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본 성노예 타령”이라니, 이런 사람이 인권위원인가

한겨레 2024. 3. 12.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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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원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이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를 다 알고 있는데 자꾸 (얘기를) 꺼내서 우리가 얻고자 하는 게 무엇이냐"고 말했다고 한다.

인권위가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 제출할 보고서 내용을 심의하는 11일 전원위원회에서, 한국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의 공식 사과와 법적 배상을 촉구할 필요가 있다는 부분을 문제 삼으며 이렇게 말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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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원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 중구 인권위 전원회의실에서 열린 제5차 인권위 전원위원회에 참석하기 위해 들어오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김용원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이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를 다 알고 있는데 자꾸 (얘기를) 꺼내서 우리가 얻고자 하는 게 무엇이냐”고 말했다고 한다. 인권위가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 제출할 보고서 내용을 심의하는 11일 전원위원회에서, 한국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의 공식 사과와 법적 배상을 촉구할 필요가 있다는 부분을 문제 삼으며 이렇게 말했다는 것이다. 인권위원의 말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의 망발이다.

일제가 저지른 ‘위안부’ 만행이 여성의 인권을 유린한 반인도적 범죄라는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역사적 진실일 뿐 아니라, 이에 따른 일본의 법적 배상 책임도 법원의 잇따른 판결로 확인됐다. 피해자·유족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2021년 승소 판결이 확정됐고, 지난해 말에도 거듭 일본 정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나왔다. 그런데도 일본 정부는 진정성 있는 과거사 해결 노력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고, 우리 정부도 대일외교에서 굴욕적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일본 정부에 사과와 법적 배상을 촉구해야 한다’는 지적은 상식적인 최소한의 요구다.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가 오는 5월 한국 정부를 대상으로 심의를 진행하는데, 여기에 제출할 보고서에 이 같은 요구가 담기는 것도 지극히 당연하다. 이 위원회는 2016년 일본 정부에 대한 심의에서도 “공식적인 사과와 희생자가 만족할 수 있는 완전하고 효과적인 배상과 보상을 제공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그러나 김 상임위원은 “우리 국제 정세가 북한, 중국, 러시아로 이뤄지는 블록이 있고, 이에 효율적으로 대항하기 위해서는 일본이라는 나라가 우리에게 필요하다”며 보고서에 해당 내용이 포함되는 것을 반대했다. 이충상 상임위원도 이에 동조했다. 외교 상황을 빌미로 참혹한 인권 유린을 덮어버리자는 반인권적 발상이다. 국민의 상식에도 못 미칠 뿐만 아니라 인권 옹호를 최우선 책무로 하는 인권위의 핵심 인사로서는 더욱 수준 미달의 인식이다.

인권위는 11명의 인권위원 가운데 3명을 상임위원으로 둔다. 김 상임위원은 대통령이 지명했고, 이 상임위원은 국민의힘이 추천했다. 앞서 두 위원은 공식 회의 석상에서 각종 혐오·차별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인권단체들로부터 국민권익위원회에 고발당하기도 했다. 인권위의 중심을 잡아야 할 상임위원들이 이런 인물들로 채워져 있다니, 개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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