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원피스, 알리·테무선 반값"···하루 113곳씩 문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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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와 테무 등 저렴한 중국 온라인 쇼핑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국내 온라인 쇼핑몰들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 받고 있다.
이미 지난해 문을 닫은 온라인 쇼핑 업체 수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가운데 올 들어서는 폐업 속도가 더욱 빨라져 업계의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12일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인허가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폐업을 결정한 의류 및 패션 관련 통신 판매 업체(온라인 쇼핑몰)는 2만 4314개로 최대치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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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서 물건 떼와 웃돈 붙여 판매
진입장벽 낮아 팬데믹때 우후죽순
中직구앱 공습에 가격 경쟁력 뚝
자금난·인력관리 등 한계 내몰려
“저뿐만 아니라 국내 온라인 쇼핑몰 개인 판매자들은 대부분 중국산 제품을 사입할 것입니다. 그런데 똑같은 제품을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에서는 반값에 파니까 경쟁이 안 되더라고요. 쇼핑몰 관리에 시간은 많이 들고, 돈은 안 되고···. 악성 소비자를 대응하는 것도 힘들어 폐업했습니다.”(최근 폐업한 온라인 쇼핑몰 사업자 A 씨)
알리와 테무 등 저렴한 중국 온라인 쇼핑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국내 온라인 쇼핑몰들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 받고 있다. 이미 지난해 문을 닫은 온라인 쇼핑 업체 수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가운데 올 들어서는 폐업 속도가 더욱 빨라져 업계의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별도의 생존 전략을 모색하지 않는 이상 줄폐업에 이르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보고 있다.
특히 큰 위기감을 느끼는 분야는 패션 업계다. 12일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인허가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폐업을 결정한 의류 및 패션 관련 통신 판매 업체(온라인 쇼핑몰)는 2만 4314개로 최대치를 찍었다. 2022년에는 1만 9763곳, 2021년에는 2만 311곳, 2020년에는 1만 7263곳이 폐업했다. 올 들어서도 2월까지 두 달간 폐업 신고를 한 의류 관련 쇼핑몰은 6878곳에 달했다. 한 달에 약 3400곳, 하루 평균 약 113곳이 문을 닫은 셈이다. 지난해의 경우 2월까지 폐업한 쇼핑몰은 모두 6195개에 그쳤는데 올해 2월까지 폐업한 쇼핑몰은 이보다 많았다.
앞서 국내 의류 관련 온라인 쇼핑몰은 코로나19 기간을 거치면서 우후죽순 생겨났다. 이전까지 의류 온라인 쇼핑몰은 매년 5만여 개씩 생겨나는 추세였는데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8만 3500여 개, 2021년 7만 3100여 개로 늘었다. 이달 중 상당수는 진입장벽이 낮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나 쿠팡 파트너스 등에 입점하기 위해 온라인 쇼핑몰을 창업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중국산 공산품을 사입하는 것 외에 별다른 판매 전략이나 제대로 된 비즈니스 체계를 구축하지 못해 폐업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전까지는 중국에서 제품을 저렴하게 가져온 뒤 국내에서 웃돈을 붙여 판매하는 식으로 수익을 냈는데 소비자들이 중국 플랫폼을 활발하게 이용하기 시작하면서 경쟁력을 잃은 것이다.
부업으로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는 직장인 박 모 씨는 “중국산 의류 등을 떼다가 쿠팡과 스마트스토어 등에서 팔았는데 초반에는 잘 팔렸지만 어느 순간 판매자들이 너도나도 같은 상품을 팔기 시작하면서 매출이 급감했다”며 “최근에는 알리 영향으로 수익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같은 기간 알리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역대 최대를 갱신했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알리의 MAU는 2021년 2월 168만 명에서 지난해 2월 355만 명을 찍은 뒤 올해 2월 818만 명을 기록했다. 불과 1년 사이 130%(약 463만 명)이 늘어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알리와 테무 등 중국 직구 앱의 성장세에 여성 의류 등을 취급하는 패션 플랫폼의 실적이 쪼그라들고 있다”면서 “특히 중국 공장에서 의류를 떼와 판매하는 셀러들이 모인 플랫폼의 MAU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중국 e커머스의 MAU가 엄청나게 늘어난 것만 봐도 한국 온라인 쇼핑몰의 방문객이 줄고 그에 따라 판매자들이 겪는 어려움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국내 업체들이 중국 e커머스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데 대해서는 “생존 전략을 모색하지 않고 정부에 무조건 중국 e커머스를 규제해달라고 하는 것은 사업자 개인의 노력 부족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동일 세종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소비가 증가하면서 너도나도 온라인 쇼핑몰을 창업하기 시작했지만 보통 온라인 판매자는 창업 3년 차 정도에 한계를 겪는 경우가 많다”면서 “처음에는 사업이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해서 들어왔다가 유동성 위기를 겪거나 성장 및 인력 관리의 한계 등을 경험하면서 무너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남명 기자 name@sedaily.com이경운 기자 cloud@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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