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지서 발굴된 바짝 마른 빨간 가루, 3700년 전 립스틱이었다

문지연 기자 2024. 3. 12.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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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미경으로 확대한 립스틱 추정 물질. /네이처 홈페이지

수천 년 전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립스틱과 이를 보관하던 용기가 발견됐다. 발굴 지역은 아이러니하게도 한때 화장이 전면 금지된 적 있었던 이란이다.

11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탈리아 파도바대 연구팀은 2001년 이란 남동부 케르만주(州) 묘지에서 발굴된 원통형 용기와 그 안에 묻어 있던 가루를 분석한 결과를 최근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에 발표했다.

발견된 용기는 높이 약 5㎝, 지름 약 2㎝로 현대의 립스틱 용기와 비슷한 모양과 크기다. 수작업으로 조각한 것으로 추정되며 녹니석을 재료로 했다. 상단에는 작은 구멍이 뚫려 있는데, 연구팀은 붓 같은 도구를 넣어 내용물을 찍어내기 위한 용도였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란의 한 묘지에서 발굴된 원통형 용기. 립스틱을 보관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네이처 홈페이지

함께 나온 분말 형태 물질을 분석하자, 검붉은 색을 띠는 적철석(hematite)이 다량 함유돼 있었고 식물성 기름과 왁스 등이 포함된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내용물은 3700여년의 시간 탓에 바짝 말라 가루가 돼 있었다”며 “모든 성분을 합치면 오늘날의 립스틱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과 일치한다”고 했다.

고대 문헌에 따른 립스틱의 역사는 550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메소포타미아 국가 우르의 푸아비 여왕(슈바드)이 입술에 색조 화장을 한 것이 최초로 알려져 있다. 2006년 발표된 하버드대 논문에는 ‘푸아비 여왕이 백연(white lead·흰색 납)과 붉은 돌을 섞어 발랐다’는 내용이 있다.

한편 WP는 “최초의 립스틱 표본이 이란에서 발견된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1979년 이슬람 혁명 후 립스틱과 매니큐어 같은 화장품을 금지했던 국가이기 때문”이라며 “지금은 해당 규제가 완화됐지만 여전히 정부 직원과 의대생 등 많은 이란 여성에게 화장이 금지돼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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