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영 칼럼] 인재유출 불러온 韓보상체계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매일경제는 작년 세계지식포럼에서 이스라엘의 국가 IR인 '이스라엘 나이트'를 개최했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로 수많은 엔지니어와 연구원이 쫓겨나면서 안정적 보상이 주어지는 의대가 우수 인재를 끌어들이는 '블랙홀'이 됐다.
이처럼 국가 발전에 대한 기여도와 보상이 심각하게 불일치하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국가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우리 사회의 보상 체계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산업보국 이끈 이공계 박탈감
인재가 국적 선택하는 시대
우수인력의 한국 외면 가속화
보상체계 전면적 대수술해야
매일경제는 작년 세계지식포럼에서 이스라엘의 국가 IR인 '이스라엘 나이트'를 개최했다.
양국의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를 계기로 경제 협력을 더욱 강화하자는 취지에서 양국 외교·경제계 인사들이 모인 행사였다. 이스라엘은 누구나 인정하는 스타트업 기술 강국이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한국의 제조업 생태계가 부럽다"는 의외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스라엘은 제조업 생태계를 갖추지 못해 아무리 뛰어난 기술 기업도 최종 제품 생산이 어려운 구조라고 했다.
이스라엘과 마찬가지로 주요 선진국들은 코로나19 이후 공급망 사태를 겪으면서 제조업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 대만 기업들의 생산시설 유치에 총력전을 펴왔다. 한국은 반도체를 비롯해 전기전자, 자동차, 조선, 화학 등 제조업을 모두 갖췄다. 지난 30년간 제조업이 이끈 수출 주도 전략에 힘입어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다. 정치인들이 중화학공업 육성이란 방향을 설정했고, 우수 인재들이 대거 이공계로 진학해 열정을 바쳤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산업 발전에 기여한 사람들에게는 명예와 보상도 상당했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로 수많은 엔지니어와 연구원이 쫓겨나면서 안정적 보상이 주어지는 의대가 우수 인재를 끌어들이는 '블랙홀'이 됐다. 국가 발전에 기여한 개발자들조차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렸다.
특히 방산 관련 종사자에 대한 처우는 북한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 개발자들을 영웅으로 칭송하며 식량 배급 우선권, 고급 주택까지 제공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기술자들에게 성대한 축하 파티를 열어준다.
반면 한국의 현무 탄도미사일 개발에 참여한 국가연구기관 개발 인력은 실험 도중 폭발사고로 순직했고, 초음속 전투기 연구 총괄자는 과로로 쓰러져 뇌사 상태다. 매년 수십 명의 첨단무기 개발자들이 이직하고 있으며, 처우 개선이 없다면 이탈 행렬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미국 유학을 떠나 공학 박사를 취득한 우수 인재들이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고 처우가 좋은 미국에 남고 있다. 나는 이런 사태를 보면서 과거 임진왜란 때 일본에 붙잡혀 간 조선의 도자기 기술자 가운데 상당수가 귀국을 거부했던 역사가 떠올랐다. 도자기 제조 기술이 있더라도 귀국하면 기술이 천시받고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현실 앞에서 일본에 남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지금도 비슷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출신 연구원 수백 명이 미국 반도체 회사인 마이크론으로 이직해 일하고 있다. 이 같은 사태는 고스란히 중요 기술이 유출되고 산업 경쟁력이 약화되는 결과를 빚을 것이다.
이처럼 국가 발전에 대한 기여도와 보상이 심각하게 불일치하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첫째, 국가 발전에 기여한 사람에게는 국가 예산을 대거 투입해서라도 파격적인 대우를 해줘야 한다. 이를 위해 민간 기업과 정부, 연구소 등이 협의체를 만들어 구체적인 보상 가이드라인을 만들어보면 좋을 듯하다.
둘째, 실패를 용인하고 시행착오를 하더라도 계속 도전하는 사람들에게 박수를 보내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최선을 다한 생산적 실패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보상하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지금은 기업끼리의 경쟁을 넘어선 국가 대항전 시대다. 미국과 일본은 반도체산업 부활을 위해 정부가 총력 지원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미적거릴 시간이 없다. 국가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우리 사회의 보상 체계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
[김대영 국차장 겸 컨슈머마켓부장]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15분 충전에 서울~부산 왕복…전고체 배터리로 '초격차 질주' - 매일경제
- “옆집 이사 타이밍 기막히네”…집값 꿈틀대기 시작한 ‘이곳’ 어디? - 매일경제
- 스벅 커피 마셨다가…르세라핌 허윤진, SNS 댓글창 ‘시끌’ - 매일경제
- "급매가 싹 사라졌어요"…서초 '아리팍'도 3년만에 최고가 - 매일경제
- “촌스럽다구요? 요즘엔 이만한게 없죠”…청년들 ‘이것’ 사더니 난리났다는데 - 매일경제
- 의료대란에 대형병원 수백억 적자…동네병원은 몰래 웃는 이유 - 매일경제
- 美기관·韓개미 화력에…코인시장 불기둥 - 매일경제
- “손 갖다대면 내 생각 읽힌다”…편의점 진열대 지나가다 ‘깜놀’하겠네 - 매일경제
- 현역 입대 안하려고 ‘49kg’ 만들어…극단적 단식 20대男 최후 - 매일경제
- 드디어 만났다...‘우상’ 이치로 만난 이정후 “아우라가 달랐다” [현장인터뷰]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