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주얼 게임 앞세운 中…한국시장 야금야금
중국 슈팅 게임 '라스트워'
리니지M 이어 2위 올라
흥행 돌풍 '버섯커 키우기'
전세계서 韓매출 비중 66%
K게임 장르 다양화 시급
한국 게임시장에서 중국을 비롯한 해외 업체의 공세가 거세다.
한한령(한류 금지령)으로 사실상 한국 업체의 중국 진출이 막혀온 지난 수년 동안 중국 회사는 체급과 경쟁력을 키워왔다. 한국 게임업계가 킬러 지식재산권(IP)을 내놓지 못하고 특정 장르에 매몰되는 등 트렌드를 쫓아가지 못하는 사이 중국 업체는 물량 공세를 본격화하고 있다. K게임 주력인 모바일 게임 분야에서 세계 시장은 물론 안방까지 해외 기업에 내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게임업계 등에 따르면 12일 기준 구글 플레이 매출 상위 게임 10개 중 절반을 해외 개발사가 차지했다. 특히 중국 게임이 3개를 차지하며 약진하고 있다. 중국 게임사 퍼스트펀이 개발한 슈팅 장르 라스트 게임 '라스트워'는 지난 1월 5위에 진입한 이후 두 달 만에 2위에 오르며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이 밖에 버섯커 키우기(4위), WOS(7위) 등 중국 게임이 매출에서 국내 대형 게임사의 주력 IP를 앞질렀다. 해당 차트에서 10위 안에 중국 게임이 한꺼번에 3개가 포함된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국내 게임 사용자는 한국 게임사들이 시장을 완전히 장악해온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장르보다 시간과 돈을 덜 들여도 되는 캐주얼 게임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다. 조작 방법이 간단한 게임으로 승부수를 띄운 중국 게임사의 전략이 주효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더욱이 중국 게임사는 자국 시장에서 나오는 안정적인 수익 모델을 기반으로 막대한 광고·마케팅비를 집행하며 공세를 펼치고 있다. 예컨대 라스트워는 유명 연예인을 출연시킨 다수 광고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격적으로 노출하는 전략을 펼치며 젊은 사용자의 이목을 끌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금 결제 비중이 높은 한국 사용자는 중국 업체에도 매력적인 타깃이 된다"며 "이들 회사가 과거에는 자극적인 게임으로 치고 빠지는 전략을 펼쳤다면, 최근에는 막대한 자금과 게임 역량을 바탕으로 진지하게 한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와 달리 중국 게임 인기가 단기에 그치지 않는 점도 국내 게임업계의 위기감을 높인다. 중국 게임 열풍의 신호탄이 된 버섯커 키우기는 지난해 12월 22일 국내에 정식 출시된 이후 현재까지 흥행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방치형 역할수행게임(RPG)을 중점적으로 홍보하며 등장했는데 꾸준히 매출 순위 상위권을 기록 중이다. 지난달에는 국내 양대 앱마켓(구글 플레이스토어·애플 앱스토어) 통합 매출 순위에서 전체 1위를 차지하며 '롱런' 기반을 닦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센서타워에 따르면 버섯커 키우기는 세계 시장에서 올린 누적 매출 9700만달러 가운데 66%인 6400만달러를 한국에서 거뒀다.
201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을 추격하던 중국 게임사는 현재 완전히 다른 위치에 섰다. 텐센트, 넷이즈 등은 이미 시가총액은 물론이고 히트작 숫자와 시장점유율에서도 세계 '1티어' 게임사로 도약한 지 오래다. 현재 업계는 우리나라가 게임 개발력에서 절대적 우위를 점한 분야를 MMORPG 정도로 보고 있다.
인기와 화제성을 보여주는 척도인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에서는 국내 게임사의 존재감이 더욱 미미하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모바일 게임 중 지난달 국내 MAU에서 상위 5위권에 들어간 국산 게임은 단 한 개도 없었다. 중국 텐센트 자회사인 핀란드 슈퍼셀에서 만든 브롤스타즈가 MAU 215만명으로 1위에 올랐다. 객단가가 높지만 이용자가 많지 않은 한국 게임사의 MMORPG는 순위권에 들지 못했다.
한편 중국 게임시장에서 한국 회사의 영향력은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한국 게임이 기존 IP로는 중국 시장에 신선함을 주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이 지난 10년간 한국 게임을 모방하면서 축적한 노하우와 기술·자본도 한한령 이후 새로운 장벽이 됐다는 분석이다.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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