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말 무성한 '고려거란전쟁', 개운하지 않아서 그래요 [Oh!쎈 초점]

장우영 2024. 3. 12.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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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장우영 기자] 귀주대첩을 끝으로 ‘고려거란전쟁’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지만 뒷말이 무성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개운하지 않아서 그런 게 아닐까.

KBS2 대하드라마 ‘고려거란전쟁’이라는 뷔페는 차린 게 많아 기대를 모았지만 정작 맛을 보고 나와보니 아쉽고 개운한 맛이 많았다. 귀주대첩의 서전을 그린 프롤로그부터, 양규(지승현)와 김숙흥(주연우)이 분투한 2차 전쟁의 끝이 그려진 16회까지는 좋았다. 현종 역을 연기한 김동준의 연기력 논란이 있긴 했지만 지승현을 비롯해 이원종(강조 역) 등의 연기 차력쇼, 김한솔 감독의 디테일한 연출이 호평을 받으며 리모콘을 붙잡았다.

하지만 3차 전쟁이 일어나기 전까지의 과정이 융단 폭격을 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고려거란전쟁’ 제목과 다르게 ‘고려궐안전쟁’으로 꽤나 긴 회차가 소요되면서 긴장감을 떨어뜨렸다. 현종의 성장 서사를 그려주는 것도 좋지만, ‘고려거란전쟁’인 만큼 3차 전쟁에 활약하는 이들을 조명해주는 회차로 사용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이렇게 늘어지는 전개 속에서 휩싸이지 않았어도 될 역사 왜곡 논란에도 부딪혔다. 박진(이재용)이라는 가상 캐릭터가 김훈(류성현)·최질(주석태)의 난 배후로 나타나면서 김훈, 최질은 물론 원정왕후(이시아)의 캐릭터까지 붕괴시켰다. 이 난의 원인이 되는 장연우(이지훈), 황보유의(장인섭)를 미화시킨 게 아니냐는 불만도 속출했다.

물론 조선시대 만큼 참고할 만한 기록이 부족한 만큼 이를 상상력으로 채우기 위해서 가상의 캐릭터를 넣을 수는 있지만, 이 상상력이 지나쳐 실제 역사에 이름을 남긴 인물들을 망가뜨려 역사 왜곡 논란이 불거졌다. 결국 제작진은 고개를 숙이고 재정비를 위해 결방을 결정했다.

초반에 보여준 완성도를 끝까지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도 아쉬움의 하나다. ‘고려거란전쟁’은 총 270억 원 이상의 제작비가 든 것으로 알려졌다. 최첨단 기술력을 총동원해 30만 대규모 병력 묘사를 이뤄내는 데 성공했다는 자평과 달리 CG라는 게 티나는 장면들이 있었고, 시원하게 거란군을 격퇴하는 게 아니라 비가 오면서 마치 전쟁이 우천취소 되는 듯한 만듦새가 지적을 받았다.

이는 흥화진 전투, 귀주대첩을 연출한 김한솔 PD와 총연출을 맡은 전우성 PD 간의 갈등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뒷말을 낳았다. 이에 KBS는 “총연출자인 전우성PD는 김한솔PD가 도맡은 흥화진 전투와 귀주대첩 장면에 대해 관여하지 않았다”며 “귀주대첩 장면을 전PD가 편집을 진행, 기존 촬영분 대부분을 뺐다는 보도 내용은 사실과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최수종이라는 ‘사극 신’을 최대한 활용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고려거란전쟁’이라고 하면 당연히 ‘귀주대첩’을 떠올리게 되고, ‘귀주대첩’은 ‘강감찬’으로 연결된다. 그리고 ‘사극 신’ 최수종이 강감찬을 맡았으니 그의 연기를 보고 싶은 시청자들이 줄을 이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현종의 성장 서사에 포커스가 맞춰지다 보니 강감찬은 병품처럼 보일 때도 있어 아쉬움을 남겼다.

이어 최수종이 종방연에 참석하지 않아 또 뒷말을 낳았다. 강감찬으로 열연하고, 연기대상까지 받았던 만큼 최수종도 종방연에 참석해 회포를 풀지 않을까 싶었지만 ‘강감찬’ 없는 종방연이 열렸다. 이에 KBS 측은 “애초에 촬영이 2월 말에 끝나기로 했는데 촬영 기간이 늘어나면서 최근까지 밀렸다. 그 사이 개인적으로 미리 일정을 잡아둔 게 있어서 종방연에 참석하지 못하게 됐다. 현장 분위기는 유쾌하게 진행됐고, KBS 사장님도 와서 고생한 배우들과 제작진에게 축하 멘트를 하고 갔다”고 설명했다.

대하드라마, 거액의 제작비, 캐스팅 등 모든 부분에서 기대가 넘쳐 흐를 수밖에 없던 ‘고려거란전쟁’이다. 때문에 시청자들의 기대감은 평소의 기대감을 훌쩍 넘었고, ‘고려거란전쟁’도 초반에는 이에 부응하며 시너지를 냈다. 하지만 후반부로 접어들수록 전개와 연출, 캐릭터 붕괴 등 아쉬움이 속출하며 기대를 떨어뜨렸고, 그나마 귀주대첩으로 만족감을 줬지만 초반만 못하기에 여러 추측이 나오며 뒷말이 무성한 상태에 이르렀다.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뒤 스페셜 방송으로 재미까지 안기며 여운을 안기겠다는 큰 그림을 그렸던 KBS였겠지만, 뒷말만 무성하게 남기면서 ‘대하드라마 명가’ 체면을 구겼다. /elnino8919@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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