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 퇴출 운명 13일 미 하원서 1차로 갈린다…트럼프 변심 변수

▲ 미국 야구장의 틱톡 광고

중국 기업 바이트댄스가 소유한 동영상 플랫폼 틱톡을 미국에서 사실상 금지하는 법안이 현지시간 오는 13일 미 하원에서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습니다.

지난 7일 하원 에너지상무위원회를 만장일치로 통과한 이 법안은 틱톡의 모기업인 바이트댄스에 틱톡을 매각하도록 강제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미국 내에서 틱톡 다운로드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법안에 따르면 바이트댄스는 해당 안건이 효력을 발휘한 뒤 165일 안에 틱톡을 매각해야 하며, 그러지 않을 경우 미국 앱 스토어에서 틱톡을 판매하는 것은 불법이 됩니다.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로부터 초당적 지지를 받는 이 법안은 패스트트랙, 즉 신속 처리 법안 안건으로 지정된 상태입니다.

이번 표결에서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할 경우 하원을 통과해 상원으로 넘어갑니다.

다만 상원 다수당인 민주당의 척 슈머 원내대표가 아직 법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 상원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고 미 뉴욕타임스(NYT)는 전망했습니다.

미국 내에서만 약 1억 7천만 명이 사용하는 틱톡은 전 세계적으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숏폼 동영상 공유 앱입니다.

미국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중국 기업이 소유한 틱톡의 사용자 정보가 중국 공산당 정권으로 흘러 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해왔습니다.

백악관은 지난해 연방정부 전 기관에 틱톡 사용 금지령을 내린 상태입니다.

이전부터 이용자의 정보를 중국 정부와 공유하지 않는다고 항변해 온 틱톡은 이번 '강제 매각' 법안이 사실상 미국 내에서 틱톡을 금지하는 처사라며 항의하고 있습니다.

틱톡이 165일이라는 짧은 기간 내에 매각될 수 있을 지 불투명한 데다가 중국 당국이 매각 결정을 승인할지도 확실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틱톡은 이날 미 의회에 서한을 보내 "틱톡은 중국 정부가 소유하거나 통제하지 않는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차 강조했습니다.

틱톡 측은 법안대로 틱톡이 다른 사업자에게 매각된다면 오히려 현재 미국 내 데이터를 보호하기 위해 들이고 있는 15억 달러, 우리 돈 약 1조 9천600억 원 규모의 노력을 지속하지 못할 수 있다며 "역설적으로, 이 매각 계획 아래에서 미국 사용자들의 데이터는 더 불안정해질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추 쇼우즈 틱톡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주 중으로 미국 의회를 방문해 상원의원들을 만날 계획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습니다.

법안 표결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틱톡 퇴출에 부정적인 입장을 거듭 밝히면서 법안 통과 여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지난 7일 틱톡을 없앤다면 페이스북의 사업만 키워주는 결과가 될 것이라며 틱톡 금지를 반대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 CNBC 인터뷰에서 틱톡이 여전히 안보 위협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틱톡을 금지하면 많은 어린이들이 '미치게 될 것(go crazy)'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솔직히, 많은 틱톡 이용자들이 틱톡을 사랑한다"며 "틱톡에는 좋은 면도, 나쁜 면도 많지만 틱톡이 사라지면 페이스북의 사업이 더 커질 것이라는 점은 싫다"고 말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

과거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인 2020년 바이트댄스에 틱톡의 미국 사업을 매각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리는 등 틱톡 퇴출에 적극적으로 나서왔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반대 입장으로 선회한 이유는 틱톡이 퇴출당할 경우 자신과 사이가 좋지 않은 경쟁사 페이스북이 혜택을 입을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021년 1월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회 폭동 사태 당시 페이스북이 자신의 계정을 폐쇄한 것을 계기로 페이스북과 갈등을 빚어왔습니다.

트럼프의 페이스북 계정은 지난해 3월 복원됐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페이스북 대신 자신이 만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게티이미지코리아)

신승이 기자 seungyee@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