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리더'에서 '반미단체 활동가' 되기까지…색깔론 민낯 드러내다

이재진 기자 2024. 3. 12.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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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언론 보도에선 전지예 사무국장 전문성 활동 부각하다 12인 경선 때부터 색깔론 본격 등장

[미디어오늘 이재진 기자]

▲지난 11일 오마이TV에 출연한 전지예 후보의 모습. 사진=오마이TV 화면 갈무리

“보수언론과 국민의힘이 낡은 색깔론을 꺼내들어 청년의 도전을 왜곡했다.”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 국민후보로 뽑힌 전지예 금융정의연대 사무국장이 12일 결국 사퇴했다. 전지혜 사무국장 이름이 언론에 본격 등장한 것은 지난 7일 지원자 44명 중 남녀 6명씩 심사 대상자로 12명에 뽑히면서였다. 그리고 10일 최종 4인에 선발되면서 언론 보도는 정점을 찍었다.

조선일보는 9일 “더불어민주당의 위성 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에서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할 시민 단체 측 4명 자리 상당수가 진보당 출신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진보당이 당선 안정권에 세 후보를 더 추천하는 것을 감안하면 더불어민주연합의 상당수 후보가 친(親)진보당·친북 인사로 채워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언론은 진보당과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는 인사라면 '친북' 인사로 규정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최종 4인에 전지예 금융정의연대 사무국장이 뽑히자 집중 타깃이 됐다. 세계일보는 <반미·사드 반대 운동가가 민주 위성정당 비례 1번이라니>라는 제목의 사설을 냈고, 동아일보는 민주당과 시민사회의 선거연대 파기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사실상 공천 철회를 압박했다. 언론이 특히 문제를 삼은 것은 전 사무국장이 과거에 속한 단체의 이력이었다.

해당 단체의 한미군사훈련 반대와 같은 주장이 왜 수용할 가치가 전혀 없는 '반미세력의 구호'로만 치부되고 금기의 대상이 되어야하는지도 의문인데, 과거와 현재 사뭇 다른 전지예 사무국장 관련 언론 보도를 보면 어리둥절할 수준이다.

대표적으로 시사저널 보도를 보자. 시사저널은 12일 <'색깔론' 혹은 '극좌단체'…민주 비례연합 뇌관 된 '겨레하나'의 실체>라는 기사에서 겨레하나의 3년치 주요 사업을 분석한 결과라면서 반미(反美) 운동에 단체 활동이 집중됐다고 보도했다. 그런 단체에 속한 전 사무국장에 대한 우려가 합당하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시사저널은 지난해 10월 24일 전 사무국장을 '경제 권력 감시 나선 MZ 활동가'라며 “시사저널 선정 '2023 차세대리더' 100인”에 선정했다. 전 사무국장은 이력 표기에서 알 수 있듯이 금융정의연대라는 단체에서 5년이 넘는 시간 동안 실무자로 활동해왔다. 거대 금융회사들의 부당 및 사기 행위 등 약탈적 행위를 감시하고, 금융사각지대에 놓인 청년 금융소비자들을 돕는 활동을 해왔다.

시사저널은 전 사무국장에 대해 옵티머스나 독일 헤리티지 펀드 사건과 같은 사회적 문제가 된 사모펀드와 관련한 금융 피해를 막기 위한 활동을 벌였다고 소개했다. “우리나라의 금융 교육이 부족하기 때문에 초·중·고 교육과정에 금융 교육을 필수로 넣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금융시장에 외국 자본이 많아 발생하는 불균형 문제들, 청년부채도 관심 사안”이라는 전 사국장의 인터뷰도 실렸다.

전문가 500명과 일반 국민 500명 등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해 각 분야에서 '대한민국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기대되는 인물'을 추린 결과 전 사무국장은 차세대 리더가 됐지만 불과 1년도 채되지 않아 같은 매체에서 매우 우려되는 인물이 돼버렸다.

▲ 2023년 10월 24일 시사저널 보도 내용.

다른 보수 언론에서도 전 사무국장이 등장한다. 조선일보는 2022년 7월 8일자 <“환매 중단도 억울한데, 암호문 같은 펀드 안내문에 분통”> 보도를 통해 전문용어가 가득한 증권사 보고서의 문제를 지적했다. 해당 보도에서 전 사무국장은 “어려운 업계 용어로 설명을 해도 일반 소비자는 이해하기 어렵다”며 “심지어 사모펀드를 판매하는 PB(자산관리가)들도 상품 내용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있다”고 조언했다.

2020년 10월 7일자 한국일보 < '1억 만들기' '재무설계 공짜' 솔깃, 목돈 맡긴 사모펀드 가짜였다>라는 보도에도 전 사무국장이 나온다. 한국일보는 금융지식이 부족한 청년층을 노린 가짜 사무펀드 불법 판매 실태를 고발했다. 전지예 금융정의연대 사무국장은 “사모펀드 및 사모펀드를 가장한 불법유사수신 투자자들이 어떤 경로로 상품에 가입하고 있는지, 투자규모는 얼마나 되는지 실태 파악부터 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2019년 7월 18일자 중앙일보 <알바 전전하다 취업 못해…파산 교육선 “무조건 쓰지마라”> 보도에서도 전 사무국장은 제2~3금융권에 위험에 빠진 청년층의 문제를 지적했다. 이밖에 2019년 12월 16일자 세계일보 <“은행이 약탈행위를…” DLF 피해자들 100% 보상 촉구> 2019년 7월 18일자 중앙일보 <게임비→불법도박→핸드폰깡···요즘 20대들의 '파산 루트'> 등 보도에도 전 사무국장이 나온다.

현재 '반미 전사'인 것처럼 전 사무국장을 그리고 있지만 과거 언론은 전 사무국장의 전문성을 인정하며 활동을 보도했다. '반미' '종북'과 같은 프레임을 벗어나는 순간 색깔론은 그 민낯이 드러난다.

전 사무국장이 정치를 하려는 이유도 청년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전 사무국장은 최종 4인 선발 직후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청년을 대변할 수 있다면 청년 정치 당사자로서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전 사무국장은 “저는 오늘 청년 불평등을 얘기했다. 청년들이 빚을 너무 많이 지고 있다. 자산이 있는 것도 아니다. 부모 세대에 의존해야 한다. 구조적으로 얘기하지 않으면 10년 뒤에서 주거 의존하고 영끌하고 주식 투자하는 이런 모습을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 사무국장은 사퇴 입장문에서 이렇게 밝혔다.

“국민후보 오디션이 끝나자마자 조선일보 등 보수언론들은 저를 '종북, 반미단체 출신'이라며 낙인찍었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한미연합훈련 반대, 주한미군 철수를 외치던 단체 대표 출신", "노골적인 종북 인사"이라며 사실과 다른 주장으로 국민경선의 취지를 폄훼했습니다. 낡은 색깔론을 꺼내들어 청년의 도전을 왜곡하는 국민의 힘에 분노합니다. 정말 규탄하지 않을수 없습니다. 검찰독재로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국민의 생명·생존·안전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재벌 대기업 그리고 미국, 일본편만 드는 그들이 오직 '반미' '종북' 프레임에 기대어 모든 폭정을 감추려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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