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교수 사직서 제출·전공의 '요지부동'…혼란의 의료현장

2024. 3. 12.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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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교수들 집단행동 경고
정부 '의대 정원 확대' 고수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 3주 차인 12일 오후 대구 한 상급종합병원 복도에 보건복지부의 전공의 대상 업무개시명령서가 게시돼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자연 기자]정부가 병원을 떠난 전공의에 대해 면허정지 처분을 내린다고 밝히자 이에 반발한 의대 교수들이 잇따라 '집단행동'을 경고하고 있다. 전문병원을 중심으로 의료현장이 돌아가는 가운데 갈등의 골은 좁혀지지 않는 상황이다.

12일 정부는 '수련 과정'에 있는 전공의들이 대거 이탈했다는 것만으로 의료체계가 흔들리고 있다는 데 문제 의식을 갖고,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의 전환을 신속히 추진하기로 했다.

전문의 중심 병원 전환은 정부가 지난달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포함한 것으로, 의료기관의 전문의 고용 확대를 유도하는 게 골자다.

의료기관 설립 시 준수해야 할 의사인력 확보 기준에서 전공의 1명을 전문의 0.5명으로 따져 전문의를 보다 더 많이 고용하게끔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의료전달체계의 '허리' 역할을 담당하는 중소 병원의 역할도 강화하기로 했다.

그중에서도 특정 질환에 전문성을 갖춘 '전문병원' 역할을 공고히 하고, 전문병원에 대한 수가 등 보상을 강화하는 체계를 만들기로 했다.

전문병원은 특정 질환이나 진료과목에 대해 난도가 높은 의료행위를 하는 병원급(2차) 의료기관이다.

전문병원 육성을 통해 상급종합병원 등 대형병원에 환자가 지나치게 쏠리는 현상을 해소하고, 환자는 적시에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한다는 취지다.

다만 의료계 내부에서는 여전히 전문병원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 환자들이 대형병원을 찾는다는 점을 문제로 꼽는다. 이에 수가 보상뿐만 아니라 중증·응급환자가 발생했을 때 구급대원이 환자를 적절한 전문병원으로 이송, 치료 시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정부 주도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의대 교수들은 잇따라 집단행동을 경고하고, '연대' 움직임을 보이는 모양새다.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전날 사직서 제출을 결의한 데 이어, 이날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역시 전공의와 의대생에 피해가 발생할 경우 문제 해결을 위한 '행동'에 나서겠다고 엄포를 놨다.

서울의대 교수협 비대위를 포함해 총 16개 의대 교수협 비대위는 이날 오후 온라인으로 만나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다만 의대 교수들은 전공의들이 피해를 볼 경우 집단행동에 나서겠다고 경고하면서도, '대화' 의지는 드러내고 있다.

서울의대 교수협 비대위 역시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선 대화하자"면서 이들은 정부에 의대 증원을 1년 뒤로 미루고, 대한의사협회(의협), 여당, 야당, 국민대표, 교수, 전공의가 모두 참여하는 대화협의체를 구성하자고 공식 제안했다.

'빅5' 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의대 중 가장 앞서 지난 7일 사직서 제출에 합의한 울산의대 교수협 비대위는 당장 행동에 옮기진 않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화 가능성을 내비친 교수들과 달리 전공의들은 면허 정지와 같은 정부 처분에 꿈쩍도 않는 중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서울의대 교수협 비대위와 합의한 사안 없다. 2월 20일에 낸 대전협 성명서를 다시 한번 확인하시길 바란다"고 짤막하게 적었다.

서울의대 교수협에서 전공의를 포함해 대화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는 소식에 대한 반응이다.

박 위원장이 언급한 대전협 성명서에는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2천명 의대 증원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라'는 내용 등이 담겼다.

정부 역시 의대 증원에 확고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복지부는 서울의대 교수협 비대위에서 의대 증원을 1년 늦추자고 제안한 것과 관련, "의사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은 더 늦추기 어려운 사안"이라고 일축했다.

복지부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의료 수요를 감안할 때 증원 시기를 1년 늦추면 그 피해는 훨씬 커질 것"이라며 "필수의료 부족으로 인한 국민들의 고통을 생각할 때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아니다"고 했다.

정부는 의대 교수들이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에 가세해 의료현장을 떠날 경우 '진료유지명령' 대상이 될 가능성도 내비쳤다. 의대 교수들도 기본적으로 의료인이므로 의료법에 따른 명령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도 복지부는 전날 조규홍 장관이 전공의와 비공개 만남을 가졌다면서 사태 해결에 대한 의지가 여전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전공의 이탈 후 현장을 지키는 의료진의 피로도는 한계치에 다다르고 있다. 여기에 의대 교수들마저 집단행동 조짐을 보이면서 환자들의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전날 오후 6시 기준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에 들어온 총 상담 수는 하루 69건이며 피해신고가 접수된 건 28건이다.

지난달 19일부터 집계된 누적 상담 건수는 1174건에 달한다. 전체 누적 상담 수 중에서 피해신고가 접수된 건 472건으로, 이 중 수술 지연이 329건이었다.

서울시내 빅5 병원은 수술을 '절반'으로 줄인지 오래다. 응급실과 중환자실에는 인력을 최우선으로 배치하고 있지만 상황이 좋지 않다. 공중보건의사와 군의관이 투입됐지만, 전공의들의 공백을 모두 메우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이다.

nature68@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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