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K-푸드 요리책 ‘수운잡방’ ‘음식디미방’ 세계기록유산 추진

김규현 기자 2024. 3. 12.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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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공개된 웹툰 '안동 선비의 레시피 시즌2'의 한 장면이다.

고조리서인 '수운잡방'을 소재로 한 웹툰은 주인공이 현대에서 조선 시대로 시간 여행을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케이(K)푸드의 원조 요리책으로 불리는 '수운잡방'과 '음식디미방' 등 한국의 고조리서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눈길을 끈다.

한국국학진흥원은 지난달 27일 경북 안동시 안동문화예술의전당에서 '한국의 고조리서 세계기록유산 등재 추진' 학술대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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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조리서 ‘수운잡방’. 한국국학진흥원 제공

“아씨, 만전향주여요.” “이름이 특이하네? 음~ 단맛이 강하네. 밥맛 없을 땐 단맛 강한 술이 제격이지!”

지난달 공개된 웹툰 ‘안동 선비의 레시피 시즌2’의 한 장면이다. 고조리서인 ‘수운잡방’을 소재로 한 웹툰은 주인공이 현대에서 조선 시대로 시간 여행을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웹툰 시즌1은 조회수 78만회, 시즌2는 130만회를 기록하며 흥행 중이다.

케이(K)푸드의 원조 요리책으로 불리는 ‘수운잡방’과 ‘음식디미방’ 등 한국의 고조리서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눈길을 끈다. 한국국학진흥원은 지난달 27일 경북 안동시 안동문화예술의전당에서 ‘한국의 고조리서 세계기록유산 등재 추진’ 학술대회를 열었다. 한국국학진흥원은 학술대회 내용을 보완해 영문으로 번역한 뒤 유네스코 유관기관 등에 배포할 예정이다.

수운잡방 상편은 경북 안동 와룡면 오천리에 살았던 선비 광산 김씨 탁청정 김유(1491∼1555)가 썼고, 하편은 그의 손자 계암 김령(1577∼1641)이 집필했다. 500년 넘게 광산 김씨 종가에서 전해 내려온 전통 요리책이다. 수운잡방에는 121개 항목의 조리법이 담겨 있다. 이 가운데 59개는 술로, 가장 많은 항목을 차지한다. 삼해주, 삼오주, 사오주, 벽향주, 만전향주 등 현대에는 생소한 이름의 술과 음식 조리법이 담겨 있다.

수운잡방은 민간에서 쓰인 최초의 조리서로 꼽히며 전문이 온전한 조리서 가운데 가장 오래됐는데, 2021년 8월 조리서로는 유일하게 보물(제2134호)로 지정됐다.

한국국학진흥원이 지난달 27일 경북 안동 안동문화예술의전당에서 ‘한국의 고조리서 세계기록유산 등재추진 학술대회’를 열었다. 한국국학진흥원 제공

수운잡방이 양반가 남성이 쓴 한문 조리서라면, ‘음식디미방’은 양반가 여성이 쓴 순한글 조리서다. 음식디미방은 안동 장씨 증정부인 장계향(1598∼1680)이 썼다. 어린 시절부터 집안에서 유학을 배운 장계향은 딸과 며느리들에게 조리법을 전승하려고 책을 썼다고 한다.

음식디미방은 모두 146개 항목의 조리법을 담고 있다. 수운잡방과 달리 면병류, 어육류, 주국방문(주류), 식초 담그는 법 등 4개 영역으로 나누어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고기 말리고 오래 두는 법’ 등 저장법과 발효법도 자세히 담겼다. 역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술(50개)이다.

술의 비중이 높은 것은 양반가에서 술이 특별한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이난수 한국전통문화대 교수는 “조선 시대에는 집집마다 술을 빚는 가양주 문화가 발달해 술의 맛과 종류가 다양했고, 의례와 빈객의 접대에 술의 역할이 중요했다. 특히 수운잡방에서는 술의 제조법에 더해 효능까지 덧붙여 기록했다. 약이 되는 술을 사람들과 즐겁게 마시며 건강도 함께 나누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배영동 안동대 교수는 “두 조리서는 조선 중기 안동을 중심으로 하는 경북 북부권의 양반가에서 저술한 것으로, 유교 문화가 향촌 사회에 정착하면서 등장한 양반가의 사회상과 생활상을 잘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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