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 완화 시작은…" 금통위, 사실상 금리인하 논의 예고
"물가 확신 전까진 동결…가계대출 주의" 매파 2명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향후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논의에 나설 것임을 사실상 예고했다.
한은이 12일 공개한 지난 2월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6명 중 3명의 금통위원이 '긴축 완화' 또는 '피벗'에 대한 조건을 언급했다.
먼저 A 위원은 "내수 부진 등에 따라 물가 상승 압력이 소폭 약화하면서 긴축 완화의 위험이 다소 감소했다고 평가하는바, 향후 물가와 경제 흐름 그리고 국내외 금융 상황을 지켜보면서 완화 시점을 적절히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A 위원이 주장한 긴축 완화 논의의 근거는 '예상보다 부진한 내수'였다.
그는 "예상에 부합하는 물가 둔화 흐름이 지속되고 민간 소비가 예상보다 부진하면서 물가에 대한 수요 측 압력도 다소 약화했다고 판단한다"며 "이에 민간 소비에 많은 영향을 받는 근원물가 전망 경로도 당초 예상보다 소폭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누적된 공급 충격의 물가 파급 속도, 지정학 리스크 등 물가 상방 리스크는 여전히 잠재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물가 추이를 지켜보자는 기존 금통위 방침을 고수하면서도, 앞으로 내수 부진으로 물가 상승률이 기대보다 빠르게 둔화할 가능성에 좀 더 무게를 둔 셈이다.
B 위원의 경우 현재로서는 기준금리를 연 3.50%에서 동결하는 것이 맞는다고 보면서도 앞으로의 '긴축 완화'를 위한 조건을 언급했다.
B 위원은 "앞으로의 물가 전망을 감안하면 2분기 이후 실질 기준금리가 중립금리 수준을 상회하면서 민간 수요를 제약하는 정도가 커질 것"이라면서 "물가가 전망 경로를 따라 목표 수준으로 수렴해 가는 것이 충분히 확인되는 시점에서 긴축 기조의 완화를 시작할 수 있고, 이 경우 부채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거시 건전성 정책과의 조율이 선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C 위원은 통화정책 '피벗'(전환, pivot)을 위한 중요 지표로 가계대출을 내세웠다.
C 위원은 "일부 비은행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경계감이 부각되고 있으나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면서 오히려 "높은 가계대출은 국내 경제에 큰 부담 요인"이라고 지목했다.
C 위원은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으나 수준 자체가 높아 향후 기준금리 피벗 시점 결정에 있어 주택 가격과 함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앞선 3명의 위원처럼 '긴축 완화' 등의 단어를 직접 거론하진 않았으나 부동산 대출 부실 등의 금융 불안 가능성을 들어 금리 인하 필요성을 우회 시사한 위원도 있었다.
D 위원은 "현재로선 물가 안정이 우선"이라면서도 "부동산 기업 대출이 크게 확대된 상황에서 부동산 관련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상당 기간 건설투자 부진이 전망돼 부동산 PF 부실에 따른 리스크가 단기에 해소되긴 어려울 것"이라며 "시장 불안 심리는 언제든 확대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D 위원은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고금리로 인한 부작용은 미시적 수단을 동원해 대응할 시기"라면서 "부동산 PF 위험 관리 과정과 이에 따른 일부 중소형 저축은행 등 제2 금융권의 불안이 시스템 리스크로 확대되지 않도록 대내외 금융·경제 상황을 면밀히 지켜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매파(긴축 선호)에 가까운 의견은 2명 이상 있었다. 이들 위원은 물가 상승률이 안정 목표인 2%로 수렴한다는 확신이 들기 전까지 고금리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 위원은 "금리 인하를 서두를 요인이 크지 않다고 판단된다"며 "당분간 금리를 현 수준으로 동결해 물가 경로와 여러 관련 지표의 움직임을 관찰하면서 물가 상승률이 목표대로 안정된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유지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마지막 F 위원도 "현재로서는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률 둔화)과 디레버리징(부채 감축)이 지속될 수 있도록 긴축 기조를 충분히 이어갈 필요가 있다"며 "이 과정에서 향후 물가 흐름, 금융 안정 상황, 주요국 통화정책 등 대내외 여건을 종합 점검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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