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오세훈 처가 땅 의혹' 정정보도, 조정 불성립… 결국 소송 가나

김성후 기자 2024. 3. 12.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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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분석] KBS·KBS 기자들, 11일 언중위서 합의 못 해… 양측 주장·쟁점 짚어보니

KBS 기자들이 KBS를 상대로 정정보도를 요구한 조정 신청과 관련해 11일 언론중재위원회 심리가 열렸다. 최문호 기자 등 3명이 신청인으로 참석했고, 피신청인 KBS에선 이근우 취재1주간이 출석했다. 이날 심리에선 양측 주장이 달라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언론중재위는 ‘조정 불성립’을 결정했다. KBS 기자들은 법원에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자들이 소속 언론사 보도에 정정보도를 청구한 전례 없는 이 사안은 언론중재위 조정 절차가 종료되면서 법적 소송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KBS는 언론중재위에 낸 답변서에서 “(앵커 리포트는) 사실적 주장이 아닌 의견에 해당한다”며 정정보도 청구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기자들이 언론중재위에 제출한 조정신청서와 KBS 측 답변서를 통해 이번 사안의 쟁점을 짚어봤다.

시작은 박민 사장의 불공정 편파보도 사과

이번 논란은 2023년 11월14일 박민 KBS 사장의 기자회견과 이 소식을 전한 ‘뉴스9’의 앵커 리포트에서 비롯됐다. 박민 사장은 이날 KBS의 대표적인 불공정 편파 보도 사례로 ‘오세훈 시장 생태탕 집중 보도’ 등 4가지를 꼽고 사과했다. 이날 저녁 ‘뉴스9’에서 박장범 앵커는 <보도 공정성 훼손 대표적인 사례들은?>이라는 제목의 앵커 리포트<사진>를 통해 ‘오세훈 처가 내곡동 땅 의혹 보도’를 ‘생태탕 보도’라고 지칭하며 “단시일 내에 진실규명이 어려운 사안을 선거 기간에 보도해서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는 비판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앵커 리포트 끝에서 “앞으로 정치적 중립이 의심되거나, 사실 확인 원칙을 충실하게 지키지 않은 보도가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는 점을 시청자들에게 약속한다”고 했다.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오세훈 후보의 처가 땅 의혹’을 보도한 KBS 취재팀은 언론중재위에 제출한 조정신청서에서 “당시 보도는 ‘생태탕 보도’가 아니라 오세훈 후보의 ‘처가 땅 의혹’과 관련해 후보자의 도덕성을 검증하기 위한 일련의 보도였고 취재 과정에서도 충분한 사실 확인 과정을 거쳤다”면서 “박민 사장과 KBS는 합당한 이유도 없이 ‘허위사실을 적시한 불공정 편파 보도’라는 낙인을 찍었다”고 정정보도 이유를 밝혔다.

‘오세훈 처가 땅 의혹’ 검증 보도 주요 내용

KBS 취재팀이 검증한 의혹의 뼈대는 오세훈 후보 처가가 내곡동에 소유한 4443㎡의 땅이 2009년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되는 과정에 당시 서울시장이었던 오 후보가 관여했는지 여부였다. 2021년 3월9일 오 후보는 “내곡동 땅 택지지구 지정은 노무현 정부 때 이뤄졌고, 그 과정에서 처가는 손해를 봤으며, 저는 처가 땅의 위치와 존재도 몰랐다”고 해명했다.

당시 KBS 취재팀은 내곡동 땅 의혹과 오 후보 해명의 진위를 밝히기 위해 취재에 착수했다. 서울시와 SH공사, 당시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 사이에 오간 공문, 토지등기, 토지 임대차 계약서와 임대료 입금 자료 등을 확인하고 내곡동 일대 현장 취재 과정에서 경작인 등 관련자들 증언을 교차로 검증해 2021년 3월15일부터 보름 동안 ‘뉴스9’를 통해 10건을 보도했다.

△내곡동 일대의 보금자리주택지구 지정은 오 후보가 서울시장으로 재임하던 2009년 11월에 이뤄졌고 △처가 땅의 위치와 존재도 몰랐다는 해명과 달리 오 후보가 국회의원과 서울시장 시절 신고한 재산공개에는 해당 토지가 올라가 있으며 △오 후보 처가가 자신들의 토지에서 경작하던 사람들과 임대차 계약을 맺었고 △계약 체결 며칠 전 해당 토지를 측량할 때 오 후보가 그 현장에 있었다는 증언을 복수의 경작인과 측량팀장이 확인했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취재팀의 이런 검증 리포트에 대해 KBS는 언론중재위에 낸 답변서에서 “사실적 주장의 측면이 일부 포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취재팀 보도는) 단시일 내에 진실 규명이 어려운 사안을 선거 기간에 보도하였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고, 보도 이후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는 비판이 나왔고, 정치적 중립을 의심받을 수 있었던 기사라는 점에는 허위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생태탕 보도’ 지칭, 검증보도 취지 왜곡”

KBS는 앵커 리포트에서 ‘오세훈 처가 땅 의혹 보도’를 이른바 ‘생태탕 보도’라고 지칭한 것도 정정 보도를 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KBS는 “당시 보도를 두고 시청자들이 알기 쉽도록 ‘이른바 생태탕 보도’라고 칭했다”면서 “오히려 ‘생태탕’은 신청인들이 강조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KBS는 취재팀이 보도한 오세훈 후보 검증 리포트 전부가 보도 공정성을 훼손했다고 언급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폈다. KBS는 취재팀 리포트 10건 중 <“내곡동 땅 측량 현장에 오세훈 있었다”-2021년 3월26일> 보도에 대해서만 앵커 리포트를 통해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신청인들이 특정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취재팀은 “‘생태탕 보도’라는 부적절하고 자극적인 용어를 사용해 ‘공직 후보자의 도덕성과 청렴성 검증’이라는 보도 목적과 취지를 심각하게 왜곡했고, 내곡동 개발 의혹과 오 후보 해명의 진위여부를 검증한 보도를 마치 선정성만을 노린 악의적인 가십거리 허위기사인 것처럼 폄훼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정치부장으로 취재를 지휘한 최문호 KBS 기자는 “사측은 언론중재위 심리에서 사실적 주장이 아닌 의견 표명을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며 “사장이 사과하고 뉴스9를 통해 보도한 사실 그 자체를 의견 표명으로 빠져나가려 한다. 박민 사장과 보도본부 수뇌부들의 저널리즘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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