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법 7월 시행되지만···"법인 투자 허용해 판 키워야"
금융당국 검사·감독 인프라 구축
업계도 규제대응 시스템마련 박차
美·英 등 현물 ETF 잇단 상장에
내달 총선 앞두고 정치권도 관심
금융위는 아직 조심스러운 입장 하>
비트코인이 국내 원화 거래소에서 개당 1억 원을 돌파하며 투자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끌고 있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도 수요와 관심에 발맞춰 뒤늦게나마 제도권 진입 초읽기에 들어갔다. 금융 당국은 올 7월 시행되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과 관련한 규제 이행 로드맵을 발표했고 업계는 규제 대응을 위한 시스템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법 시행과 함께 가상자산의 제도권 진입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가 국내 가상자산 시장 발전의 모멘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12일 금융 당국 및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가상자산 이용자를 보호하고 가상자산 시장의 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올해 7월 19일 시행된다.
이 법은 가상자산 이용자의 자산 보호, 가상자산 시장의 불공정거래 행위 금지, 가상자산 시장 및 사업자에 대한 금융 당국의 감독 및 제재 권한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해 이용자의 자산인 예치금과 가상자산을 안전하게 보호하도록 의무를 부과하고 해킹에 대비해 보험 또는 공제에 가입하거나 준비금을 적립하도록 했다. 또 가상자산에 관한 미공개중요정보이용행위, 시세조종 행위, 부정거래 행위 등이 금지되고 위반 시 형사처벌 또는 과징금이 부과된다.
금융 당국은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조기에 안착할 수 있도록 감독·검사·조사 업무의 집행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가상자산사업자가 의무 사항을 원활히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금융감독원은 이달 11일 개최한 ‘디지털 부문 금융감독 업무설명회’에서 △가상자산 규율 체계 안착 △건전한 시장 질서 확립 △불공정거래 등 불법행위 근절 등 가상자산 관련 감독 방향을 제시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최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지금까지는 가상자산과 관련한 가격 조장 행위나 해킹 등을 제도적으로 막을 수 있는 장치들이 없었다”며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으로 제도권에 들어오는 시점에 맞춰 하반기께 공론화의 장이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가상자산 1단계 입법)과 함께 2단계 가상자산 입법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2단계 입법은 가상자산 산업 육성이 주요 내용이다. 업계가 꼽는 가장 시급한 육성책은 법인 계좌 허용이다. 법인의 시장 진입이 허용되면 시장 형성은 물론 투기 방지와 시장 안정성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한 가상자산거래소 관계자는 “법인 투자가 허용되면 거래 고객을 넓히고 투자 상품도 다양하게 개발할 수 있다”며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생기면 앞으로 법인 투자를 막을 이유가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가상자산 업계는 법 시행을 통해 불확실성이 해소된 것은 의미가 있지만 해외시장과 비교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지적한다. 실제 미국·영국 해외 주요 국가들은 이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이나 세제 관련 논의까지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걸음마를 떼는 수준에 불과하다. 올 1월 미국이 11개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을 승인했고 런던증권거래소도 11일(현지 시간) 별도의 성명을 통해 2분기부터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상장지수증권(ETN)의 상장 신청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홍콩에서도 올 2분기 현물 ETF 상장을 목표로 증권선물위원회(SFC)와 8곳의 신청 기업 간에 협상이 상당히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석문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폐쇄적인 금융 시스템을 과감히 개혁하고 전문 투자자들의 가상자산 시장 진입을 허용함으로써 가상자산 업계를 넘어 대한민국 경제 전반의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최근 가상자산 현물 ETF에 대한 논의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4월 총선을 앞둔 정치권이 앞장 서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비트코인 등을 기초 자산으로 하는 현물 ETF의 발행과 상장, 거래를 허용하겠다고 공약했다. 비트코인 현물 ETF 등을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로 편입할 수 있도록 해 비과세 혜택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국민 자산 증식 기회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금융 당국은 아직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내 ETF 승인 가능성에 대해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답했다. 금융위는 올 1월 국내 증권사가 해외에서 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ETF를 중개하는 것은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은 바 있다.
백주원 기자 jwpaik@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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