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예술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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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30일.
예술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심기가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사실 예술가들이 이런 고민을 하게 된 것이 처음은 아니다.
더 이상 예술가들이 생각했던 화가로서의 가장 중요한 기술은 유효하지 않아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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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30일.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이 있었다. 바로 챗GPT의 등장이다. 뭐든지 인간보다 잘해낼 것 같은 이 서비스는 많은 이들을 우려하게 만들고 있기도 하다. 예술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심기가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최근 인공지능(AI) 전문가에 의해 만들어진 곡이 세계적인 힙합 아티스트 카녜이 웨스트의 곡으로 오해받은 것부터, 소니가 주관하는 소니 월드 포토그래피 어워드에서 창의적 부문 1위를 수상한 작품이 인공지능에 의해 형성된 이미지로 밝혀져 많은 사람들을 혼돈에 빠뜨렸기 때문이다.
사실 예술가들이 이런 고민을 하게 된 것이 처음은 아니다. 19세기 초까지만 하더라도 화가들은 3차원의 세계를 어떻게 캔버스와 같은 평면에 묘사할 것인가가 가장 큰 목표였고 이를 위해 적어도 수년, 대부분 십수 년의 시간을 배우고 연마하며 사실적으로 그리기 위한 기법 연마에 매진해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사진기가 발명되었다. 수많은 시간과 노력을 통해서만 이룰 수 있었던 회화를 통한 결과보다 더 현실적으로 유사한 그림을, 지금으로 말하자면 클릭 한 번에 완성시키는 기계가 나타난 것이다. 더 이상 예술가들이 생각했던 화가로서의 가장 중요한 기술은 유효하지 않아진 것이다. 지금 인공지능이 우리를 위협하듯 19세기 등장한 카메라가 예술가들을 위협한 것이다.
그리고 200년이 지난 지금, 그림은 화가들에 의해 계속 그려지고 있다. 화가들은 위태로웠던 그들의 직업을 어떻게 지킬 수 있었을까? 화가들은 사실적으로 그려야 한다는 보편적 역할을 부정하지 않았다. 대신 '사실적이란 무엇인가'라는 회심의 질문을 던져 새로운 예술 지평을 넓히는 계기로 삼았고 인상주의 탄생의 근거를 마련했다. 반 고흐 같은 화가에게 사실이라 함은 감정이었다. 어떤 경험에 대한 감정이 실체적 사실보다 덜 중요한 것인가라는 질문이 그로 하여금 사진이 클릭 한 번으로 재현할 수 없는 진실을 표현할 수 있게 했다.
피카소에게 그림은 그저 한 사건을 바라보는 하나의 관점만을 보여주는 단순 결과물에 불과했다. 따라서 같은 사건이더라도 여러 각도에서 조망해볼 수 있다면 보는 이가 느끼게 되는 사건에 대한 입체적인 입장을 전할 수 있다고 보았다.
저서 '사피엔스'에서 인간이 신이 될 때 역사는 끝날 것이라고 했던 작가 유발 하라리는,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이라는 책에서 인공지능이 현존하는 많은 직업들을 대체할 것이라고 단정했다. 그러면서도 '인류 역사상 최초로 철학자가 먹고살 길이 생겼는지 모르겠다'는 알 듯 말 듯한 의견 또한 전한다. 철학자의 자조 섞인 농담처럼 들리지만 사실 이 말은 예술의 본질이 드러날 때가 되었다는 의견으로 읽힌다.
삶의 근원을 묻고, 존재와 세계 그리고 인간 내면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은 철학과 예술이 추구하는 공동선의 가치다. 예술은 선제적으로 질문하고 열린 가능성에 대해 끝없이 탐구한다. AI, 챗GPT, 딥러닝과 알고리즘을 통해 엄청난 속도로 정답을 구하는 이 시대가 바로 철학적 사고와 예술적 태도가 절실한 시점이라는 방증이다. 솔루션을 찾는 것이 아닌 '질문'만이 유일하게 남은 인간의 영역이 된다면, 그 질문은 예술 가치의 본령이기에 예술을 더 강하게 지지해야 할 시기가 도래했다는 뜻일 것이다.
[박원재 (주)아티팩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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