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의 정의구현... 한국서 살인 후 도망간 카자흐인, 자국서 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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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5월 울산과 경북 경주시 경계에 위치한 저수지에서 시신 한 구가 떠올랐다.
2003년 11월 취업을 위해 한국에 온 A씨는 이씨의 회사에서 사흘간 근무했지만 임금 12만 원 중 10만 원을 받지 못해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저수지에서 시신이 발견되고 경찰이 수사망을 좁혀오자 범행 약 일주일 만인 5월31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카자흐스탄행 비행기를 탔다.
당시는 한국과 카자흐스탄의 범죄인 인도 조약이 발효되기 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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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카자흐 설득해 기소 이끌어
2004년 5월 울산과 경북 경주시 경계에 위치한 저수지에서 시신 한 구가 떠올랐다. 누군가 대리석 작업용 에어호스로 돌려서 몸을 감고 15㎏ 쇠뭉치까지 매달아 수장했다. 누가 봐도 살인 사건이었다.
이 피해자는 대리석 시공사를 운영하던 이모씨로 밝혀졌다. 경찰이 조사했더니, 이 사업장에서 일하다가 며칠 전부터 행방이 묘연해진 카자흐스탄인 A씨가 용의선상에 올랐다. 범행의 동기도 확인됐다. 2003년 11월 취업을 위해 한국에 온 A씨는 이씨의 회사에서 사흘간 근무했지만 임금 12만 원 중 10만 원을 받지 못해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수사 결과 A씨가 범행 추정 시각 저수지 인근에서 휴대폰을 사용한 사실이 파악됐다. 탐문 끝에 범행 현장을 목격한 사람의 증언도 확보했다. 모든 증거가 A씨를 범인이라고 가리켰다. 경찰은 A씨가 2004년 5월23일 다른 동료와 함께 이씨의 원룸을 찾아가 체불 임금의 지급을 요구했고, 시비가 붙자 목을 졸라 살해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하지만 용의자 A씨는 이미 고국으로 돌아간 뒤였다. 저수지에서 시신이 발견되고 경찰이 수사망을 좁혀오자 범행 약 일주일 만인 5월31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카자흐스탄행 비행기를 탔다.
법무부는 국제공조 절차를 진행했다. 당시는 한국과 카자흐스탄의 범죄인 인도 조약이 발효되기 전이었다. 카자흐스탄 당국은 2007년 1월 "헌법상 자국민인 범죄인 인도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수사를 다 해놓고도 속절 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결국 정부는 차선책을 택해 "A씨를 현지에서라도 처벌해달라"고 요구했다. 2009년 1월 첫 요청을 시작으로 △실무협의 △화상회의 △현지출장 등 수 차례에 걸쳐 논의를 이어갔다. A씨의 범행 증거나 관련자 조사 내용 등 수사 기록을 제공하며 카자흐스탄 당국을 설득했다.
끈질긴 법무부의 요청에, 사건 20년 만에 카자흐스탄 검찰은 지난달 28일 A씨를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양국은 재판 과정에서도 공조를 이어가기로 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외국 국적 범죄인이 처벌을 회피하기 위해 자국으로 도주하더라도 준엄한 법의 심판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 우리 정부의 자국민 보호 의지를 국내외에 천명한 사례"라며 "앞으로도 해외 공조체계를 강화하고 사안별・맞춤형 대응 전략을 수립해 범죄인이 세계 어느 곳으로 도주하더라도 법의 심판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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