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대신 빛으로 빠르게 수분 제거… 2차전지 생산성 4배" [현장르포]
'제논 플래시 광' 건조로 개발
전극코팅 경쟁력도 인정받아
작년 폴란드·올해 북미 '양날개'
2차전지 장비·부품 사업 본궤도
장동원 나래나노텍 대표는 12일 "지난해 실적 중 미미했던 2차전지 장비·부품 사업 비중이 올해 20% 이상에 이어 내년에는 더욱 커질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나래나노텍이 경기 용인 제2공장에 구축한 2차전지 전극코팅 데모라인을 찾았다. 2차전지는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질로 구성된다. 양극재에 있는 리튬이온이 분리막을 거쳐 음극재로 이동할 때 에너지가 충전되는 원리다.
2차전지는 음극재와 양극재가 맞닿으면 폭발하는 특성이 있는데, 분리막은 이들이 직접 닿지 않고 리튬이온만 통과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전해질은 리튬이온이 양극과 음극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 해주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나래나노텍은 양극 약액(슬러리), 음극 약액을 각각 알루미늄포일, 구리포일(동박)에 얇게 입혀 양극과 음극을 만드는 전극코팅 공정장비에 주력하고 있다. 이곳 전극코팅 데모라인은 '코터(Coater)'. '건조로(Dryer)' 등 독자 기술로 만든 전극 공정장비를 설치한 뒤 국내외 유수 2차전지 업체들과 함께 양산성 검증을 진행하는 곳이다.
방진복을 입고 에어샤워를 한 뒤 전극 코팅 데모 라인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여러 개 롤(Roll) 위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구리포일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에서 만난 김추호 나래나노텍 연구소장(부사장)은 "이는 2차전지 생산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전극코팅 장비"라며 "코터 장비와 함께 여기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인 '슬롯다이(Slot die)'까지 함께 만드는 게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현장에서는 금속 통에 담긴 음극 약액이 배관을 타고 슬롯다이를 통해 구리포일 위에 올려졌다. 약액은 슬롯다이를 거치는 과정에서 매우 얇고 일정한 두께로 구리포일 위에 펼쳐졌다. 김 소장은 "음극 약액은 일반적으로 구리포일 위에 머리카락보다 얇은 80∼100마이크로미터(㎛, 100만분의 1m) 굵기로 균일하게 형성된다"며 "처음부터 끝까지 일정한 두께와 함께 약액 성분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전극코팅 장비를 거쳐 음극 약액이 얇게 입혀진 구리포일은 이후 기다란 장비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건조로로 불리는 이 장비는 구리포일 위에 남아있는 수분을 모두 제거하는 기능을 한다. 구리포일 위에 수분이 미량이라도 남아있을 경우 리튬이온 전지 특성상 폭발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김 소장은 "4년 이상 연구·개발(R&D) 과정을 거쳐 자체 개발한 '제논(Xenon) 광 건조 방식'을 건조로 장비에 적용했다"며 "제논 플래시 광을 이용한 이 방식을 활용하면 기존 열풍 방식과 비교해 4배 정도 빠르게 수분을 제거할 수 있다"고 밝혔다.
건조로 장비 크기도 경쟁력이 있다. 일본 히라노 등 경쟁사가 만든 건조로 장비 길이는 80m에 달한다. 나래나노텍은 제논 광 건조 방식을 적용, 장비 길이를 경쟁사와 비교해 절반 수준인 40m 이하로 줄일 수 있었다.
김 소장은 "2차전지 업계에서는 생산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설비 공간과 함께 투자비용을 줄이는 게 화두"라며 "전극코팅 데모 라인에 구축한 코터, 건조로 장비를 2차전지 업체들이 도입할 경우 이러한 고민을 모두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래나노텍은 올해를 기점으로 2차전지 장비·부품 사업을 디스플레이 장비에 이어 회사 실적을 구성하는 양대 축으로 만든다는 전략이다. 나래나노텍은 그동안 감광액 코터 장비 등 디스플레이 사업이 전체 실적 중 80% 이상을 차지했다. 나래나노텍은 2차전지 장비·부품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말 폴란드에 현지 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올해는 북미 지역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장 대표는 "유럽, 북미 등 해외 주요 지역에 법인을 구축해 현지에서 2차전지 제조사업장을 운영하는 업체들을 근접 지원할 것"이라며 "올해를 기점으로 2차전지 장비·부품 사업이 본궤도에 오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butter@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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