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눈높이 맞춘다"는 與, '도태우 딜레마'에 결정 머뭇

중도층 노려 재논의 들어갔으나
종일 장고 끝에 결론 미뤄
보수 진영 역풍 우려한 듯

정영환(가운데)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이 9일 여의도 당사에서 제19차 공관위 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5·18 민주화운동 폄훼 발언'으로 논란이 된 도태우 변호사의 대구 중남구 후보 공천 취소 여부를 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4·10 총선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중도 표심을 잡기 위해서는 도 변호사 공천 취소로 '극우' 프레임에서 탈피해야 하지만, 보수 지지층 일부의 반발에 따른 '집토끼' 이탈 우려를 고심해야 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도 변호사는 12일 "과거의 미숙한 생각과 표현을 깊이 반성하고 바로잡았다"고 재차 사과했다.

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이날 오전부터 도 변호사의 공천 관련 안건을 상정하고, 재검토했다. 전날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국민 눈높이에 맞는 재검토" 요청에 따른 후속이다. 지도부 요청이나 공관위 판단으로 공천 결정이 번복된 전례가 있는 만큼, 이날 회의에서 도 변호사 공천 취소가 예상됐다.

하지만 공관위원들은 이날 늦은 오후까지 결론을 내지 못했다. 정영환 공관위원장은 브리핑에서 "(도 변호사 공천을) 어제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오늘 오전에 회의 안건 상정해서 다각도로 토의를 했지만 아직 결론을 못 냈다"고 말했다. 논의가 길어지는 배경에 대해서는 "나중에 별도로 말씀드리겠다"고만 했다.

당내에서는 도 변호사 공천 취소 시, 텃밭 대구·경북(TK)을 중심으로 '후폭풍'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경선을 통해 후보 공천을 확정받은 도 변호사를 '과거 발언'만으로 탈락시키는데 대한 부담감과 오른쪽에 기울어 있는 보수 진영 반발이 더 거세질 수 있어서다. 실제 이날도 "이미 시민과 당원의 선택으로 끝난 사안"(홍준표 대구시장), "대구 지역에서 모처럼 나온 젊은 정치인"(신평 변호사) 등 대구·경북 등 보수 지지층을 중심으로 도 변호사를 두둔하는 목소리가 확산됐다.

과거 발언과 각종 의혹에도 공천을 받은 다른 후보들과의 '형평성'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에 도 변호사의 거듭된 사과를 통해 '돌파구'를 찾으려는 모양새다. 도 변호사는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5년 전 저의 개인적인 발언이 당의 정신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물의를 빚었다"며 "앞으로 당원 및 후보로서 5·18 민주화운동 헌법 전문 수록에 대한 당의 입장을 전적으로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국민의힘 정당이 특별히 5·18 민주화운동 존중 정신을 정강에 반영한 의미도 잘 이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 위원장이 지난 1월 광주를 찾아 헌법 전문에 5· 18정신을 수록하는데 적극 찬성한다고 한 발언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한 것이다. 앞서 '막말 논란'에 휩싸인 장예찬(부산 수영) 예비후보와 '당선 파티'로 물의를 빚은 박덕흠(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 의원 등도 "심려를 끼쳐 죄송하고 송구스럽다"며 줄줄이 고개를 숙였다. 앞서 한 위원장은 박 의원에 대해 "공개적으로 엄중 경고한다"고 밝혔다.

김민순 기자 soon@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