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1억 비트코인
비트코인 창시자 나카모토 사토시(필명)가 첫 비트코인을 채굴한 날은 2009년 1월3일이다.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탈중앙화된’ 가상통화가 중앙은행의 발권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가상통화가 가치가 있을지, 얼마일지 논란은 그날부터 시작됐다.
1년여 뒤인 2010년 5월5일 첫 거래가 성사됐다. 미국 플로리다주의 프로그래머 라즐로 하니예츠가 피자 2판을 배달시키고 1만 비트코인을 지불한 것이다. 당시 피자값이 30달러 정도 했으니 비트코인 1개당 0.003달러였던 셈이다. 2011년 초반까지도 1달러 안팎 동전 수준이던 비트코인 가격은 2017년 5월 2000달러를 돌파하고 가파르게 치솟더니, 그해 12월18일에는 2만달러에 육박하는 투자 자산으로 변모했다.
한국에서 비트코인이 처음 거래된 건 2013년 9월 가상통화 거래소가 생기면서다. 당시 비트코인 1개 가격은 14만6000원이었다. 세계적인 급등세에 따라 국내 비트코인은 2017년 말 1000만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300만원으로 떨어졌다. 2021년 상승세를 맞아 8000만원대를 찍더니 이듬해 테라·루나 사태와 세계 3위 가상통화 거래소 FTX 파산 후 2000만원 선까지 폭락하기도 했다.
급등락을 반복하던 비트코인 가격이 1억원을 넘어섰다고 한다. 국내 가상통화 거래소에서 12일 사상 최고가인 1억198만원을 기록했다. 영국 금융당국이 가상통화 기반 상장지수증권(ETN)을 사실상 승인했다는 소식이 호재로 작용했다. 지난 1월10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승인한 뒤 영국에서도 비트코인이 ‘주류 금융’에 진입했다는 의미다. ETN은 증권사가 발행하는 기초자산의 수익률을 추종하는 파생상품으로, ETF처럼 상장돼 거래된다.
앞자리 가격 단위가 바뀐 비트코인은 오름세를 이어갈 가능성도 크다. 그러나 각종 호재에도 ‘포모(Fear Of Missing Out·기회를 놓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증후군’이 가세하면 변동성과 거품이 클 수밖에 없다. ‘1억원 비트코인’이 또 다른 가격 상승의 시작일지, 지속적 거품의 확대일지는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다.
박재현 논설위원 parkj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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