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대 "대화협의체 구성을"…정부 "1년뒤 증원 조건없다면"
서울의대 교수 비대위
"2천명 증원 못박지 말자"
13일 의료단체·정치권
간담회서 대화 물꼬 주목
복지부 "의료수요 감안땐
늦출수록 국민 피해 커져"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대화협의체 구성을 제안한 것을 계기로 정부와 의사단체를 향한 대화 촉구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정부도 논의 의제 등에 대해서는 표면적으로 거부 입장을 분명하게 했지만 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에는 공감을 나타냈다. 특히 보건복지부는 전공의와 응급의 등을 대상으로 대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12일 서울대 의대 교수들은 정부와 대한의사협회, 정치계 관계자, 의대 교수, 전공의, 국민 대표 등으로 이뤄진 대화협의체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의대 증원 자체를 무조건 반대하는 의협과 달리 증원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에서 합리적인 규모를 논의해보자는 것이 핵심이다. 다만 이들 역시 정부가 제시한 '2000명'이란 숫자에 대해서는 반대한다는 입장이어서 정부가 이번 제안을 받아들이긴 쉽지 않아 보인다.
방재승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약 30년간 뇌혈관 외과의사로서 환자들만 바라보고 살아왔는데 이런 자리에 서게 되다니 참담한 심정"이라며 "정부·의협·의대생·전공의 전부 다 강대강 대치라 문제 해결 방법이 없어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 수를 2000명으로 못 박지 말고 증원이 가능하다는 전제하에 대화협의체를 구성하자"며 "지금까지 협상 테이블은 정부와 의협으로만 이뤄졌는데 국민과 의대생, 전공의, 교수들의 의견도 반영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대 증원 규모를 정하는 데 있어서는 신뢰할 수 있는 외부 기관에 의뢰해 객관성을 확보하자고 밝혔다. 방 위원장은 "정부도 의협도 서로가 제시하는 통계를 못 믿으니 공신력 있는 해외 기관과 국내 연구기관 등 몇 곳에 의뢰해 1년간 분석하도록 하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한다"며 "만약 해당 보고서들이 1000명을 늘려야 한다고 공통적으로 얘기하면 정부도 의협도 딴소리 말고 따라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의대생과 전공의에게는 정부가 대화협의체 구성에 동의하는 시점에 전원 복귀할 것을 제안했다. 방 위원장은 "현재 제일 다치고 있는 사람은 의사나 전공의, 의대생이 아닌 환자"라며 "전공의와 의대생이 결국 병원과 학교에 돌아오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의료 파국"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의사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은 더 늦추기 어려운 사안"이라며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의료 수요를 감안할 때 증원 시기를 1년 늦추면 그 피해는 훨씬 커질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아니다"고 거부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원칙대로 신속하게 추진하라"고 지시하면서 서울대 의대 비대위 제안을 거절했지만 "대화 노력은 계속할 것"이라며 대화 필요성은 인정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이 전날 전공의들과 만난 데 이어 이날은 박민수 차관이 응급의료 현장을 지키는 젊은 의사들과 접촉하는 등 비교적 대화의 물꼬를 트려는 노력은 계속했다.
서울대 의대 비대위의 협의체 제안에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총선 상황실장은 "의료대란에 대한 민주당 입장은 복귀해서 해결하자는 것"이라며 "전공의들은 즉각 의료 현장으로 돌아와달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의료계와 대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전국 주요 국립대 교수들은 국민을 위해 정부와 의료계가 속히 마주앉아야 한다며 대치 중인 양측이 논의에 나설 것을 재차 촉구했다. 서울대 강원대 경북대 부산대 전남대 등 각 지역을 대표하는 국립대 10곳의 교수회 회장으로 구성된 거점국립교수회연합회(거국연)는 이날 "정부와 의료계 모두 국민을 더욱 배려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대 의대 비대위는 의료체계 붕괴를 막기 위해 오는 13일 보건의료단체, 시민단체, 정치계, 각 의과대학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 등과 간담회를 개최한다. 이와 더불어 오는 18일까지 정부가 사태 해결에 적극 나서지 않으면 사직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배우경 서울대 의대 교수협 비대위원은 "18일은 전공의들의 사직서 제출이 시작된 지 한 달이 되는 시점으로 민법에 따라 사직 처리가 가능한 때"라며 "그 이후에 대학병원의 망가진 의료체계를 다시 회복시키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심희진 기자 / 박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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