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8일 만에 홈런 쾅!…돌아온 MVP, 日유학 실패 아픔 어떻게 치유했나 “너 하고 싶은 대로 해줄게” [오!쎈 수원]
[OSEN=수원, 이후광 기자] ‘돌아온 프로야구 MVP’ 멜 로하스 주니어(34·KT 위즈)가 시범경기 부진을 씻어내는 값진 홈런을 쏘아 올렸다.
로하스는 12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SSG 랜더스와의 시범경기에 4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1타수 1안타(1홈런) 3타점 1득점으로 활약하며 팀의 8-4 승리를 이끌었다.
첫 타석부터 타점을 신고했다. 0-1로 뒤진 1회 무사 만루서 등장, SSG 선발 최민준의 초구를 받아쳐 좌익수 방면으로 향하는 동점 희생플라이를 쳤다. 4경기 만에 나온 로하스의 시범경기 첫 타점이었다.
3-2로 근소하게 앞선 3회에도 무사 만루 기회를 맞이했다. 좌완 이기순을 만나 1B-2S 불리한 카운트에 몰렸지만 4구째 직구가 팔꿈치 쪽으로 날아오며 밀어내기 사구가 됐다. 로하스의 두 번째 타점이었다.
홈런은 마지막 타석에서 나왔다. 5-2로 리드한 5회 무사 1루 상황. 1루주자 정준영이 도루에 실패하며 누상의 주자가 사라진 가운데 로하스는 2B-2S에서 SSG 이건욱의 몸쪽 슬라이더(134km)를 공략, 시범경기 마수걸이 홈런에 성공했다. 이날 승부의 쐐기를 박는 한방이었다.
로하스는 8-2로 앞선 6회 2사 1루에서 대타 문상철과 교체되며 기분 좋게 경기를 마쳤다. 시범경기 타율은 종전 1할1푼1리에서 2할로 상승했고, “로하스가 차츰 장타가 나오고 있어 중심 타선에서 힘이 될 것 같다”라는 이강철 감독의 칭찬도 들었다.
로하스는 경기 후 “공을 맞히고 나서 방망이가 부러져 홈런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는데 담장을 넘어가서 기뻤다. 수원 구장에서 홈런을 오랜만에 치게 된 부분도 기쁘다”라고 홈런을 친 소감을 전했다.
로하스의 KBO리그 홈런은 2020년 11월 1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2차전 이후 1218일 만이다. 수원KT위즈파크에서는 2020년 10월 14일 키움전 이후 1245일 만에 손맛을 봤다.
로하스는 지난해 12월 7일 총액 90만 달러에 KT와 계약하며 4년 만에 KBO리그 무대에 복귀했다. KT는 2022년부터 2년 동안 함께한 앤서니 알포드를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하며 새 외국인타자 영입에 착수했고, 도미니카 윈터리그에 참가 중이었던 4년 전 MVP에게 다시 러브콜을 보냈다.
로하스는 2017시즌 KT의 대체 외국인타자로 합류해 2020시즌까지 4시즌 통산 타율 3할2푼1리 633안타 132홈런 409타점 350득점으로 활약했다. 커리어하이는 2020시즌으로, 홈런(47개), 타점(135개), 득점(116점), 장타율(.680) 등 4관왕에 오르며 정규시즌 MVP의 주인공이 됐다.
로하스는 KBO리그 성공을 발판 삼아 한신과 2년 계약했지만 일본 투수 적응에 철저히 실패하며 좌절의 시간을 보냈다. 첫해부터 코로나19로 취업비자 발급이 제한되며 4월에서야 일본 입국이 이뤄졌고, 5월 뒤늦은 데뷔와 함께 21타석 연속 무안타 불명예를 비롯해 60경기 타율 2할1푼7리 8홈런 21타점을 기록했다. 2022년 또한 89경기 타율 2할2푼4리 9홈런 27타점으로 큰 반전을 이뤄내지 못했다.
시범경기를 통해 다시 KBO리그에 적응 중인 로하스는 "KBO리그에 돌아온 만큼 이번 시범경기 동안은 공을 많이 보면서 적응하자고 마음 먹었다. 지금의 이 소중한 기회들을 활용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일본에서 안타는 없었지만 잘 맞은 타구들이 많았다. 그리고 감도 좋았기 떄문에 기록을 신경쓰기보다 그 감을 잃지 않기 위해 동일한 루틴을 가져가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돌아온 로하스의 출발은 유쾌하지 못했다. 스프링캠프 연습경기 4경기 7타수 무안타 3볼넷에 이어 시범경기에서도 타율 1할1푼1리의 부진을 겪고 있었다.
이날 마침내 첫 홈런이 나온 배경에 대해 그는 "감독님께서 내가 부담을 많이 갖고 있다고 생각하셨는지 일본에서의 경기력을 신경쓰지 말라고 말씀해주셨다. 또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모두 지원해줄 테니 편안하게 경기에 들어가라고 말씀해주셨다. 정말 감사하다"라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로하스의 합류로 KT는 강백호-박병호-로하스로 이어지는 막강 클린업트리오를 구축했다. KT는 지난해까지 마운드의 팀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MVP가 합류하면서 공격에서도 기대감을 가질 수 있게 됐다.
로하스는 "우리 팀은 전체 타선이 잘 짜여져있고 조화롭다. 상대 투수 입장에서 강백호, 박병호, 그리고 내가 있는 클린업트리오를 상대할 때 벽을 계속 넘어야한다는 생각에 심리적으로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시즌 중에 중심타선의 시너지가 유지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나도 다른 선수들만큼 컨디션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책임감을 갖고 노력하겠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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