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회사 母子사무실·돌봄센터 기본 …"워킹맘 복귀가 경쟁력"
합계출산율 30년 전 1.2명서
현재 1.6명까지 올려 위기 극복
육아휴직 중 단축근무 선택도
짧은 휴직 후 회사 복귀 흔해
지역사회 가족연합도 큰 힘
방학 때 돌봄절벽 해소 역할
지난달 초 독일 프랑크푸르트 중심가의 베토벤 거리. 독일 연방재건은행(KfW) 프랑크푸르트 본사에 다니는 워킹맘·워킹파파들은 이른 아침부터 아이들 손을 잡고 재건은행 사내 유치원으로 향했다. 4세 아들을 맡기러 온 워킹맘 셰퍼 씨(38)는 "독일에선 아이를 갖는 것과 직장 커리어를 이어가는 것이 당연히 공존 가능한 부분"이라며 "회사 역시 부모들을 지원할 수 있는 다양한 제도를 준비하고 있어 가족들과 충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 최저 수준의 합계출산율을 기록하며 인구위기에 허덕이는 한국과 달리 독일은 저출생 문제를 상당 부분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94년 1.2명까지 떨어졌던 합계출산율은 2007년 1.4명을 넘어선 뒤 지금까지 1.4~1.6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독일이 인구위기를 극복한 핵심 요소로 꼽히는 게 기업의 '일·가정 공존' 제도 강화다. 부모 직원들도 아이를 가진 채 노동시장에 남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일터 환경을 구축하지 않고서는 출산율 반등이 쉽지 않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시빌 바우에른파인드 재건은행 대변인은 "직원들이 일과 가정에서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재건은행의 오랜 전통"이라며 "직원들이 직장에 복귀하는 시간을 앞당길 수 있다면 궁극적으로 생산성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재건은행은 사내 유치원뿐만 아니라 다양한 보육 수요에 걸맞은 맞춤형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부모-자녀 사무실(Eltern-Kind-Buro)'이 대표적이다. 직원이 아이와 함께 상주할 수 있는 공간으로, 사무실에는 업무 책상 위에 장난감과 기저귀 교환대, 유아용 침대 등 어린이 친화적인 시설이 마련돼 있다.
만 6세 이하 어린이를 위한 긴급 돌봄기관 '백업 센터'도 운영한다. 유치원이 휴원 등 피치 못할 사정으로 운영이 어려울 때 서로 모르는 아이들을 단기적으로 돌볼 수 있는 기관이다.
원격근무와 탄력근무는 독일에선 당연한 제도다. 최대 3년간 육아휴직을 하는 동안 본인이 원하면 주 30시간가량 단축근무를 선택할 수 있다. 단축근무에 따른 공백을 메우는 것은 기업 몫이다. 바우에른파인드 대변인은 "대체근무를 위한 시간제 직원이 풀타임으로 일하는 비율은 80% 수준이고, 여성 직원은 출산 후 짧은 휴직기간을 보내고 돌아오는 게 일반화돼 있다"고 말했다.
정부와 기업은 물론 지역사회도 일·가정 공존을 위한 파트너다. 2004년 출범한 지역가족연합은 각 지역의 기업과 시민사회, 지자체가 손잡고 스스로 가족 친화적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작년 기준 전국 520개 지역가족연합에 7900여 개 기업 회원을 포함해 총 1만8900명이 회원으로 등록돼 있다.
독일 니더작센주 인근 올덴부르크 뮌스터란트의 지역가족연합은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1992년 20개 기업 연합체로 시작한 '뮌스터란트 연합'은 지난해 5월 기준 종사자 1만4000명 이상을 둔 177개 기업 회원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방학 중 아동돌봄 비용 지원' 제도로 지역사회의 돌봄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뮌스터란트 지자체는 그동안 방학 기간 돌봄 서비스를 유료로 제공해 가계에 경제적 부담을 가중했다.
부모들은 방학 중 자녀를 돌보기 위해 연차를 나눠 사용해야 했고, 결과적으로 가족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휴가기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이에 지역가족연합이 매년 75유로(약 10만원)의 연회비 중 일부를 방학 중 돌봄비용 지원기금에 건네 돌봄 절벽 간 다리를 놓아준 것이다.
이 같은 일·가정 공존을 위한 정부, 기업, 지역사회의 전폭적인 지원은 한국에선 아직 갈 길이 멀다. 특히 중소기업 종사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300명 미만 중소기업 407곳에 출산·양육 지원제도 사용에 따른 업무 공백 해소 방식을 묻자 '대체인력 고용 없이 부서 내에서 해결한다'는 응답이 50.1%로 절반을 넘었다. 대체인력을 추가로 고용했다는 기업은 24.6%에 불과했다.
[베를린·프랑크프루트 류영욱 기자 /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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