견진술자로서 '언론 흔들기'라고 맞선 바 있다. 2016년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 의견진술자로 나온 손형기 당시 TV조선 전문위원은 프로그램이 편파적이라는 지적에 “특정 야당이 표적성이 의심되는 민원을 계속 넣고 있는데 이는 건강한 비판을 봉쇄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제재를 받고 있는 방송사 구성원들은 선방심의위 심의를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건희 특검법'에 여사를 안 붙였다는 이유로 행정지도를 받은 SBS 구성원들(언론노조 SBS본부)은 “이번 결정이 주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용산이 불편해할 어떠한 일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선거를 앞두고 그 어느 때보다 권력에 대한 견제, 감시 등 언론의 역할이 강조되는 시기에 공공연한 협박과 노골적 위협으로 비판 보도를 위축시키겠다는 선언일 뿐”이라고 했다.
출연자가 정부에 불리하게 편향됐다는 이유로 '관계자 징계'를 받은 CBS 구성원들(언론노조 CBS지부)는 “CBS 방송 역사상 관계자 징계는 처음”이라며 “(선방심의위는) 어떤 패널들이 여당을 대변하는지 명단이라도 내려줘라. 그것도 부족하다면 '보수패널 자격 시험' 같은 것이라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떤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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