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일본군 성노예 타령’ 망발한 김용원, 인권위원 자격 없다
김용원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이 지난 11일 유엔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 제출할 보고서를 심의하는 전원위원회에서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를 다 알고 있는데 자꾸 (얘기를) 꺼내서 우리가 얻고자 하는 게 무엇이냐”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일본군 성노예제 타령을 할 거면 중국에 의한 성노예제, 반인륜적 범죄도 지적해야 한다”고도 했다. 인권위 사무처가 전원위에 보고한 보고서에는 한국이 일본 정부에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진상 규명,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공식 사과와 법적 배상을 하도록 촉구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는데, 김 상임위원이 극구 반대했다는 것이다. 위안부 피해자 대다수는 평생을 고통 속에 살다 생을 마쳤고, 생존자들은 지금도 일본의 공식 사과와 배상을 촉구하며 절규하고 있다. 그런데도 명색이 국가인권위원이라는 사람이 회의석상에서 저런 말을 했다는 게 기가 막힌다.
인권위법 1조는 “모든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고 그 수준을 향상시킴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고 민주적 기본질서 확립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돼 있다. 인권위 설립 목적을 인권 보호·신장으로 매김한 것이다. 그런데도 김 상임위원은 “우리 국제정세가 북한, 중국, 러시아로 이뤄지는 블록이 있고, 이에 효율적으로 대항하기 위해서는 일본이라는 나라가 우리에게 필요하다”며 문제의 발언을 했다. 보편적 인권을 추구하는 인권위의 존재 이유를 부정한 셈이다. 인권위는 인권 문제에서 입법부·행정부·사법부 등 다른 국가기관을 선도하는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김 상임위원 발언은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항소심 판결에도 한참 못 미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명한 김 상임위원의 반인권적 행태는 묵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인권위 조사관이 추위 속 고공농성 중인 노동자에게 이불과 밥 세끼를 올려보내도록 현장에서 조정한 것을 두고 “상임위를 무력화하는 행위”라고 하고, 인권위를 항의 방문한 ‘윤 일병’ 유족을 불법건조물 침입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김 상임위원은 군인권보호관을 겸하고 있고, 군인권보호관은 ‘윤 일병’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진 직제다. 송두환 인권위원장을 향한 막말도 끊이지 않는다. 오죽하면 인권위 직원들 사이에서 “너무 힘들다”는 말이 나오겠나. 김 상임위원은 인권위를 더 이상 희화화하지 말고 즉각 사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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