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임명 김광동, ‘희생자 부역 몰이’…잠시 멈춤

고경태 기자 2024. 3. 12.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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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진화위, 여당 추천 위원들 한 발 물러서
진도 민간인 희생사건 4명…진실규명 보류 결정
6·25 19년 뒤 ‘암살대원’ 네글자로 부역몰이
12일 오후 열린 진실화해위 제74차 전체위원회에서 김광동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에 ‘진실규명 불능’ 의견으로 상정됐던 ‘진도 군경에 의한 민간인 희생사건(2차)’(진도 사건) 희생자 4명에 대해진실 규명 보류 결정이 내려졌다. 야당 추천 위원들의 반대로 간신히 ‘불능’은 피했으나 여전히 정당한 사유 없이 진실규명 책임을 회피한 셈이다. 결정 직전 민간인 희생자 유족회 회장 등이 진실화해위 복도를 점거하고 김광동 위원장과 만난 끝에 “전향적으로 판단해달라”는 요청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12일 오후 열린 진실화해위 전체위원회에서 여야 추천 위원들은 ‘진도 사건’에 대한 논쟁 끝에 전체 진실규명 대상자 41명 중 6명에 대해 보류 조처를 하기로 결정했다. 6명 중 4명에 대해서 위원장을 비롯한 여당 추천 위원들은 “적의 편에 가담한 기록이 있다”는 이유로 민간인의 범위에서 배제하고 진실규명 불능 결정을 내리자고 주장했지만, 야당 추천 위원들이 반대 논리를 펴자 “재검토하자”면서 한발 물러나 판단을 유보한 것이다. 나머지 2명은 증거 불충분으로 보류됐다. 보류된 이들 6명에 대해서는 한국전쟁기 사건을 다루는 제1소위원회에서 전체위 재상정 여부를 다시 검토하게 된다.

진도 사건은 1950년 10월 인천상륙작전 직후 진도군 의신면 주민 등 40여명이 부역 혐의를 받고 재판 없이 군경에 의해 즉결 처형된 사건이다. 4명의 부역 행위 근거는 전쟁이 끝난 지 19년 뒤인 1969년에 만들어진 진도경찰서의 ‘사살자 및 동 가족동향 명부’(대공)에 적힌 ‘암살대원’이라는 네 글자다. 이 단어 외에는 관련 근거가 전무해 신빙성을 의심받아 왔다. 박문규(90) 한국전쟁기 진도유족회장은 12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암살대원은 처음 듣는 이름이다. 진도에 인민군이 들어와 인민위원회가 만들어졌을 때 자위대가 있기는 했다. 하지만 인민군이 퇴각한 뒤 경찰에 의해 거의 모두 죽임을 당했다”고 했다.

윤호상 한국전쟁전후민간인피학살자전국유족회 상임대표 의장 등 유족회원들이 12일 진실화해위 6층 사무실 복도를 점거하고 손팻말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이날 전체위 공개안건 심의 때 야당 추천 오동석 위원은 “진도 사건에서 (문제가 되는) 4인의 경우 불법적으로 경찰이 살해했고 이에 따라 희생자라고 하는 부분에 대해 위원들 간 이견이 없었다”며 “암살대원이라고 하는 네 글자 기록만으로 그들이 민간인이 아니었다고 부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암살대원이라면) 살해행위가 전제돼야 하고 또 설령 살해 행위가 있었다 하더라도 만약 무장 갈등 상황이 있었다면 관련된 국제법상 판단에 의해 포로 여부가 논란이 돼야 할 것이고, 그렇지 않은 단순 살해라면 적법한 절차인 재판 등을 통해 형벌에 처하면 되는데, (해당 사건은) 그렇지 않아 반대 의견을 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옥남 위원은 “4명이 적법 절차 없이 살해된 부분에 대해서는 다 이견이 없다라고 말씀하셨는데 그 부분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민간인이 적법 절차 없이 살해된 것이 ‘불법적이다’라는 말에 이견이 없지만, 진도 사건 4명을 (불법적이라고) 특정해서 말한 적은 없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 위원은 그 반대로 이들 4명이 적법 절차를 거쳐 처형됐는지에 대해서는 더는 언급하지 못했다.

이번 진도 사건 4명에 대한 보류 조처는 김광동 위원장 주도로 지난해부터 지속해온 ‘부역 몰이’의 연장선에 있다. 지난해 8월 태안 부역 혐의 희생 사건 진실규명 결정을 하면서도 일부 희생자에게 ‘악질 부역 등에 가담해 사살 또는 처형된 자’에 해당하는 코드명 1-7을 기재했고, 두 달 뒤인 10월에는 영천 국민보도연맹 및 예비검속 사건 희생자 21명 중 6명에 대해 영천경찰서의 ‘대공인적위해자조사표’ 처형자 명부를 명분 삼아 진실규명을 보류했다. 올해 1월에는 이미 진실규명을 의결한 함평 군경에 의한 민간인 희생 사건에 대해 법적 근거도 없는 재조사를 지시하기도 했다.

12일 한국전쟁전후민간인피학살자전국유족회 등이 속한 국가폭력피해범국민연대 회원 30여명이 진실화해위 6층 사무실 복도를 점거하고 손팻말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신소용 기자 viator@hani.co.kr

한편 이날 한국전쟁전후민간인피학살자전국유족회 등이 속한 국가폭력피해범국민연대 회원 30여명은 11시부터 진실화해위 앞에서 ‘김광동 위원장 사퇴 촉구 집회’를 열었다. 참가자들은 “유족 가슴 대못박는 김광동은 사퇴하라”등의 구호를 외치며 그동안 김광동 위원장이 벌인 ‘민간인 희생자 부역 몰이’를 비판했다. 11시30분경 이들은 진실화해위가 입주해있는 서울 중구 퇴계로 남산스퀘어빌딩 6층으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진실화해위 직원들과 거친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유족들은 “김 위원장이 1년 동안 유족들의 면담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며 즉각 면담을 요구한 끝에 오후 1시경 20분의 짧은 면담을 가졌다. 김 위원장은 유족들과 4월2일 정식 면담을 하기로 했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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