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제일' 연금개미 채권ETF로 몰렸다
순매수 상위 10개 중 6개가
만기매칭 채권·장기채ETF
1년 만에 5800억 자금 유입
2차전지·전기차·반도체 등
주식형 상품엔 2600억 쏠려
노후 준비를 위해 퇴직연금 계좌에서 자신이 직접 투자 상품을 골라 자금을 불리는 적극적인 투자자가 늘고 있다. 퇴직연금 가입자들은 만기매칭형 채권과 장기채 등 안정형 채권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와 2차전지·반도체 등 공격형 ETF를 6대4 비율로 나눠서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규정상 퇴직연금 계좌로는 직접 주식 투자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가입자들은 ETF를 통해 국내 증시에 간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12일 매일경제신문이 국내 증권사 가운데 가장 많은 연금 투자자와 적립금을 보유한 미래에셋증권에 의뢰해 지난해 이 회사의 확정기여(DC)형과 개인형퇴직연금(IRP) 계좌에서 가장 많이 순매수된 ETF를 분석한 결과 상위 1~10위 중 만기 매칭형 채권형 종목이 2개 포함됐다. 이 상품은 만기가 되면 원금과 이자를 받을 수 있어 예금대체 상품으로도 불린다. 회사가 적립금을 관리하는 확정급여(DB)형과 달리 DC형과 IRP 가입자들은 스스로 투자 상품을 골라 퇴직금을 운용할 수 있다.
가장 큰 금액이 몰린 종목은 'TIGER 24-10 회사채(A+ 이상) 액티브'로 지난해 1517억원이 순매수된 것으로 집계됐다. 내년 10월에 만기를 맞는 'TIGER 25-10 회사채(A+ 이상) 액티브'도 1411억원 순매수 금액을 기록하며 3위에 올랐다. 만기 매칭형 채권 ETF는 종목에 있는 숫자(연도·월)의 만기까지 보유하면 예상 수익률에 맞게 원금과 이자를 돌려준다. 예금과 유사하지만 채권 이자가 일별로 순자산가치에 반영돼 보유 기간만큼 채권 이자수익을 가져갈 수 있고, 증시에 상장돼 있어 만기 전에라도 언제든 매도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채권형이지만 일부 손실 가능성도 있다. 만기가 가까워질수록 잔존 만기(듀레이션)가 단축돼 가격 변동에 따른 투자 위험이 제한적이라 안정적인 자금 운용에 초점을 맞춘 퇴직연금 투자자들이 만기가 가까운 종목을 집중 매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만기가 30년인 장기채나 국고채 등 극히 안전한 채권에 투자하는 ETF에도 자금이 몰렸다. 30년 만기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와 'TIGER 미국채30년스트립액티브(합성 H)'는 각각 1020억원과 676억원, 국고채에 베팅하는 'TIGER 국고채30년스트립액티브'는 432억원 순매수 금액을 기록했다.
채권은 만기가 길수록 금리(수익률) 변동에 민감한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발 기준금리 인하 기대에 차익을 바라고 채권 중에서도 장기채 ETF를 주로 담은 것이다. 기준금리가 인하되면 채권 가격은 상승(채권 금리 하락)하게 된다.
반면 나머지 4개는 공격형 투자 상품이 차지했다. 2차전지가 대표적으로, 'TIGER 2차전지소재Fn'(순매수 금액 1460억원)과 'TIGER 2차전지테마'(400억원)가 각각 순매수 금액 순위 2위와 8위를 차지했다. 두 종목 모두 지난해 국내 증시에 '2차전지 광풍'을 불러온 에코프로를 필두로 관련 주식이 급등했는데, 퇴직연금 가입자들 역시 계좌 수익률을 고려해 지난해 거셌던 2차전지주 매수세에 동참한 것이다.
중국 전기차 시장에 투자하지만 최근 중국 증시 약세에 고전을 면치 못하는 'TIGER 차이나전기차SOLACTIVE'는 순매수 금액 364억원을 기록해 전체 중 10위에 올랐다.
SK하이닉스·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을 담은 'TIGER Fn반도체TOP10'은 9번째로 많은 365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안정형(6개)과 공격형(4개)을 균형 있게 섞어 분산 투자한 퇴직연금 가입자들은 지난해 평균 수익률이 DC형은 14.9%, IRP는 14.86%(각각 원리금 비보장 상품 기준)에 달했다.
[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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