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도 의사도 대화 국면 조성에 온 힘 쏟아야

한겨레 2024. 3. 12. 18:4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전국 수련병원의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11일 전공의들과 비공개로 만났다.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내고 근무지를 이탈한 지 21일 만에 주무부처 장관과 대화를 시작한 것이다.

정부는 이번에 비공개로 만난 전공의가 지도부인지, 주로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등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함구했다.

'이런 정도면 전공의들이 복귀할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같은 학교 제자들조차 '합의한 바 없다'는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방재승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국회에서 의대증원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 수련병원의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11일 전공의들과 비공개로 만났다.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내고 근무지를 이탈한 지 21일 만에 주무부처 장관과 대화를 시작한 것이다. 국민들의 의료공백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만큼, 정부도 의사도 대화 국면 조성에 온 힘을 쏟아야 한다.

뒤늦게나마 정부와 의사들이 대화의 물꼬를 튼 것은 반가운 일이다. 정부가 전공의 복귀를 촉구하는 최후통첩 시한이었던 지난달 29일에도 일부 전공의를 만났지만, 당시엔 비공개 접촉이 사전에 알려지면서 의견 청취를 하는 수준에 그쳤었다. 정부는 이번에 비공개로 만난 전공의가 지도부인지, 주로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등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함구했다. 양쪽의 대화가 계속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전공의들과 만난 날, 조 장관은 “행정처분(면허정지) 절차가 마무리되기 전에 복귀하는 전공의에 대해 최대한 선처하겠다”는 방침을 알리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또 다른 집단사직 움직임을 보이는 의대 교수들의 행동은 갈등을 중재하기는커녕 사태를 더 악화시키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울산대 의대 교수들에 이어 서울대 의대 교수들도 정부가 18일까지 합리적 방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집단사직하기로 했다. 제자인 전공의들의 사직 처리가 되는 날을 기점으로 실력행사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응급·중증 환자를 맡고 있는 대형병원 교수들이 진료를 거부하기 시작하면 의료대란이 불가피하다. 제자들을 지키기 위해 환자를 외면하겠다는 것인가. 게다가 이들은 대화협의체 구성을 제안하면서 ‘공신력 있는 기관에 분석을 의뢰해 의대 증원을 1년 후에 정하자’고 한다. 다수 국민이 의대 증원을 지지하고 있는데 이를 사실상 원점으로 되돌리자는 것인가. ‘이런 정도면 전공의들이 복귀할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같은 학교 제자들조차 ‘합의한 바 없다’는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전국 곳곳에서 의대 교수들이 집단행동에 가세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의-정 갈등은 확산기로에 서 있다. 최악의 상황만큼은 막아야 한다. 3주가 지나도록 병원에 복귀하지 않고 있는 전공의나 집단사직을 배수진으로 치고 있는 교수들은 더 이상 환자를 볼모로 삼아선 안 된다. 정부도 ‘집단행동 엄단 방침’만 외치는 대신 의사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다. 양쪽 모두 의대 증원에 관한 정책 결정을 독식할 수 있다는 오만함부터 버려야 대화가 이뤄질 수 있다.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