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정책학 석사과정 밟다 주얼리 시장에 `퐁당`… "재래산업 한계 깨겠다"
홍콩박람회서 매력에 빠져… "주얼리 큐레이터 될 것"
주얼리 시장 성장성 긍정적… 컬렉션 위한 소비 대중화"
"국내 시장에서도 단순한 재화적 가치를 떠나 예술적인 가치로도 주얼리를 수집하는 소비가 점점 대중화 될 것으로 봅니다."
심수한(32·사진) 젬컴.쥬얼밸리 총괄 이사는 주얼리 산업의 성장성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캐나다 맥길대학교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하고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에서 정책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박사과정을 밟으려던 중 부친을 따라 홍콩국제보석박람회를 둘러보다가 주얼리의 매력에 빠지게 됐다. 이후 2018년 현재 회사에 합류해 원자재 수입부터 제조, 기획, 영업, VMD(Visual Merchandiser), 이커머스 등 운영 전반을 총괄하고 있다.
"평소 학계에서 느끼지 못했던 역동적인 도소매 등 주얼리 산업 전반의 유통 과정을 보면서 귀금속과 보석에 흥미를 느끼게 됐다"는 심 이사는 "대학 시절 외환 과목을 흥미롭게 수강했었는데 원자재인 다이아몬드 등을 수입하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며 웃었다.
심 이사의 부친은 1990년대 초반부터 주얼리 제조공장을 운영하며 전국 귀금속 유통업체에 대규모 도매업을 전개하다가 재래적인 주얼리 유통 방식이 앞으로 크게 바뀔 것으로 예상하고 백화점 유통을 시작했다.
현재는 젬컴.쥬얼밸리 외에도 이탈리아 피렌체 명품 하우스브랜드 지안프랑코 로띠를 비롯해 다이아미주얼리, 끌레비비, 골드마인, 헬로키티 등 여러 주얼리 브랜드를 론칭해 운영하고 있다. 백화점, 아울렛, 면세점, 할인점 등 오프라인 매장뿐 아니라 온라인 플랫폼에도 유통망을 확대한 상태다.
심 이사는 "부친이 사업을 시작할 당시에는 현재처럼 백화점에 각각의 디자인과 특징을 가진 주얼리 브랜드가 아니라 단순히 '준보석 코너'라고 해서 브랜드 변별력이 없는 민성 금제품을 여러 소매업체가 판매하는 때였다"며 "2000년대에 이르러 국민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백화점 내에서도 각각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 브랜드를 소비하려는 흐름이 생겨났고, 이에 따라 스타 마케팅을 필두로 하는 여러 주얼리 브랜드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들 브랜드는 대부분 제품 기획과 생산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영세업체에 도급을 주거나, 해외 업체와 도급계약을 맺어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젬컴.쥬얼밸리는 "원자재를 직접 수입해 제조에 투입하고 설립 때부터 이어온 제조 기술을 통해 타 브랜드 대비 비용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주얼리를 제공한다"고 귀뜸했다.
이 과정에서 중간 유통 과정에 뛰어들어 생산 비용을 절감시킨 것이 심 이사다. 현재 인도, 이스라엘, 벨기에 등의 사이트홀더(글로벌 다이아몬드 원석 공급회사 드비어스에서 지정한 원석구매자)와 거래해 원석을 직접 수입하고 있다.
그는 "커리어를 시작할 때 즈음 다이아몬드와 귀보석, 나석에 대한 관세 및 개별소비세 부과를 없애는 세법개정이 통과되면서 큰 기회가 열렸다"며 "나석에 대한 중간 유통을 아예 없애는 일을 진행했고, 해외 다이아몬드 딜러들과의 소통에 힘을 쏟아 원자재 수급체제를 구축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귀보석은 보석 중에서도 다이아몬드, 에메랄드, 루비, 사파이어 같은 특히 귀한 가치를 갖는 보석이며, 나석은 자연에서 채굴된 원석을 가공해 별도의 세팅을 하지 않은 날 것의 보석으로 원하는 디자인으로 세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천연 다이아몬드와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판매를 병행해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도록 한 것도 심 이사의 아이디어다.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는 다이아몬드 광산에서 씨앗을 가져와 실험실(Lab)에서 재배(Grown)해 연마하는 일종의 인공 다이아몬드다. 천연 다이아몬드 대비 가격이 20~30% 수준으로 저렴하지만 물리적, 화학적 특성은 같아 육안으로는 구분이 어려울 정도여서 다이아몬드 대체재로 각광받고 있다.
그는 또 기존의 보수적인 수입유통이 아닌 인하우스 파인주얼리 브랜드, 해외 라이선스 주얼리 사업, 해외 하이엔드 주얼리 브랜드 독점수입 및 유통 등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데도 기여했다.
심 이사는 "지난해 9월에는 프랑스 하이엔드 주얼리 브랜드인 딘반 코리아 론칭을 통해 또다른 차원의 포트폴리오를 개척하게 됐다"며 "프랑스의 하이엔드 주얼리가 집약돼 있는 파리 방돔광장의 일원인 딘반을 국내 독점으로 들여오면서 여러 다른 유럽의 브랜드들에서도 연락이 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원자재 비중이 큰 주얼리 산업은 대표적인 재래 산업으로 꼽힌다.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떨어지고 한계에 직면한 시장에서 '신선한 충격'을 줄 수 있는 일들을 개척해 나가겠다는 심 이사의 포부다.
심 이사는 "글로벌 측면에서 주얼리 산업의 성장은 멈추지 않고 있다"고 봤다. 화폐가치가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 달러화의 기축통화로서의 지위가 상실돼 가고 있고, 미중 패권 대립과 같은 국제안보 위협으로 금과 다이아몬드에 대한 수요도 날로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프랑스 명품 그룹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그룹이 몇 년 전 글로벌 주얼리 브랜드 티파니앤코를 20조원에 인수한 데에도 이런 주얼리 시장의 성장성을 긍정적으로 봤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시장은 규모가 큰 편은 아니지만 코로나19 이후 변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그는 "주얼리를 소비하는 국민들의 선택이 점점 대담해지고 있다"며 "금만 사 모으던 기성세대들도 황혼에 접어듦에 따라 결혼 40주년, 50주년 기념을 위해 수백만원에서 수억원에 이르는 고가의 주얼리를 소비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오래전 북미와 유럽에서 이뤄지던 주얼리 소비 패턴이 국내에도 도래한 것"이라며 "재화적 가치를 떠나 예술적인 가치로도 주얼리를 컬렉션하는 소비가 점점 대중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개인적인 꿈을 묻자 심 이사는 "앞으로 소비자들이 경험해보지 못한 여러 브랜드를 전개하고 싶다"며 "브랜드만 아니라 '주얼리 코노셔'(connoisseur·감정가, 전문가) 혹은 큐레이터로서 다양한 경험을 소비자들에게 선사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답했다.
신하연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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