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동결한 금통위, 피벗 논의 시작… “가계부채가 핵심”

최온정 기자 2024. 3. 12. 17:5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은, 2024년 제4차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 공개
6명 중 2명 “긴축 완화, 가계대출이 핵심 변수”
부동산PF 지적하며 ”긴축지속 위험 증가” 의견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달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긴축기조 완화를 논의하는 것이 시기상조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각 위원이 금리를 인하하는 데 필요한 조건이 무엇인지에 대해 의견을 개진하면서 통화정책 전환 기대감을 높였다.

한은이 12일 공개한 ‘2024년 제4차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2월 22일 개최)’에 따르면 금통위원 6명 중 모두 현재 기준금리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아직도 목표수준(2%)을 웃돌고 있으며, 가계부채 증가세가 아직 꺾이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뉴스1

한 위원은 “기대인플레이션(향후 1년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이 3%로 여전히 높은 가운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앞으로도 상당기간 목표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고, 공급측면의 상방리스크도 상존하고 있다”면서 “현재의 긴축기조 완화를 논의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했다. 그는 “섣부른 완화 기대는 작년 4분기 이후 둔화된 주택가격 매수심리를 자극하고 민간부채의 추가 증가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또 다른 위원은 “미국 대선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이 부각되면서 금융·외환시장에서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주요국 정책변화에 따른 교역여건 및 환율 변동 등에 민감한 만큼 적절한 사전 대응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대내외 경제·금융 여건을 감안할 때 이번 회의에서는 기준금리를 현재의 3.5% 수준에서 동결·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앞선 두 위원 모두 통화정책 전환 가능성을 열어뒀다. 한 위원은 “물가가 전망경로를 따라 목표수준으로 수렴해가는 것이 충분히 확인되는 시점에서 긴축기조의 완화를 시작할 수 있다”면서 “이 경우 부채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거시건전성 정책과의 조율이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또 다른 위원은 “높은 가계대출은 국내경제에 큰 부담 요인”이라면서 “최근 그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으나 수준 자체가 높아 향후 기준금리의 피벗(pivot·전환) 시점 결정에 있어 주택가격과 함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고 했다.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부작용을 지적한 위원도 있었다. 한 위원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확산에 대한 우려는 다소 완화됐으나 관련 리스크는 여전히 잠재하고 있고, 은행 및 비은행 금융기관의 연체율이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어 긴축지속의 위험이 점차로 증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내수 부진 등에 따라 물가 상승 압력이 소폭 약화되면서 긴축완화의 위험이 다소 감소했다고 평가하는 바, 향후 물가 및 경제 상황의 흐름, 그리고 국내외 금융시장 상황을 지켜보면서 완화 시점을 적절히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물가 안정을 강조하며 긴축기조를 고수하는 위원도 있었다. 한 위원은 “높은 금리가 가계의 소비를 제약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물가를 안정시키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물가안정이 가계의 실질 구매력 제고에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그는 “기준금리를 현재의 3.5% 수준에서 동결하고 고금리로 발생하는 부작용에 대해서는 미시적 수단을 동원해 적절히 대응해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다른 위원은 “인플레이션은 유가 관련 불확실성이 있긴 하지만 둔화되는 모습을 이어갈 전망”이라면서 “현재로서는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둔화) 및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이 지속될 수 있도록 긴축기조를 충분히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향후 인플레이션 흐름, 금융안정 상황, 주요국 통화정책의 영향 등 대내외 여건을 종합적으로 점검해 나아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